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은퇴한 삼류 투수 손강민. 전성기 시절의 과거로 돌아가 야구인생을 다시 쓴다! “근데…몸은 안 돌아왔네…?”
1화
숫자 얘기를 해보자.
프로 14년 차에 연봉 3800만 원.
1군 통산 출장기록 57게임, 연평균 4경기 출장.
0승 8패, 59이닝, 평균자책점 6.25, 2홀드 1세이브.
통산 승리기여도(WAR)가 마이너스인 선수가 있다면, 구단은 돈 주고 패배를 구입한 셈이 된다.
내가 14년 동안 꾸역꾸역 연봉을 받아 처먹으면서 한 일이라곤 구단주와 팬들 기분을 잡치게 하는 게 전부였단 것이다.
뭐 이젠 그것도 다 옛날 얘기지.
내 은퇴기사에 댓글은 32개가 달렸다. 여태 잡은 삼진 숫자보다도 많았다.
선수로서 거머쥔 건 방화범-핵폭탄 등 각종 불명예스러운 별명들.
마운드에 올라가 똥을 싸는 대가로 받은 14년 치 연봉.
그리고 세 번쯤 부러진 오른팔.
야구선수 손강민의 일대기는 딱 여기까지였고,
이제 나는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었다.
아쉬움은 언제나 있었던 거라서 별 감흥이 없었다.
* * *
「……자, 여러분께서 그토록 고대하시던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2031 KBO리그 개막전, 블랙캣츠 대 서울 타이탄스 중계를 지금부터 함께하시겠습니다. ……」
개막전을 집에서 TV로 보는 게 얼마만이더라.
거실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은 채 나는 추억에 잠겼다.
그래, 매년 이맘때면 나도 저 벤치에 앉아―
“……있었던 적이 없구나.”
하긴.
2군을 벗어났던 적이 거의 없으니까.
그렇다고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던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딱 한 번 있는데, 그게 아마 프로 3년 차 때였나.
음, 맞아. 기억난다.
7회 초 구원투수로 나와서, 7점 차로 이기고 있던 걸 아웃 카운트 한 개도 못 잡고 7실점 한 뒤에 고대로 강판당했었지.
그날 이후로 한동안 내 별명은 럭키세븐이었고, 두 번 다시는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좋은 추억이로군.
좌우지간 토요일 오후 두 시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 개막전을 시청하는 것은 은퇴한 선수만이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리라.
힘차게 캔을 따고 이제 막 쭉쭉 들이키려는데,
우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
누구 전환가 했더니, 형철 아재였다.
나는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초록색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여보세요.”
「어, 깡민이. 잘 지내냐?」
“거 평소에 연락도 잘 안 해쌌는 양반이 웬 전화요. 나 지금 야구 보느라 바빠요.”
「야구 본다고? 어디 거 보는데? 블랙캣츠?」
“남이사 어디 걸 보든. 근데 이렇게 막 전화해도 돼요? 지금 한창 팀 훈련 중일 텐데?”
「호. 누가 고양 토박이 아니랄까 봐, 2군 스케줄은 아주 그냥 꿰차고 있구만?」
“끊습니다.”
「야야야, 잠깐만 잠깐, 얘기 좀 듣고 끊어.」
형철 아재가 무슨 얘길 할지는 뻔했다.
그래서 그냥 바로 끊어버리려다가, 이번에도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 전에 얘기했던 2군 코치 껀 말이야. 역시 난 네가 적임자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역시나.
몇 번이고 거절했던 그 화제가 또다시 떠올랐다.
“그거 내가 싫다고 했잖아요.”
「아니 아니, 그 있잖아, 감독님도 단장님도 너가 딱이라고 생각하신다니까? 너만 오케이 하면 걍 바로 내일부터라도 자리 하나 딱 꽂아주겠단 거라니까?」
“어쩌라고요. 안 한다니까 그러네.”
「아니 아니, 대체 왜? 너 지금 하는 일도 없잖아. 야구 안 하면 앞으로 뭐해 먹고 살 건데?」
“저금 많이 남았습니다. 여차하면 고향 내려가서 치킨집이나 차리죠, 뭐.”
「아니……. 너는 뭐 미련 같은 것도 없냐?」
“없어요, 그딴 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들은 전부 무시했다.
뚝, 통화가 끊어지자 짧은 적막이 흘렀다.
TV 속 투수의 공이 포수의 미트 속에 박히는 소리는 관객들의 함성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미련.
있다. 사실은 야구장 다섯 개 분량만큼은 쌓여 있다.
다른 모든 선수들처럼, 나도 일류선수가 되는 꿈을 꾸었었다. MVP가 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거기서 또 인정받고……. 야구선수로서 이룩할 수 있는 가장 큰 영광과 명예들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분명 간절함만은 남한테 뒤지지 않았을 것이다.
뒤처진 게 있다면 그건 아마 재능과 세월이겠지.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대가는 남들보다 일찍 관두게 되는 것이었다.
2024.08.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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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13:20
2024.08.15 13:20
2024.08.15 13:20

포수까지 하는 건 진짜 사기캐인 거 같아요ㅋㅋ 신선한 전개 때문에 다음 화도 재밌게 보겠습니다!
24.11.30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인가요
24.11.04

제목에 이끌려서 들어온 작품! 재밌게 읽어보겠습니다!
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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