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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드래곤의 항우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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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넨달
101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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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일’은 유일하게 용을 가이딩할 수 있는 캐릭터 '해일'에게 빙의했다. 소설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비설이지만, 여기까지는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캐릭터, 용을 여덟 마리나 죽인 <가일 트레클리프 딘>의 아들이다. ‘미치겠네.’ 용을 위해서는 아버지를 죽여야 하고, 아버지를 위해서는 용을 죽여야 한다. 이걸 어쩌란 말이냐. * * * ‘엄마 보고 싶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용을 보고, ‘난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세계수와 비슷한 느낌이 나.] 그놈이 내게서 세계수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소리를 지껄였다. 잠깐, 그럼 이 몸으로 드래곤을 가이딩할 수 있다는 거 아니야? * * * “나무껍질 아래를 흐르는 액체를 대신하는 것이다.” “…….” “그러니 치환한다면 피나 타액, 눈물에 해당하겠지.” 칼서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시도해 보는 걸로 하지.” 어…… 그러니까……. 얘가 방금 말한 그거, 정리하자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억지로 키스를 하는 건 가혹한 행위니까, 강요하지 않겠다는 거지?’ 무슨 그딴 개소리가 다 있어. 네 눈엔 내가 ‘주둥이의 순결’과 ‘목숨’을 저울질할 놈으로 보이디? “입 벌려요.” 키스해서 나을 것 같으면, 그냥 키스하면 되는 거지.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프롤로그

나 정해일은…….

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에, 인터넷으로 연재되는 웬 소설이나 읽으며 음침하게 사이버-반찬 투정이나 하고 다니던 놈이었다.

물론 그게 남에게 욕을 하고 다녔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작가님 여기 캐붕 났어요’라고 툴툴대는 정도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왜냐면, ‘까탈스러운 취향’이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건 나였으니까!

나 말고 재미있게 소설을 읽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거기서 분탕을 쳐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는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에다가 불을 지르지는 않잖아?’

하여튼, 이 사이버-반찬 투정이라 부르는 취미는 내가 서른이 되어 취업을 하고,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던 어제까지도 이어져 왔다. 이 취미는 이제는 거의 일상의 한 부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어제는 <광룡 살해자>라는 웹소설 댓글 창에 대고…… 잘 나가다가 왜 이렇게 급하게 엔딩을 내 버렸느냐고 툴툴댔었지.’

그래. 어제까지는 그랬다.

어제까지는!

‘이게…… 뭐야……?’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왜 이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걸까.

내가 입고 있는 이 플레이트 아머는 무엇이고, 내 손에 들려 있는, 분명 누군가가 애지중지 던전을 클리어해 가며 얻었을 ‘성검’은 또 무엇이며…….

[미욱한 인간이여. 그대에게 영광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노라.]

눈앞에 보이는 저 거대한 드래곤.

아니, 광룡(狂龍)은 대체 뭐란 말이냐.

[부디 나를 죽여 다오.]

근데 이 새끼 진짜 미쳤나 봐.

왜 자길 죽여 달라는 거지?

자살이 하고 싶어졌다면, 나 같은 선량한 시민한테 이러지 말고 조속히 정신 병원에 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 미친 도마뱀 새끼야.

1.

뭐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 다 있어? (1)

<광룡 살해자>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정통 판타지 세계관을 가진 소설이었다.

주인공인 ‘해일 트레클리프 서’는 전설적인 기사인 ‘가일 트레클리프 딘’의 아들로,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훌륭한 기사로 자란 녀석이었고, 많은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성장형 먼치킨 주인공에 해당했다.

‘쉽게 말하자면 재능이랑 혈통 둘 다 타고난 케이스란 거지.’

참고로 성씨가 트레클리프고, 뒤에 붙는 서나 딘의 경우엔 기사들끼리의 항렬자와 비슷했다.

한국에서 자식에게 항렬을 따라서 소윤, 소명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지어 주는 거라고나 할까.

‘누가 선배이고 누가 후배인지, 이름만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해 두는 거라고 했지.’

기사 서임식 때 황제에게 새로 부여받는 이름인 만큼, 공로를 세워서 얻는 미들 네임과 다르게 성씨보다 더 뒤에 표기하는 것이라던가.

하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내가 처음 이 소설에 흥미가 생긴 건, 주인공의 이름이 나와 같기 때문이었다. 판타지 소설답지 않은 ‘해일’이라는 동양적인 이름은 많은 독자들에게 친근함을 불러일으켰다.

그 증거로 1화 댓글란엔 ‘내 친구 이름이 해일이라 들어와 봄’, ‘헐 우리 오빠 이름인데.’ 같은 댓글이 가득했더랬다.

나도 그 많은 독자들처럼, 그런 독특한 점에 이끌려 그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심지어 <광룡 살해자>는 제법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용과 인간의 싸움>이라는 주제는 90년대 판타지 소설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랐으나…….

주인공인 해일의 시원시원한 성격과 깔끔한 전개, 그리고 작가의 훌륭한 필력은 그 클리셰를 ‘유니크한 매력’으로 탈바꿈시켰다.

소설 취향이 까탈스럽다 못해 극성맞고 지랄 맞기까지 한 내가 실시간 연재를 쭉 따라갈 만큼!

그 소설은 정말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완결에 다다라서 작가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기기라도 했던 걸까? 작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고대하고 또 고대하던 엔딩을 장대하게 망쳐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힘겹게 던전을 뚫고 둥지에 침입하는 데 성공한 주인공이, 한 페이지 뒤에 광룡의 마나 하트를 들고 되돌아 나와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최종 보스와의 싸움이 아예 통째로 삭제된 셈이었다.

당연히 글을 잘 읽던 독자들은 기대했던 만큼 실망했고, 실망한 만큼 미친 듯이 댓글로 분풀이를 해 댔다.

-잘 나가다가 왜 이러세요, 작가님. 이거 그런 양산형 먼치킨 소설 아니었잖아요.

-양산형 먼치킨 소설도 이렇게까지 전투를 생략하지는 않아요 시1발.

-작가님 출판사랑 싸우셨어요ㅠㅠㅠㅠ?? 엔딩이 왜 이래요ㅠㅠㅠ???

-요즘 같은 시기에 출판사랑 싸웠다고 이렇게 개같이 멸망한 엔딩을 내겠냐??

-욕하지 마세요, 시발.

-너도 욕하고 계시잖아요. 미친놈아.

흥분한 사람들이 마구 뒤엉킨 탓에 댓글들은 그야말로 폭주 상태였다.

물론 나도 그 폭주한 인간들 중 한 명이었다.

-작가님 힘드셨으면 말씀을 해주시지…….

-이러실 거면 차라리 다른 사람한테 엔딩을 토스하셨어야 했던 거 아닌가요.

-이 소설 읽는 사람 아무나 잡아다가 써도 이거보단 나았을 것 같은데.

아, 내가 소설 읽은 짬이 있지! 내가 써도 이것보단 흥미진진한 엔딩이 나오겠다!

……라는, 축구 경기 보면서 주둥이만 나불거리는 아재1의 심정으로 남긴 댓글이었다.

‘……그게 원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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