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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게임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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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교대
123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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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완벽한 줄 알았던 그 선배. 알고 보니 게임 중독자였다. 중독자 옆에 있다 보니 저마저 중독자가 되기라도 한 걸까, 시도 때도 없이 제 눈앞에 나타난다. '예쁘다.' 하루종일 키보드나 두드릴 손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선배 앞에서의 저는 항상 레벨 1이었으니까. "관심 있어? 같이 할래?" "그냥요……" "내가 진짜 재밌게 해 줄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게임 중독자엔 게임 중독자. 반드시 만렙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스무 살의 끝자락, 장권주의 인생 제3막이 열렸다. 무려 게임 중독자의 형태로. *** “선배.” 줄곧 재고 있던 타이밍이 지금인 것 같아 권주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저 반가운 후배 중 하나일 뿐인 자신에게 특별한 관심과 더한 호감을 갖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꽤 오래 이 상황을 기다려온 탓에 심장 뛰는 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것 같았다. “저 그, 게임해요.” “어?” “아크 세레니티요. 선배가 계속 얘기하던 게 생각나서…해 봤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게임 이야기에 지원이 아이스크림을 밀어 넣던 손을 그대로 멈췄다. 아크 세레니티를 한다고? 반가운 얼굴의 후배 입에서 툭 떨어진 이름은 상상 그 이상으로 반가웠다. “어디, 무슨 서버에서 해?” “아스카요.” 심지어 운명처럼 같은 서버. 너무 대놓고 기쁜 티를 내면 웃길 것 같아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침착하게 끌어내린 지원이 물었다. “친추할래?”


#1

새해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크리스마스. 애인도 없는 군필 복학생 신분으로 맞는 크리스마스인데, 이런 때에는 같이 보내야 하지 않겠냐며 동기들이 졸라 대는 탓에 술을 진탕 마시고 오는 길이라 머리가 멍했다. 주량이 워낙 센 편이라 이 정도로 취한 것도 오랜만이었다.

“아, 씨…….”

흐릿한 시야에 인상을 찌푸린 지원이 비틀거리며 도어 록 비밀번호를 눌렀다. 조심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본인의 생일 네 자리. 그마저도 두 번이나 틀려서, 경고음이 복도 가득 울리게 만들고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얼음을 동동 띄운 물을 연거푸 마셨더니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다음부턴 절대 이렇게 먹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멍하니 눈을 깜빡이는데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친한 친구인 정훈에게서 온 문자였다.

[지금 접속 ㄱㄴ?]

[오랜만에 본캐 콘텐츠할건데]

정훈은 나름 잘 나가는 게임 유튜버였다.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게임들을 해 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아크 세레니티’로, 출시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대국민 MMORPG 게임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정훈과 친했던 지원 역시 아크 세레니티의 오래된 유저 중 하나였다. 그래서 목소리나 얼굴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게임 속에서 만나 자주 방송 콘텐츠를 같이 해 주기도 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 지인이 있으면 티키타카가 편하니까.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오전 12시 48분.

사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한창 열심히 사냥하고, 던전 돌고, 자정이 넘어 초기화된 숙제를 돌리고 있을 때 아닌가. 하지만 정훈은 한번 방송을 시작하면 서너 시간은 기본으로 하는 편이라 지금 상태로 함께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원이 한 손으로 답장을 치며 컴퓨터 전원을 켰다.

[ㄴㄴ 술마시고 와서 일단 던전만 돌고 자려고]

[아맞다 니 오늘 술약속있었지?]

[ㅇㅋㅇㅋ]

지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해 온 아크 세레니티에 정훈보다 더 진심인 사람이었다.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아도 매일 던전 도는 것은 잊지 않았고, 밖으로 나가 노는 것보다 집에서 게임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과제 때문에 밤을 새우고도 마지막 불꽃처럼 일일 퀘스트를 끝내고 잠든 적도 여러 번이었다. 인생에서 게임을 오래 쉬었던 게 입시 준비를 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뿐일 정도로.

[길드][뽀쪼 : 길마님 하이요]

[길드][수박박사 : 하읭]

[길드][따지 : ㅎㅇㅎㅇ요]

[길드][깽키님 : ㅎ2ㅎ2]

접속하자마자 길드 마스터인 지원을 반겨 주는 길드 채팅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고인물 중의 고인물인 길드원들에게 새벽 1시는 한창 사냥하면서 골드와 템을 주울 시간이지만, 지원은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길드][한도 : 다들 시계보고 게임하는거 맞죠?]

[길드][뽀쪼 : ㅋㅋㅋㅋㅋ 당연하죠]

[길드][수박박사 : 1시간 전까지 빨간날이었다아님??]

[길드][첼링 : ^^7]

밤낮없이 게임하는 길드원들의 대답이 칼같이 돌아왔다. 하긴, 빨간 날의 새벽만큼 게임하기 좋은 시간이 어디 있을까. 생각보다 더 많이 접속해 있는 것 같아서 지원이 곧장 제안했다.

[길드][한도 : 지금 바로 일던 갈까요?]

일일던전은 매일 클리어하면 길드 명성치를 올려 주기 때문에 길드 랭킹 유지를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콘텐츠였다. 그래서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몇 개라도 도는 걸 권장하고 있는데, 지원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게임에 반쯤 뼈를 묻은 길드원들은 알아서 저렙 던전까지 빠짐없이 돌았다.

[길드][첼링 : ㄱㄱ]

[길드][한도 : 순서대로 갈게요]

[길드][뽀쪼 : 길본 5채]

역시나 접속해 있는 길드원들이 좋다며 알아서 길드 본부로 집합했다. 크리스마스라고는 믿을 수 없는 출석률이었다.

[길드][뽀쪼 : 약속한듯이 새벽마다 모이는거 개웃기다구요ㅋㅋㅋㅋㅋㅋㅋ]

[길드][첼링 : 아니 다들 약속없음?]

[길드][따지지말고 : 첼링님은????]

[길드][첼링 :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나의 소중한 친구인걸^ㅡ^]

[길드][첼링 : 일던도는게 얼마나 소중한 약속인데;; 이걸어케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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