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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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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한
768화무료 24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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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와 요수가 득실대는 마수림에 울려 퍼지는 아기의 울음소리. 아기는 사연 많은 마수림의 노인들에게 거둬져 운소월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노인들의 정체는 신선의 길을 걷는 방사(方士). 운소월은 그들로부터 최고의 기공과 술법을 배운다. 신선이 되고, 사부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운소월이 세상으로 향한다!


1. 마수림의 아이 (1)

연남국 마수림(魔獸林).

한 중년인이 어둠이 짙게 깔린 깊은 숲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머리칼이 얼굴에 달라붙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옆구리에는 한 자루 칼이 꽂혀 있었는데 상처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찢어진 비단 장포 사이사이로 자못 심각한 상처가 엿보였다.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남자에게는 그의 심각한 상처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비단보로 감싼 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기는 남자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아는지 정신없이 울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까지의 며칠간 수없이 많이 울어댔으나 아기는 울음을 그칠 줄을 몰랐다.

“소주(小主), 울면 안 됩니다. 이제는 정말로 울면 안 돼요.”

중년인이 뒤를 흘끗 돌아봤다. 짙은 어둠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턱 끝까지 쫓아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죽음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의 아래에서 그는 달리기를 멈추고는 아기를 향해 속삭였다.

“소주, 아무 소리도 내지 마세요. 살아남으려면 조용하셔야 합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편안히 쉬지도 못했으니 배고프고 불편한 아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중년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그나마 더럽혀지지 않은 장포의 어깨 부위를 뜯어냈다.

“훗날 소인의 불경을 벌해주십시오.”

그는 뜯어낸 천을 뭉쳐 아기의 입에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비단 천이 입 안 가득 차자, 아기는 더는 소리 내서 울지 못했다. 아기의 커다란 눈에 맺힌 눈물방울의 크기가 더욱 커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중년인은 그런 아기의 얼굴을 잠시 내려다봤다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비단보를 조심스럽게 거머쥐고는 아기를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았다. 비단보의 끄트머리를 끈처럼 묶어 나뭇가지에 묶고,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재차 확인했다.

그는 연남국 사람이 아니었기에 마수림이 어떤 곳인지 잘은 몰랐으나, 어렴풋이 들은 적은 있었다. 풍문이 사실이라면 마수림은 아기가 살아남아 자라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위험한 곳이었다. 소주를 거둬줄 선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그럴 가능성은 티끌보다도 작았다.

“소인의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아둔해 달리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소주, 반드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중년인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뒤를 돌아보며 아기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멀리 사라졌다.

중년인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진 것인지, 길고 긴 밤이 지나는 동안 울다 지쳐 잠든 아기에게는 그 무엇도 다가오지 않았다. 빽빽하게 자란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이 눈두덩이에 닿자, 아기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침으로 축축해진 비단 뭉치가, 굶주림과 엉덩이를 찝찝하게 만드는 대소변만큼이나 아기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기가 입을 계속해서 우물거리기를 한참, 입 속에서 천이 툭 떨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서러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기의 불만은 지금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아기는 배고프고 지쳐 있었으나,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우렁찬 소리로 울었다.

한참을 울고 있으니 멀리서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아름다운 빛깔을 띤 오색의 깃털을 가진 새는 조화앵무(照華鸚鵡)라는 최하급 요수였다.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기에 포획해 관상용으로 쓰는 일이 많았는데, 아기에게 다가온 것은 야생의 새였다.

조화앵무는 아기가 앉은 나뭇가지에 내려와 머리를 갸웃거렸다. 아기는 새가 옆에 앉아 있거나 말거나 정신없이 울기만을 반복했다. 그러자 조화앵무가 아기의 울음소리와 똑같은 소리로 울더니 멀리 날아갔다.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러,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조화앵무를 어깨에 앉히고 아기가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로 다가왔다. 그는 조화앵무가 신기한 소리를 듣고 따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아기의 울음소리로 울어대자 새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혹시 마수(魔獸)가 아기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농간을 부린 것은 아닌가 의심했으나 살날이 많이 남지 않은 노인은 과감히 움직였다. 그 덕에 나뭇가지 위에 걸려 있던 아기가 발견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 갓난아이가 마수림까지 와 나뭇가지 위에 걸려 있는 것일꼬.”

노인은 조심스레 비단보의 매듭을 풀었다. 그는 자신을 인도해준 조화앵무를 날려 보내고, 짚고 온 청죽장(靑竹杖)마저도 버린 채 양팔로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바쁜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내단이 망가지기 전의 그였다면 걱정할 것이 조금도 없었겠으나, 지금은 그저 힘없는 노인에 불과했다.

하급 요수라도 나타난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혹시나 요수가 나타나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며, 노인은 그가 지내고 있는 작은 마을, 귀망촌(歸望村)으로 향했다.

* * *

귀망촌은 우거진 풀밭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무성한 풀 사이사이로 자그마한 노란 꽃이 피어 있었다. 노인이 조심스럽게 밟으며 지나는 이 귀란초(鬼亂草)야말로 마을을 마수로부터 지켜주는 더없이 중요한 영초(靈草)였다.

노인이 귀란초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자, 갑작스럽게 안개가 잔뜩 피어올라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노인은 더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안갯속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노인을 데려갔다.

귀란초가 마을을 마수로부터 지켜준다면, 진법은 요수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손에 이끌려 조금 걸으니 곧 안개가 걷히고 마을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을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했으나, 볼품없는 초옥 몇 채가 전부인 곳이었다. 사는 사람도 노인을 포함해 다섯 명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 아기를 데려왔으니 이제 마을에서 지내는 사람의 숫자는 여섯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었다.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푸른 장포를 입은 온화한 인상의 중년인이 노인 앞에 서 있었다. 노인은 그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정말로 아기가 있었네. 사내아이야.”

진법이 만들어낸 안개 속에서는 시야가 흐릿했던 탓에 중년인은 이제야 처음으로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년인이 아기를 받으려 양팔을 뻗었다. 그러나 노인은 품에 안은 아기를 내어주지 않았다.

머쓱한 팔을 거두고 중년인이 노인에게 다가갔다. 서럽게 울던 아기는 잠들어 있었다.

“마수가 농간을 부린 것이 아니라 다행입니다만... 이 아기도 참 기구하군요. 어쩌다 마수림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걸까요?”

“마수림에 어디 사연 없는 사람이 있던가. 태어난 지 100일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이 아기에게도 말 못 할 사연이 있겠지. 이럴 게 아니라 나머지 세 사람도 불러모으게. 새 식구를 소개해줘야지.”

잠시 후, 중년인은 세 사람과 함께 돌아왔다. 야성적인 느낌의 수염이 뺨을 뒤덮은 중년인, 키가 작은 삼백안의 중년인, 양팔이 잘린 젊은 남자 하나였다. 새로 나타난 세 사람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모여들어 노인의 품에서 잠든 아기를 바라봤다. 노인이 그들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인사들 나누게. 이 아기가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지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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