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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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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애츼
200화무료 2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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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재능 없는 순문학도에서, 재능 만점 웹소설가로! ‘오늘부터는... 환상을 쓰겠다!’ 길 똑바로 찾은 김형우의 인생 반전이 시작된다!


#프롤로그

펄럭!

허공에 A4용지가 나부낀다. 하나, 둘, 셋… 총 열 장. 지난 몇 달간 공모전을 준비하며 잠도 안 자면서 열심히 썼던 단편 소설이다.

부아아아앙!

그 위로 지나가는 두 대의 전동 킥보드가 땅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사정없이 짓밟았다.

“아, 안 돼…!”

오늘이 마감일인데.

형우가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1

3월 2일. 전국 학생들의 개강일. 봄의 하늘 아래로, 현수막 하나가 나부꼈다.

전국 대학생 문학상 평론 부문 당선. 한국대학교 4학년 조현수(문창과).

“에휴.”

현수막을 본 형우가 한숨을 깊게 쉬었다.

전국 대학생 문학상.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 중에선 가장 이름있는 문학상이다.

형우가 준비했던 공모전이기도 했다.

위이잉!

타이밍 좋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문창과 단톡이었다.

과대: 오늘 5시에 조현수 학우님의 전국 대학 문학상 대상 축하회가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신 분은 꼭 참석해 주세요.

조현수: 감사합니다.

서연수: 축하드려요 선배! 저도 소설 부문 냈었는데 ㅠㅠ

공태준: 야 ㅋㅋ 너 될 줄 알았다.

그 밑으로도 수많은 축하 메시지가 가득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메시지들을 보니 괜히 또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제출이라도 하고 떨어졌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괜히 사고에 말려들어서는.’

며칠 전, 대학교문학상 공모전의 마감일.

형우는 몇 달 동안 밤을 꼬박 새워 완성한 소설을 응모하기 위해 우체국으로 가던 중에 길을 헤매고 있는 듯한 할머니 한 분을 발견했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시간은 다섯 시 오십 분. 우체국은 여섯 시에 문을 닫으니, 마감 십 분 전이었다.

‘도와드리고야 싶지만….’

내 코가 석 자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우체국으로 발을 돌리려는 찰나, 형우의 눈에 한 무리의 중학생이 들어왔다.

부아앙!

딱 봐도 양아치같이 보이는 학생들이 전동 킥보드 두 대를 여섯 명이 같이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위험한데, 서로 왁자지껄 떠드느라 전방주시도 안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킥보드가 컨트롤이 될 리가 없었고……

“어, 어!”

……방향을 잃은 킥보드는 그대로 길을 헤매고 있던 할머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찔했지.’

만약 형우가 할머니를 향해 뛰어들지 않았더라면, 분명 큰 사고가 났으리라.

‘그 탓에 공모전은 놓쳤지만.’

학생들이 탄 킥보드는 형우의 소설을 사정없이찢어발겼다. 최대한 빠르게 근처 피시방에서 새로 소설을 뽑아 왔지만, 이미 시간은 여섯시 반. 우체국의 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에휴. 내 방학.”

한숨을 내쉬며 형우는 핸드폰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부적을 바라봤다. 참새 한 마리가 그려진 노란색 부적. 자신을 점쟁이라고 밝힌 할머니가 고맙다며 준 것이다.

“영험하다던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평소에는 미신을 잘 믿지 않는 형우였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왠지 모르게 미신 같은 것에도 은근히 믿음이 가는 법이다.

“요, 형우!”

교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등을 툭 쳤다. 형우가 그쪽을 돌아봤다.

“아, 의재구나. 오랜만.”

방학동안 운동이라도 한 건지, 안 그래도 떡 벌어졌던 어깨가 더 커진 느낌이었다. 거기에 부담스러운 태닝이라니.

문창과 학생이 아니라 체육과 학생이라고 해도 해도 위화감이 없는 이 남자의 이름은 서의재.

형우의 동기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나저나 뭘 그렇게 보고 있었냐?”

