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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로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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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란
243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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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발에 참여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의 수상작이 된 그날, 처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려다 감전사로 죽었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게임 속이다?! 그것도 모자라 공략 캐릭터 중 하나에 빙의하다니! 심지어 이 캐릭터……, 여장 남자다. *** 이 거지 같은 게임! 연애 시뮬레이션이 언제부터 운빨 개망겜이 된 건데! 억울함에 고이는 눈물을 꾹 참자 담임이 당황하며 내 이름을 불렀다. “시아야? 왜 그러니?” 아, 그래. 내가 지금 민시아지. 그 이름을 듣자마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니, 아니에요.” 자리에 앉자마자 득달같이 말을 걸어오는 양재호를 대충 무시했다. 그렇게 궁금하다는 듯이 굴어도 가르쳐 줄 게 없었다. 뭘 어떻게 설명할까? 이 거지 같은 게임 속에서 여주인공만 믿고 살아왔더니.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사내새끼가 떡하니 나타났다고? 걔가 여기 주인공이라고? 요즘 소설도 이렇게 쓰면 욕먹는다. 작가가 개연성 개나 줬냐고! 근데 그 작가가 나냐고! 제작자 피셜 운빨 개망겜을 4D로 체험 중인 내 신세가 서러워졌다. 입을 열면 욕설이 울컥 올라올까 봐 입을 꾹 다물어야만 했다. 이 사태를 믿을 수가 없어서 자꾸 주인공 새끼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게 됐다. 물론 그런다고 저 새끼가 달고 있는 거시기를 떼고 지연아가 되진 않았다.


#1

1. 물 한 잔의 실수

그야말로 개죽음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끝이었다. 투명한 액체가 새 노트북 위를 지나 책상다리를 타고 낡은 멀티탭 위로 쏟아졌다. 반쯤 고장 나 전기가 튀던 콘센트에서 기이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파직, 커다란 파열음과 함께 어둠이 찾아왔다. 스물하나. 내 이번 생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순간이었다.

*

그날 하루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뜨고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탔다. 반밖에 쓰지 못한 리포트는 교수님의 사정으로 제출 날짜가 미뤄지고 오후 수업은 휴강이 됐다. 순식간에 찾아온 얼떨떨한 행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진짜? 농담 아니고?”

강의실을 나서는 도중 걸려 온 전화를 받자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황당한 마음에 재차 되묻자 걸걸한 목소리에 비아냥이 가득 담겼다.

[노옹담? 오늘이 만우절이어도 존나 선 넘지!]

욕설 섞인 친구의 말을 듣고도 직접 인터넷을 켜 검색했다. 정말이었다. 인디 게임 페스티벌. 쟁쟁한 작품들 속에 우리 게임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새끼야! 당장 튀어와! 마시다 죽을 줄 알아!]

낯간지러운 축하의 말보다 배는 더 생생한 소감이었다. 당장 자리를 벗어나 향한 곳은 언제나 모이던 술집이었다. 그렇게 1차, 2차, 3차를 지난 마지막 종착지는 허름한 내 원룸이었다.

“아오! 어깨 빠지겠네.”

꽐라가 된 놈을 추슬러 침대 위에 걸쳐 놓자 누군가 어깨를 토닥였다. 고교 동창이자 게임 시나리오 담당인 세하였다.

“야야, 고생했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어서 어깨만 으쓱하며 대답을 넘겼다. 그런 우리를 보며 뒤늦게 원룸으로 들어온 재우가 자연스럽게 술상을 폈다. 언제 샀는지 모를 새 술도 함께였다.

“저 새낀 대충 놔둬. 우리끼리 4차나 하지 뭐.”

평소엔 엄두도 못 낼 와인까지 있는 걸 보니 두 손이 절로 모였다. 가난한 대학생에겐 편의점 와인도 큰 사치였다.

“내가 말했나? 진짜 사랑한다고?”

내 입에서 나간 낯간지러운 고백에도 두 사람은 웃기만 했다. 그만큼 마음이 너그러울 수밖에 없었다. 3년의 준비 끝에 빛을 본 게임이 마른안주처럼 씹히며 우리의 입꼬리를 올려 주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성공한 것도 기적 아니냐?”

고1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었다. 게임 개발에 관심이 많던 세하가 동아리를 개설했고 최소인원을 맞추기 위해 나와 재우를 끌어들였다. 지금 꽐라가 되어 엎어져 있는 박민석이야말로 자진해서 들어온 유일한 멤버였다.

“쟤 미술부 갈 거라고 징징대던 거 생각난다.”

“몰랐냐? 저 새끼 진짜 울었잖아.”

재우의 놀림에 괜히 볼을 긁었다. 원래부터 게임 개발이고 뭐고 흥미가 없었으니 당연했다. 입시 미술만 하다 덜컥 게임 일러스트를 맡게 되니 얼마나 황당하던지.

“야! 그거 언제까지 우려먹을 건데.”

“아마도, 평생?”

옛이야기를 하며 낄낄대는 소리를 들었는지 주정뱅이 놈이 몸을 일으켰다. 잔뜩 성이 난 목소리가 우렁찼다.

“X발, 내가 너어… 꼬실 때느은, 존나 벼엉X 새끼 보듯, 굴어 놓고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 온 술주정의 시작이었다. 같이 게임을 만들자던 절친을 차고 동아리에 들어간 건 단지 머릿수만 맞추면 된다는 꼬임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박민석이 이런 변명을 곱게 넘길 놈은 아니었다.

“나도 속아서 간 거거든? 저 새끼가 이름만 올려 달라고 사정했다고!”

“사정은, 개뿌울……!”

투닥거리는 우리를 보던 재우가 취한 놈을 밀어 내며 어깨를 짚어 왔다. 자세히 보니 손에는 익숙한 USB가 들려 있었다.

“저 새끼 무시하고 일이나 받아.”

정식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할 일은 많았다.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한 일환으로 캐릭터별 외전과 함께 히든캐를 넣자는 계획이 바로 어제 통과했다. 회의에 불참한 내게는 불만을 말할 권한도 없었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거냐고.”

작게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는지 술잔을 기울이던 세하가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진 마. 이미 스탠딩도 있는 인물이라 이벤트 신만 그려 주면 되니까.”

나야 어차피 하라는 대로 그림만 그리는 놈이었다. 페스티벌 준비와 게임 제작으로 바쁜 건 셋이니만큼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로 낼부터 야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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