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전설속의 음악가를 소환하는 지휘봉을 갖게 된 천재 피아니스트가 전설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는 이야기.
1. 백현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백현의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은 어머니가 치는 피아노 소리였다.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들었던 피아노 소리가 귀에 탁탁 꽂혔다. 어떨 때는 시원하게 내리치는 타악기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애절한 현악기 같기도 한 그 소리가 좋았다.
혼자 힘으로 피아노 의자에 기어 올라갈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스스로 건반을 두드려댔다. 이웃의 불평을 듣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는 피아노에 몇 겹으로 방음장치를 해야 했다.
어머니는 백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너처럼 멋대로 쳐서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어.”
어머니는 피아노를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백현에게 처음에는 피아노를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그가 가르쳐주는 대로 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치는 것을 좋아하자, 얼마 안 가서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가르쳐주지 않아도 백현이 8살이 되자 어머니보다 더 잘 치게 되었다.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처음에는 재능이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인 줄 알았다.
점점 크면서 어머니의 뜻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음악교육을 시켜줄 돈이 없다는 거구나.’
미혼모였던 그의 어머니는 혼자서 그를 키웠다.
백현은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인터넷에서 거장들의 연주를 들으며 혼자서 연습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에 갔다. 딱히 공부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보고 싶은 것도 없고 해서, 대학에 가지 않고 별생각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머니는 죽기 전에 그에게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아서 미안하구나.”
백현은 어머니가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이해했다.
어머니는 성악과를 전공한, 나름 장래가 촉망되는 성악가였다. 하지만, 성악과를 졸업하고 나서는 할 일이 없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았고, 외국 유명대학을 나온 성악가도 차고 넘쳤다.
어머니는 합창단 활동, 결혼식 축가 공연, 대중가수의 백 보컬을 하며 근근이 지냈다.
덜컥 백현을 낳고 나서는 아예 음악과는 멀어져서 온갖 허드렛일을 닥치는 대로 하며 그를 키웠다.
그러니 백현에게 음악을 시킬 마음도,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 군에서 제대한 백현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어머니로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던 소형 빌라를 물려받았지만, 통장에는 잔고가 백만 원 정도밖에 없었다.
뭐라도 일을 찾아야 했다.
‘뭘 하지….’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집안에만 있기도 답답해서 정처 없이 거리를 걸으며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돌아다니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찾아지지 않을까.
그의 눈앞에 커다란 첼로가 든 악기 케이스를 짊어지고 가는 학생이 보였다. 낚시에 걸린 물고기처럼 자기도 모르게 그를 따라가다 보니, 그는 대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음대 건물 앞에는 온갖 악기 케이스를 든 대학생들이 오갔다.
그들을 보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부러운 마음에 속이 쓰렸다.
좋은 선생님에게 음악을 배우고 연주하면서 돈을 벌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왜 그럴 수 없을까. 나는 자격이 없는 걸까.
그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가 저 애들하고 뭐가 다르지? 왜 난 저렇게 못 되지?’
재능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재능, 돈, 나이, 어느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왠지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알바 해서 돈을 모아서 지방 음대라도 갈까?
혼자서만 피아노를 친 내가 교육도 안 받고 음대에 합격할 수 있을까?
음대를 나온다고 삶이 달라질까?
졸업한 4년 후에도 똑같이 뭐 해서 돈을 벌까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답이 없었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뒤돌아서서 걸어갔다.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은데, 하고 싶은 건 음악뿐인데, 뭘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의 눈앞에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이 있었다.
펼쳐진 악기 케이스가 마치 자신을 집어가 달라는 듯이 길 한 가운데 놓여있었다.
악기케이스 안에 놓인 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되고 값비싸 보이는 바이올린이었다.
‘누가 악기를 길 한가운데에 펼쳐 놨지?’
백현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 바이올린이 보이지 않는지 무심코 지나쳐갔다.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다 그냥 지나갔다.
‘괜히 길에 떨어진 물건 주웠다가 절도범으로 오해받지.’
그런데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은 끄물끄물한 날씨였다.
‘악기는 비 맞으면 소리가 변해서 완전히 못쓰게 되는데.’
자신도 모르게 우뚝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악기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그는 투덜거리면서 다시 돌아가서 바이올린을 집어 들었다.
붉은 단풍나무 결이 꽤 오래 손길을 탄 듯했다.
“꽤 비싼 거 같은데….”
중얼거리며 악기 안을 들여다보았다. 악기 안쪽에 제조자의 이름과 연도가 적혀져 있었다.
‘Stradivarius 1707’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희귀해서 잘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경매에 나왔다 하면 한 대에 수십억 원에 팔리는 전설의 명품 바이올린이었다.
“…잠깐, 그러니까 이게.”
백현은 입을 헤 벌렸다.
“설마…. 짝퉁이겠지. 누가 이렇게 귀한 걸 길거리에 버려두겠어.”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짝퉁이라기에는 묘한 기운을 풍기는 악기였다.
진짜로 몇십 억 짜리라면?
완전히 횡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워낙 유명한 악기라서 함부로 팔거나 처리할 수도 없는 물건이었다. 금붙이처럼 아무 데나 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유명화가의 미술품처럼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몇 대 안 남아 있어서 장물을 거래한 죄로 체포될지도 몰랐다.
“짝퉁이든 진짜든 주인을 찾아줘야지.”
그도 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 주인의 마음이 짐작이 갔다. 악기를 잃어버리고 지금쯤 얼마나 애가 탈지.
백현은 악기 케이스 안에서 전화번호를 발견했다.
전화번호가 있으니 번거롭게 경찰서까지 갈 필요도 없고 잘 됐다.
백현은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더니 이내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저, 바이올린 잃어버리지 않으셨나요?”
“Ja, Es ist meins.(맞아요. 제 바이올린이에요.)”
전화기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백현은 잠시 대답을 못 하고 멈칫했다.
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뭔가 피아니스트보다 아이돌이 어울리는 이름...ㅋㅋㅋㅋ
24.12.13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