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일인도문의 전승자 성진. 명부를 넘나들며 세상의 끄트머리에서 선술을 연마하던 성진은 과거 혈란의 망령들이 다시 준동한다는 소식에 무림에 발을 디딘다. 흑사천의 부활로 스러져 가는 무림을 바로잡기 위한 도사의 여정이 시작된다.
1화
곤륜대산.
중원과 서장을 가르는 거대한 산맥.
험한 산령과 빽빽한 잡목림. 그 속에 도사리는 알 수 없는 괴이들로 노련한 심마니들조차 쉬이 오르지 못하는 험산이자.
정파의 거두 구파일방의 곤륜파가 자리한 도가의 성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험한 산지를 편전처럼 가로지르는 세 인영이 있었다.
“서둘러야 한다! 본디 거처가 명확지 않은 자! 거기에 진법과 법술에도 능한 자이니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존명!””
그들이 한 번 발을 내디딜 때마다, 주변의 풍경이 휙휙 지나갔다.
도저히 사람의 발걸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모습,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최상위 경공의 발로였다.
“태상! 잠시…”
“명 호법 왜 그러십니까? 한시가 바쁘거늘…!”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명 호법이라 불린 흑의인의 말에 앞서가던 노인은 제자리에 멈추더니 청력을 돋궈 이상을 찾았다.
-…쿵!
-…콰쾅!
“폭발음 같기도 한데….”
“아니 폭발음이라기보단 천둥소리와 비슷합니다.”
“천둥소리?”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태상?!”
천둥이란 소리에 노인은 눈빛을 바꾸더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노인의 신형에 놀란 다른 둘도 서둘러 경공을 펼쳤다.
그도 잠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커다란 나무 위에 가만히 서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 속도를 늦췄다.
“태상! 무슨 일이십니…, 저게 뭐야?!”
“아이가 멧돼지에게 공격을 받고… 아니 멧돼지를 공격하고 있는 겁니까?”
노인과 두 호법은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콰과광!!
작은 인영이 날쌔게 나무 사이로 몸을 날리면, 거대한 짐승의 그림자가 이를 쫓아 굉음과 함께 숲을 분쇄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집채만 한 덩치의 거대한 멧돼지는 사람 팔뚝만 한 어금니로 앞을 막는 모든 것을 가루 내며 미친 듯이 날뛰었다.
“이 돼지새꺄아아아!!”
“꽤이이익!!”
나무에서 쏘아지듯 멧돼지에게 덤벼든 아이의 손이 멧돼지의 머리에 쇄도했다.
“저, 저!”
“위험…!
“가만히들 있으라!”
집채만 한 멧돼지의 머리에 닿은 아이의 손은 너무 작아서 마치 바위에 내려앉은 나뭇잎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를 보다 못한 두 호법이 몸을 날리려 했으나 노인의 엄정한 목소리가 이를 막아 세웠다.
“가만히 지켜보도록!”
“태상 어찌…!”
호법들이 반발했지만, 이미 아이는 멧돼지에 덤벼든 후였다.
호법들이 참사를 막고자 재차 몸을 날리려 했으나, 상황은 그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벽산장(霹散掌)!”
쩌정!
“퀘에에에엑!”
아이의 손이 멧돼지의 머리를 후려치자, 굉음과 함께 멧돼지의 머리가 땅에 처박힌 것이다!
“엉?”
“엥?”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에 이미 극마지경(克魔之境)의 고수인 두 호법마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오늘 저녁 거린 통구이다! 이 축생 놈아!”
“꽤이이익!!”
그런 호법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겨우 잡은 공세를 이어갔다.
“벽조산연공(霹稠散聯公)!”
마치 갈래 벼락이 일제히 날아드는 것처럼 아이의 두 주먹이 번뜩이며 굉음과 함께 멧돼지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투두두두둥!
“크에에엑?!”
마치 가죽 북 수십 개가 일제히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멧돼지가 피를 토하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정말 기이한 일은 지금부터였다.
“어쭈? 이리와, 이리 안 와?”
“꿰이이익!”
“니미럴, 가죽 벗겨 튀겨먹어도 시원찮을 놈이 뭐?! 네놈이 뒤집어엎고 파헤친 약초밭이 얼만데, 뭐어?!”
“꾸익! 꾸익!”
“야이 개…, 아니 돼지 새끼가?! 그래서 밭 만들 때 어떻게 했어, 거아랑(巨牙狼)하고 산군(山君) 아재하고 너하고, 다 합의 봐서 외딴곳에 만들었잖아! 이제 겨우 다 자라서 채취하기만 하면 되는 양자초를! 그걸 홀랑 다 먹고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꽤이익!”
“됐고! 어쩔 거야 내 약초! 내 양자초오오!!! 다음 주까지 혼양단 완성 못 하면 사부님이 삼도천 견학시킬 거라고 했단 말이야!”
집채만 한 멧돼지가 눈을 내리깔고 아이 눈치를 보고, 심지어 아이는 멧돼지에게 성질을 내고 있다.
마치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것처럼.
“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
“혁 호법, 뭐가 문제십니까? 저 열 살 좀 넘어 보이는 아이가 집채만 한 멧돼지를 후려잡은 점? 아니면 그 아이가 멧돼지에게 성질내면서 길길이 날뛰는 점?”
“둘 다일세.”
“다행이군요.”
“뭐가?”
“저만 지금 눈이 맛이 갔나 했습니다.”
연신 눈을 비비며 정신을 못 차리는 호법들은 깔끔히 무시하고 태상교주라 불린 노인은 멧돼지와 드잡이하는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용안지주(龍眼之主)라……”
“태상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래도 제대로 찾은 듯하구나.”
의미심장하게 말을 흐린 태상교주는 아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그 와중에 멧돼지와 드잡이하는 아이, 자성진(嗞星震)은 미칠 노릇이었다.
스승이 낸 연단시험의 기일은 다음 주.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홀로 약초밭을 일구고 약초들을 키워내서 단약을 만들어야 했다.
허나 이곳은 온갖 영물들과 요괴들이 판을 치는 곤륜산맥 최심지.
당연히 밭을 일구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오, 여기면 좋겠다, 지기도 살아있고,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좋겠는….”
‘컹! 컹컹!’
‘엥? 거아랑? 수하들 사냥 구역이라고? 에이, 늑대들이 풀 뜯어 먹진 않잖아!’
‘컹컹컹!’
‘…. 이 개새X가 왕초 달더니 요즘 덜 맞았지? 늑대 놈들이 언제 내 눈치 보면서 사냥 다녔다고 그래!’
‘끼이잉…, 컹컹!’
‘우씨! 알았어, 알았다고! 딴 데 가면 될 거 아냐!’
그렇게 한 번 퇴짜 맞고.
‘어흥!’
‘아니 쫌! 아재도 우리 스승님 성깔 알잖아! 내가 뭐 다 뒤집어엎는데? 약초밭 쪼끄마한 거 일구는 것뿐이라니까!’
2024.08.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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