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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는 용사를 키우느라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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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크
134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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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올림픽 여자복싱 종목 금메달리스트, 이은혜. 시합을 앞두고 평소 즐겨하던 오토메 게임 [히어로 메이커] 속 성녀 ‘마리아 에스텔’에 빙의되고 만다. 현실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게임 속 능력캐 남주들을 하나하나 모아 마왕을 무찔러야 하는데. 문제는 이 빌어먹을 게임에 배드 엔딩밖에 없다는 것.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라. 배드 엔딩 뿐이었던 결말을, 해피 엔딩으로 바꿀 기회.” 그런데, 일이 좀 꼬인 것 같다. * * * “……비켜.” “…….” “비키라고 말했어, 알렌 이로아스.” 마왕성이 코앞에 있었다. 저곳에 가서 마왕을 쓰러트리기만 하면 이번에야말로 해피 엔딩을 보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당신은 항상 그랬지. 늘 내게 힘든 선택을 하게 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마리아 에스텔,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야.” “이 손 놔.” “당신이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 영원히.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그녀를 놓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롤로그

마왕성이 코앞에 있었다.

저곳에 가서 마왕을 쓰러트리기만 하면 이번에야말로 해피 엔딩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드디어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빙의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성심성의껏 키워 온 용사, 그리고 이 빌어먹을 게임의 주인공인 알렌이었다.

제 동료들마저 단번에 쓰러트린 그는 여전히 내 앞에 버티어 선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밤하늘처럼 칠흑 같은 눈동자로 오롯이 나만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비켜.”

“…….”

“비키라고 말했어, 알렌 이로아스.”

“당신은 항상 그랬지. 늘 내게 힘든 선택을 하게 해.”

알렌이 팔을 뻗어 내 손목을 잡았다. 나는 여태 알렌에게 완력으로 진 적이 없었다. 지금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힘을 주었지만, 바위처럼 단단한 그의 손을 좀처럼 뿌리치지 못했다.

“하…….”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알렌이 져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모르겠지만.”

자존심이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지만, 알렌은 아랑곳 않고 몸을 숙여 끌어당긴 내 손목에 입술을 맞추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당신의 목소리와 향기가, 사소한 행동과 버릇들마저도, 당신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나를 미치게 만들어.”

“이 손 놔.”

“마리아 에스텔.”

입술을 뗀 알렌은 처음으로 나를 이름으로 불렀다. 온몸이 불탈 것만 같은 소유욕이 담긴 눈동자가 애처롭게 떨렸다.

“나를 떠날 생각 하지 마.”

꾸욱. 내 손목을 잡던 힘이 더욱 강해졌다. 항상 내 눈에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던 알렌이, 지금은 성숙한 어른이 되어 나를 향해 빌고 있었다.

“봐, 당신이 나를 이렇게 키워 냈어. 똑똑히 봐, 당신이 만들어 낸 용사야. 그 어떤 누구도 당신과 나 사이를 갈라놓지 못해. 그게 설령 당신이라고 해도.”

“끝까지 방해하겠다는 거구나.”

그 부탁은 내가 들어줄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일부러 싸늘한 표정으로 손목에 매달린 알렌을 내려다보았다. 내 말을 들은 알렌이 옅은 미소를 그려냈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야.”

알렌은 내 목덜미에 진한 입술 자국을 새겼다. 그러고는 살짝 물러나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이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에스텔.”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는 몰라도, 알렌은 더 없이 뒤틀린 사랑을 나에게 요구했다.

“영원히.”

1화

[YBS 스포츠채널에서 2026년 서울 하계 올림픽 여자 복싱 라이트급 결선을 실시간으로 전해 드리는 중입니다. 이은혜 선수의 상대는 중국의 국가대표 다이린 선수입니다. 과연 이은혜 국가대표가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을지……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합니다!]

[이은혜 선수와 다이린 선수는 복싱 스타일부터 확실하게 차이가 납니다.]

[그 말씀은?]

[다이린 선수의 주특기가 사우스포를 살린 날렵한 아웃복서면, 이은혜 선수는 한 방 한 방이 묵직한 인파이터죠.]

[그럼 어느 쪽이 더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이 질문은 현재 복싱계에서도 아직까지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만큼 장단점이 확실하며, 결국에는 개인의 기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허설구 해설위원님도 시합의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게 아닙니다. 물론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어떤 스타일을 구사하던 압도적인 기량의 차이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리고 이은혜 선수는 여태 제가 본 수많은 복서들 중 단언컨대 최고의 복서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아아! 말 끝나기 무섭게 이은혜 선수! 순식간에 다이린 선수와 거리를 좁혀듭니다! 다이린 선수 이대로 코너에 몰리면 위험한데요. 아~ 여기서 정확하게 바디 블로우가 들어갑니다! 이대로 가드가 풀리면 위험한데요! 여기서 어퍼컷이 작렬합니다! 다이린 선수 다운! 심판이 카운트를 세기 시작합니다!]

삑.

엄마가 운전 중인 차 안에서 함성이 들리기 전에 DMB를 꺼 버렸다.

‘저 아저씨들도 대단해 정말.’

언제 들어도 오글거리는 해설에 닭살 돋은 팔목을 쓸어내렸다.

“얘 좀 봐,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끄면 어떡하니?”

“최 여사님은 안 질려?”

“얘, 질리긴 왜 질리니.”

운전대를 잡은 엄마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는 하기 싫다고 울며불며 떼쓰질 않나, 정작 시켜놓으니 지기 싫다며 밤낮없이 연습에만 몰두하질 않나. 네 뒤치다꺼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는 하니?”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런 딸내미가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 질리겠니?”

“앞! 최 여사님! 앞!”

엄마가 능숙하게 핸들을 돌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가드레일에 부딪힐 뻔했는데, 우리 최 여사님은 신경도 안 쓰는 눈치였다.

“이러다 정말 사고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

“얘도 참. 부끄러워하기는.”

“그런 적 없거든요.”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게 우리 모녀는 정반대였다. 하기야 나한테는 엄하기 그지없는 아빠마저도 엄마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나 다름없었다.

‘하계올림픽이 끝난 지도 벌써 한 달.’

나는 여성 복싱 라이트급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따냈다. 하루아침에 전국에 내 이름과 얼굴이 알려져 어딜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았고, 언론사들의 관심이 무더기처럼 쏟아졌다.

그 결과, 혼자 밖에 나가기라도 하면 꼭 귀찮은 일이 생기고는 했다. 한 달이 지났는데도 관심이 시들 기미가 없는 탓에 엄마가 없으면 어딜 나돌아다니지도 못했다. 머리도 식힐 겸 창문을 내리자 쌀쌀맞은 가을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얼마 가지 않아 엄마가 차를 멈춰 세웠다. 익숙한 우리 집의 대문이 보였다.

“바로 들어가서 쉴 거니?”

“응. 엄마는?”

“네 아버지가 협회로 와 달라더라. 가끔 보면 애를 두 명 키우는 기분이라니까.”

“아빠야 항상 그랬는데 뭘.”

“누가 아니라니.”

장난스럽게 말하자 선글라스를 슬쩍 내린 엄마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는 그런 엄마를 가볍게 포옹했다.

“어서 가 봐. 오늘도 인터뷰하느라 고생 많았지? 푹 쉬렴.”

“최 여사님, 제발 운전할 땐 앞에만 집중해. 보는 내가 다 겁나. 요즘 몸도 안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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