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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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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새
87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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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듣고도 믿기 힘든 대답이 들려왔다. 세희가 미간을 구긴 채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뭐라고요?” “나와 다시 결혼해.” “그게 무슨…….” “내가 그렇게 나쁜 남편이었던가.” 그렇게 묻는 강현의 눈빛은 어딘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아니요. 난 당신과 다시 결혼할 수 없어요.” 세희는 강현이 무어라 말을 잇기도 전에 돌아섰다. 이혼하고 1년. 그는 아직 모른다. 그녀가 왜 이혼을 요구했는지.


Prologue

“단 하나의 인연을 만나야 해. 그래야 자네가 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네.”

가끔은 주문 같던 그 말이 가슴을 헤집어 놓을 때가 있다.

겨울비가 쏟아지는 새벽.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든 나는 불현듯 눈을 떴다.

누군가 침실로 들어온 것 같아 조용히 사방을 살폈으나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끝도 없을 것만 같은 암흑.

귓전을 때리는 빗소리를 제외하곤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나는 허탈한 조소를 흘리며 다시 눈을 감았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 괜한 착각을 한 것일까.

그럼 그렇지. 당신이 올 리 없는데.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한 번 달아난 잠은 쉬이 돌아오지 않았다.

간신히 끊어놓았던 신경이 다시금 침대 옆 서랍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넣어놓은 서류봉투 하나.

비가 멎고 해가 떠오르면 달라질 인생이었다.

나는 뼛속까지 스산한 기분에 이불 안에서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선명하던 빗소리가 점차 아득해질 즈음, 등 뒤에서 시원한 향기가 풍겼다.

웅크린 몸을 끌어안는 팔, 등에 밀착하는 뜨거운 체온이 낯선 듯 익숙했다.

늘어져 있던 어깨에 힘이 들어가자 등 뒤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깨웠군.”

“당신…….”

나를 결박하듯 끌어안은 남자는 막 샤워를 마친 것인지 체온이 높았다.

잠옷을 들치고 들어오는 손에서 물기가 느껴졌다.

“언제 온 거예요?”

“조금 전에. 곤히 자는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어.”

남자는 말을 이으며 내 가녀린 뒷목, 도드라진 뼈에 입을 맞췄다.

촉.

“결국 이렇게 깨우고 말았지만.”

촉.

간질거리고 아찔한 마찰음이 연이어 울리지만 달콤하지는 않았다.

평소에는 얼굴 보기도 힘든 남자.

말 한 번 걸기에도 용기가 필요한 남자였다.

나른하지만 집요한 손길에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대로 더 잘 건가?”

“잠깐…….”

오랜만에 만난 그의 얼굴부터 보고 싶은데, 남자는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내리누르기에 바빴다.

맞닿은 체온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허리를 쓸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입안으로 밀려드는 말캉한 감각에 전신으로 소름이 돋아났다.

“흐읏.”

뜨거운 숨결이 스며들수록 나른했던 신경이 예민하게 일어섰다.

서서히 아랫배에 열기가 고이며 말초신경이 팽팽하게 당겼다.

나는 거부할 의사를 완전히 잃어버린 채 무릎을 벌려 그를 받아들였다.

입술 안에서 정제되지 않은 숨이 몇 번이고 섞이며 뒤엉켰다.

몸을 감싼 옷가지가 흐트러지고, 더는 참기 힘들다는 듯 그가 몸을 강하게 밀착했다.

* * *

“하아!”

엎드린 남자의 두 팔 아래에 갇혀 신음을 터뜨렸다.

조명 하나 없는 어두운 침실에 규칙적인 마찰음이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천천히……!”

커다란 창문으로 스미는 도심의 불빛이 하나가 된 두 개의 육신을 어스름하게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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