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나의 라흐마르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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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115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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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마수 전쟁을 일으켜 펜 제국을 멸망 직전까지 이르게 했던 크로우 대공. 삼십 년에 한 번씩 황녀를 제물로 데려가는 황실의 적. 마수의 피를 마시고 마수를 부리는 마수의 왕. 영지 밖으로 나오지 않아 누구도 본 적 없지만, 수틀리면 다시 제국을 마수떼로 짓밟을 수 있는 미치광이. 이것이 크로우 대공에 향한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대공은 두 번의 마수 전쟁을 일으켜 제국을 몰락 위기까지 몰아넣었고 한발 더 나아가 황녀를 요구했다. 힘이 없었던 황실은 대공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이후로 삼십 년 주기로 황녀들이 대공령으로 떠났다. 그들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황녀 한 사람을 희생해서 유지되는 평화에 모두가 묵인했다. 그리고 이백여 년이 흘렀다. 어김없이 약속된 삼십 년이 지나자 대공의 서신이 도착한다. [여섯째 달 마지막 날, 황자를 보내시오.] 처음으로 금기가 깨졌다.


프롤로그+1화

프롤로그

항상 무뚝뚝하던 얼굴에 드물게 감정을 드러낸 남자가 아들의 손을 잡고 사과했다.

“미안하다, 지그문드. 내가 무능하여 너를 지킬 방법이 이것밖에 없구나.”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소년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숀에게 당부해 두었으니 힘든 일이 있으면 그와 상의하거라.”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가슴이 미어졌다. 이런 날이 올 줄 알면서도 우유부단했던 과거에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때를 기다리면 복수할 시간은 반드시 온다. 그전까지는 저들이 너를 만만하게 여기도록 두어라.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자멸할 자들이야. 그러니 너는 그 시간에 힘을 키워라. 다시는 누구도 우리 가문을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알겠지?”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과업을 어린 아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할 말이었다.

“누구도 믿어선 안 돼. 항상 의심하고 경계해라.”

“명심하겠습니다.”

남자가 흐리게 웃으며 작은 얼굴을 애틋하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를 많이 닮은 얼굴을 눈에 담고 또 담았다. 사랑했고 증오했고 지금도 지긋지긋하게 사랑하는 여자. 그런 여자를 닮아 더 사랑하는 아들이었다.

“아비가 어리석어 너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주고 가는구나.”

“아버지…….”

이제까지 의젓하던 소년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가지 마세요, 아버지.”

울면서 목에 매달리는 아들을 껴안으며 남자는 억장이 무너졌다. 이 작은 아이를 홀로 두고 가야 하는 현실이 기가 막혔다. 하지만 거절하기엔 너무 오랫동안 황실의 개로 살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후계 다툼에서 밀려난 황족이었다. 목숨을 부지하는 대신 마수가 우글대는 척박한 땅으로 쫓겨났다. 이곳에서 황제의 명에 따라 마수를 토벌해 가며 희귀한 광물을 황실에 바쳤다.

이 모든 수고는 오직 하나, 황족으로 신원이 복원되기를 바라서였다. 그 간절함은 마침내 보답을 받아 다시 황족이 되었지만, 조건이 있었다.

지금처럼 계속 마수 토벌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문은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렸고, 충실하게 대를 이어 황실을 섬겼다. 그런데 욕심 많은 황제는 이제 목숨까지 바치라고 한다.

“주군. 이젠 가셔야 합니다.”

부자의 이별을 지켜보던 숀이 침울하게 일러 주었다.

“안 돼요. 가지 마세요, 아버지.”

지그문드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남자는 피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억지로 떼어 놓았다.

“부탁한다, 숀.”

울며 발버둥 치는 소년을 푸른 머리의 남자가 붙잡았다. 소년이 벗어나려 발버둥 치다가 그의 손등을 힘껏 깨물었다. 하지만 피부에는 긁힌 자국 하나 나지 않았다.

“지그문드.”

남자의 진중한 부름에 울부짖던 소년이 조용해졌다.

“웃어 주지 않겠니? 네가 우는 얼굴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구나.”

소년이 힘들게 입술 끝을 올렸다.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우스꽝스러운 표정에 남자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목구멍을 꽉 채운 뜨거운 덩어리를 삼키고 억지로 웃었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소년이 다시 울기 시작하자 남자는 턱이 부서지라고 어금니를 깨물며 돌아섰다.

성문이 열리고 기마병 백 명과 보병 이백 명이 크로우 가문의 깃발을 따라 움직였다.

배웅하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이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알기에 주저앉아 우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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