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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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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네오
8화무료 8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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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이혼한 남편이 기억상실이란다. 다시 돌아간 집, 어쩐지 남편이 이상하다. #기억상실 #비밀

#BL#현대#오메가버스#오해물#계약관계#다정공#무심공#미남공#상처공#순정공#재벌공#도망수#임신수#미인수#병약수


2년 전, 지원은 이혼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다. 처음부터 워낙 기우는 결혼이었으니까. 

상대 집안은 지나치게 부유했으며, 반면 지원은 부모는 커녕 변변한 형제 자매나 친척도 없는 혈혈 단신 고아 신세였다. 



네까짓 게 감히?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그래 가지고 네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천박한 오메가 주제에. 



온갖 악담을 들으면서도 지원은 당시 연인이자 지금은 전 남편이 된 박도현을 믿었다. 두 사람 사이의 불균형은 사랑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사랑은 지원의 바람처럼 굳건하지도 묵직하지도 않았다. 도현과 부부라는 단어로 묶인 순간부터 견고해 보이던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실금은 점점 깊어져 마침내 둘의 관계를 위기로 몰아 넣었고, 처음부터 둘의 결혼을 맹렬히 반대한 박도현의 친모 오현진은 두 사람을 이혼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혼식을 올린 지 딱 3년 만의 일이었다. 



‘어디 페로몬으로 내 귀한 아들 홀려가지고! 둘이 각인은 안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이혼 뒤, 지원은 제게 주어진 이혼한 오메가라는 새로운 신분을 순순히 받아들인 채 조용히 집을 나왔다.

재산 분할은 전혀 없었고 위자료만 약간 받았다. 오현진의 말마따나 지원이 주제에 맞을 정도로만.

원래 고용주 고용인 관계였던 지원과 도현은 이혼 후 결혼 전 관계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혼한 오메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나치게 좁았고 결혼 전보다 훨씬 더 높아진 취업의 벽 앞에서 지원은 이혼한 후 처음으로 박도현과 결혼한 것을 후회했다. 



더는 서울에 있을 이유도 자리도 찾을 수 없었고, 지원은 결국 지방 생활을 택했다. 



어린 시절, 지원이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와 살던 집으로. 

시골 생활은 평화롭지 만은 않았다. 어릴 때와 달리 마을에 사는 사람은 적었고, 일자리는 더 적었으며, 지원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사람은 더더욱 적었다. 그나마 어린 시절의 지원을 기억하고 있었던 마을 주민이 나타나면서 생활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도시 생활에 길들어져 있던 지원에게 텃밭 농사나 주택 살림은 매 순간 고비요 시련이었다. 



외로울 때는 조금 울기도 하고 잘 모르는게 있을 때는 쩔쩔 매기도 하며 살았다.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살아내고는 싶었다. 이제 겨우 스물 아홉, 앞으로 살 날이 새털처럼 남아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있는 건 지원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벌써 이렇게 됐나.” 



마을 과수원 품삯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문득 오늘이 5월 17일 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도현과 결혼한 날이자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날이었다. 결혼 기념일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혼 기념일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날이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평생 다시는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사람이 나타났다.




“어쩐 일이세요?” 



‘안녕하세요.’ 같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눌 사이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왜 온 건지, 혹시 자신에게 뭔가를 빼앗고 싶어서 온 것인지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약간 불안했다. 



한때 어머니라 불렀던 중년의 여인은 지원의 삶을 파국에 이르게 한 일등 공신이었으니까. 



“그래도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니?”

 “글쎄요.” 



스물 여섯,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당시 지원은 저만 보면 서슬퍼런 날을 새우는 그녀가 두려웠다. 잘 보이고 싶은데, 아니 최소한 혼이 나고 싶지 않은데도 그녀는 지원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며 지원을 깎아 내리고 비난했다. 



부모 없이 자라서, 배우지 못해서, 천박해서라고. 



여하튼 이제는 과거형이 된 어머니, 그러니까 오현진은 지원에게 절대 달가운 존재가 아녔다. 실낱같은 인연으로도 절대 얽히고 싶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얘기 좀 하자.” 

“할 얘기 없습니다.”


 지원은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고 바로 돌아섰다. 낮동안은 열어놓고 사는 대문까지 꾹 닫아 잠그려는데 문을 미는 힘이 느껴졌다. 



“김지원, 잠깐 얘기 좀 하자니까!” 



지원이 문에서 손을 떼자 오현진의 몸이 휘청였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10센티가 넘는 하이힐을 고집하는 중년 오메가의 몸이 바닥에 고꾸라지기 직전이었다. 지원은 그녀의 팔을 훽 잡아 바로 세우고는 재빨리 손을 놓았다. 그리고 양 손을 탁탁 털었다. 



“너어, 이게 지금 무슨 행패냐!”

 “전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오히려 바닥에 엎어지실 뻔 한 거 잡아드렸는데요.” 

“그거야 네가 갑자기 문을!” 

“왜 오셨죠?” 



지원은 그녀의 말허리를 과감히 잘랐다. 과거 그녀가 자신에게 수 없이 했던 것처럼. 




그녀는 세모꼴이 된 눈을 한껏 치켜들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지원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가슴께가 들썩거릴 정도로 씨근덕거리며 입술까지 달싹이다가 몹시 분한 듯 아랫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 뒤 지원이 눈을 피해 사선 방향으로 시선을 흘렸다.

“이런 데서 할 얘기는 아니다.” 



오현진이 말한 이런 곳은 다름 아닌 지원의 집 앞이었다. 일주일 전 지원이 손수 페인트칠 한 뒤로 동네에서 가장 깔끔해진 파란 대문 앞. 이 마을에서 가장 담소하기 좋은 장소를 꼽으라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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