의재의 물음에 형우는 그대로 머리 위 현수막을 가리켰다. 아, 저거. 의재가 아는 체를 했다.

“현수가 현수막에 걸렸네.”

“그걸 지금 개그라고 한 거야?”

형우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의재를 바라봤고, 의재는 뭐 어떠냐는 듯이 하하 웃었다.

“네 얼굴이 워낙 죽상이기에 좀 풀라고 한 거야. 그나저나 조현수라니. 세상 존나 불공평하네. 걔는 부자고, 얼굴도 반반하고, 글도 잘 쓰고. 못하는 게 뭐냐? 듣자 하니 뭔 카드 게임도 잘한다던데.”

조현수.

과 수석으로 입학한 이후, 한 번도 1등을 놓쳐 본 적 없는 수재 중의 수재였다.

“하기야, 그러니 대학 문학상을 탔겠지.”

“분명 졸업생 대표도 쟤가 할 걸? 얼마 전에는 뭔 행사에서도 대상 탔다던데……. 그나저나 형우 너, 뒤풀이 갈 거냐?”

아까 메시지로 온 현수의 수상 기념 뒤풀이를 말하는 거였다.

“난 됐어.”

형우가 고개를 저었다. 현수와는 나름 친한 사이였지만, 그 자리에 가면 너무나도 배가 아플 것 같았다.

‘누군 내지도 못했는데, 누구는 대상이라니.’

좀생이 같다고 욕할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는데 뭐 어쩌라는 건가?

“정말? 안 간다고?”

의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형우를 쳐다봤다.

“한우 먹는다던데?”

“뭐라고, 한우?”

한우, 그 단어에 형우의 몸이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래 인마. 몸에 좋고 맛도 좋고 1인분에 이만 원씩 한다는, 마블링이 르누아르가 그린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는 그 한우!”

누가 문창과 아니랄까 봐, 묘사가 아주 리얼했다. 형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

“넌 나중에 음식 블로그 하면 잘하겠다.”

“그거 칭찬이냐, 욕이냐?”

“칭찬이야.”

꼬르륵.

형우의 위는 결국 의재의 실감 나는 묘사를 참지 못했다.

* * *

짠!

형우와 의재의 잔이 부딪쳤다. 눈앞의 석쇠에서는 고기가 지글지글 익고 있었다.

“인마, 오길 잘했지?”

“그래. 이 고기가 뭐랬지? 스키야키?”

“일본식 불고기라는데, 우리 학교 근처에 이런 데가 있었을 줄이야. 나만 몰랐지 뭐.”

“알았어도 우린 못 와. 짜장면이나 먹었겠지.”

“흐흐, 그건 그렇지. 그러니 맘껏 먹자고!”

그렇게 한창 한우를 음미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의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선배! 적당히 좀 먹어요!”

2년 후배인 서연수. 그녀는 마음에 안 든다는 눈으로 의재를 째려봤다.

“아직 현수 선배는 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막 먹으면 어떻게 해요!”

“뭐래, 돈 네가 내냐? 현수도 분명 뭐라고 안 할걸?”

“그걸 선배가 어떻게 아는데요?”

“왜 몰라? 연수야. 우리는 말이다, 현수를 삼 년 넘게 봐 왔단다.”

문창과는 전통적으로 늘 여초과였다. 특히 형우와 의재의 기수는 그게 조금 더 심했다. 총원 서른에 남자 고작 세 명.

“그 상황에서 친해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니? 연수야, 그러니까 우리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 혹시 아니? 우리가 너랑 현수 사이에 다리라도 놔 줄지?”

“다, 다리라니! 무슨 소리예요?”

“너 현수 좋아하잖아. 우리 과 애들은 다 알 텐데.”

당황한 연수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누, 누가 좋아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괜히 글을 쓰는 사람이겠니. 인간의 감정, 서브 텍스트, 그런 걸 누구보다 잘 캐치하니 글을 쓴다고 나서는 것이야. 뻔히 보이는 인간의 감정을 모른 척하면, 글쟁이로서 벌 받는다.”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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