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셰프의 요리, 이세계에서도 먹힐까? 푸드트럭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요식업 성공기!
1. 이세계 푸드트럭과 양아치 셰프 [1]
주방은 전쟁터다.
금속과 불꽃. 그을린 탄내와 열기. 참호처럼 비좁은 격자 통로 사이를 무한히 오가는 런치타임의 행군.
이 가혹한 전장에 싸울 상대는 너무나도 많다.
흠집 난 프라이팬. 손질 덜 된 야채. 기관총 탄피마냥 쌓여가는 설거짓거리. 끝도 없이 몰려오는 손님들.
그리고―
빌어 처먹을 주방 식구들.
“이거 만든 새끼 누구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냄비를 번쩍 들었다.
곧 얼굴이 파랗게 질린 애송이 코미(commis— 견습 딱지 못 뗀 등신)가 나타나 자기가 저지른 짓임을 실토했다.
“저, 제가 했습니다…….”
“어떻게 양파 하나를 제대로 못 볶냐? 나무위키만 쳐봐도 방법이 다 나오는데?”
“다, 다시 하겠습니다, 셰프!”
“그래 새꺄, 넌 요리학교부터 다시 해야겠다.”
나는 냄비에 든 걸 쓰레기통에 처넣으며 한껏 욕지거리를 뱉었다.
레스토랑 <미르메>의 주방은 오늘도 다양한 분노를 내게 선사한다.
“너 뭐야? 네가 수셰프야?”
“아, 아닙니다, 셰프.”
“그럼 왜 떡갈비를 네가 하고 앉았어? 아니면 설마 이걸 크림 리조또라고 우길 셈이냐?”
“…….”
“차라리 하극상이라고 해줘라, 제발.”
오랜 꿈이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고급 레스토랑의 ‘럭셔리’란 벽을 허물고 싶었다.
저렴한 엔트리급부터 값비싼 하이엔드급 요리까지 모두 선보이는, 국내 유일의 하이브리드급 컨템포러리 퀴진(contemporary cuisine— 근본 없는 짬뽕 요리) 레스토랑.
<미르메>는 그렇게 탄생했다.
실내 240석. 야외 60석. 도합 300석.
서울 로코 포르테 호텔의 2층 구획을 몽땅 차지한 이 거대한 레스토랑은 1인 코스를 디너 기준 최저 3.5만 원부터 제공한다.
메뉴의 가짓수는 수십.
하루 예약 손님만 수백.
당연히 직원 숫자도 많고,
그만큼 주방에 등신도 많다.
“감자 삶고 물에 넣어둔 놈 누구야? 신개념 수비드냐? 안 꺼내고 뭐 해, 새꺄!”
“내가 레시피 보고 요리하랬지, 유튜브 보고 따라 하랬어? X까는 소리 말고 다 갖다 버려.”
“이게 크렘 브륄레라고? 설탕을 하도 처넣어서, 구우면 달고나 되겠다!”
알바몬 보고 찾아온 애새끼들.
내 주방을 망치러 온 미필적 방해꾼들.
계란 뒤집는 실력이 골방 자취생보다 조금 나은 *셰프 지망생*들.
직원 두 명을 고용하면 한 명은 머저리다.
경력 한 명이 밥값을 하기 시작하면 신입 두 명이 밥통을 엎기 시작한다.
헤드셰프(head chef— 주방의 대가리) 된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골 빠개지는 업장이 아닐 수 없다.
주방만 이러면 다행이지.
홀은 손님과 함께 있는 공간인 만큼 등신들이 더더욱 눈에 띈다.
주방에서는 등신들 정수리에다 냅다 식칼을 꽂아도 당장은 디너 운영에 차질이 없겠지만, 홀에서는 아니다. 때문에 직원 중 등신이 있다면 주방에 구금해두는 편이 좋다.
그리고 여기서 알 수 있는 개 같이 비참한 사실은— 이런 등신들 손이라도 빌리지 않으면 레스토랑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방은 전쟁터다.
아군은 없다.
“국윤호 셰프, 오늘따라 표정이 안 좋네요?”
맞은편에 앉은 기자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아니면 그냥 내가 지금 기분이 더럽게 나쁜 걸지도 모르고.
“주방일 하는 사람들은 원래 다 이렇습니다. 유 기자님도 아세아일보에서 음식 칼럼 쓰시니까 잘 아실 텐데요.”
“으으음, 글쎄요. 저는 사실 스포츠신문 쪽이 본적이라서요.”
“좌천이라도 당하셨나 봐요?”
“아하하. ‘일시적 인사이동’이라고 해줄래요?”
오전 9시. 호텔 27층의 라운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기자가 부탁한 일간지 특집 기사의 인터뷰 자리다.
“오늘은 뭐, 셰프에 대한 거는 굳이 이것저것 물어볼 필요도 없을 테니…… 겉치레는 치우고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괜찮죠?”
“그러시죠.”
개점 1주년을 맞은 <미르메>의 근황 소개가 오늘 인터뷰의 주요 토픽이었다.
“국윤호 셰프가 총괄을 맡은 <미르메>는 해외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컨셉의 레스토랑인데요. ‘하이브리드급 다이닝’을 표방하고 있다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요?”
“가성비와 프리미엄을 동시에 잡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죠.”
“즉, 가성비가 딥따게 좋은 고급 식당이란 얘기지요?”
“단순히 얘기하자면 그렇죠.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럭셔리’라고나 할까요.”
<미르메>는 개점 전부터 화제에 올랐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셰프가 헤드로 들어온 국내 최대 규모의 ~가성비 개쩌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 가격과 양이 반비례하는 식사) 레스토랑이었으니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고급 요리를 즐기기 위해 많은 돈을 쓸 필요는 없다는 걸요. <미르메>에는 복잡한 하우스룰이나 까다로운 드레스코드도 없습니다. 누구든 잠깐 들러서 가볍게 먹고 갈 수 있는, 맥도날드 같은 레스토랑이죠.”
미슐랭 스타급 요리를 패밀리 레스토랑급 가격에 선보이는 것.
이를 가능케 했던 건 당 호텔 오너의 어마어마한 투자와 푸시.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 최연소로 미슐랭 스타를 획득한 천재 셰프.
나― 국윤호가 있었던 덕분이지.
“와우, 듣기만 해도 멋지네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확실히 멋진 레스토랑이긴 합니다.”
그때쯤.
기자의 눈빛이 사악해졌다.
“그런데 말이죠―? 최근 들어 레스토랑 상황이 약간 좋지 않다는 소문이 조금 도는 것도 같던데—?”
그녀가 넌지시 물었고,
나는 슬며시 침묵했다.
“어떤가요, 국윤호 셰프?”
“경영적인 문제는 내부 사안이라 되도록 언급을 피하고 싶군요.”
“아, 옙. 알겠습니다아. 이 부분은 그냥 뺄게요. 죄송 죄송!”
기자는 처음 그랬던 것처럼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비웃는 것도 당연하다.
누가 뭐래도, 지금 <미르메>의 경영 상태는 최악이었으니까.
장사가 잘 안 됐냐고?
그건 절대로 아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하루 예약 손님만 수백이 넘는, 거기다 비예약 손님까지 받는 레스토랑이 연중무휴로 돌아갔는데, 매출이 안 나왔을 리가 없잖나.
일일 회전율은 번화가의 스타벅스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고, 원가 계산도 철저히 한 덕에 매출의 상승은 그대로 이윤으로 돌아왔다.
개업 초기까지만 해도, <미르메>의 운영은 완벽했다.
2024.08.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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