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달달물 #코믹 #오해/착각 #빙의물 #일공일수 #나름애절물 #성장물] 데뷔와 동시에 기획사가 망해 버리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진 섹시 아이돌 송재윤. 심심풀이로 읽던 소설 <신의 제국> 속 시리아로 빙의한 건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이 이렇게 정숙하고 금욕적인 세계인 걸 알기 전까지는! *** “시리아. 왜 이런 일을 하신 겁니까?” “……제가 뭘요?” “가슴을 훤히 드러내지 않았습니까?!” “예? 더워서 단추 세 개 푼 것뿐인데요.” 몸에 땀띠가 날 것 같은 더위란 말이다. 목 끝까지 채워진 단추 몇 개 푼 것뿐이라고. “가슴이 훤히 다 보였단 말입니다.” “……남자가 가슴 좀 보이면 어떻다고…….” “저렇게 야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다니…….” 경악하는 황태자 루브린의 눈빛에 쫄아 버렸다. 책에서 정숙의 나라라는 설명은 없었다고. 백번 양보해서, 다 맞출 수 있어요. 경건한 노래만 골라서 불러볼게요. 그런데, 난 아이돌 출신이고, 섹시 컨셉이었다고요! [수_송재윤(20)_시리아 173cm 미인수, 아이돌수, 능력수, 의도치 않은 섹시수, 철벽수, 귀염수, 사랑스럽수, 동정수, 상처수, 의도치 않은 유혹수, 의도치 않은 도망수] [공_루브린(23세)_황태자 188cm 짝사랑공, 미남공, 동정공, 순정공, 수한정 착한공, 투기공, 집착공, 능력공, 다정공, 은근 말잘듣공, 강공]
#1
하아…….
송재윤은 입 밖으로 내지 못한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눈앞에 있는 신관의 눈치를 보다가 그의 불룩한 배에 아무렇게나 시선을 두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속이 갑갑했다.
저는 서양풍 판타지 소설 [신의 제국] 속 시리아라는 존재에 빙의되었다. 황태자까지 신탁으로 정해 주는 나라에, 그를 위해 내려 준 이세계의 사람이 시리아라는 존재였다. 책의 내용은 단순했다. 신탁이 정해 주지 않은 황태자가 시리아를 맞이하여 우여곡절 끝에 황제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다.
그런 소설 속 시리아라는 엑스트라급 조연에 빙의한 거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물론 중간에 적국에 납치되는 봉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귀한 존재이기에, 얌전히 있으면 황태자한테 금세 구해졌다.
저는 아이돌로 데뷔하자마자 기획사가 망해서 오갈 데도 없는 몸이었기에, 이곳에서 신의 매개체인 ‘시리아’로 신성시되어 귀한 취급을 받는 게 나쁘지 않았다.
상징적인 조연으로 초반에만 등장하고 나중에는 거의 나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했다.
그런데…….
문제는 소설 속에 없던 디테일한 설정 때문에 자꾸 곤란해진다는 거였다.
‘이건 정말 아니지 않아?’
송재윤은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 눈앞의 중년 남자의 눈치를 보았다.
두리둥실한 몸매의 신관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흰 로브를 걸친 채 어찌할 줄 모르며 저를 보고 있었다. 동그란 턱선이 바르르 떨리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인지 입술까지 떨었다. 그런 그의 눈치를 보던 송재윤의 고개가 점점 숙어졌다.
“시리아님.”
“……예.”
“왜 이런 일을 하신 건지요?”
“……제가 뭘요?”
신관의 의미심장한 눈초리에 송재윤은 억울한 눈빛을 보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거추장스러운 소맷단을 매만졌다. 카라 셔츠에 레이스가 겹겹이 달려 있는 소매는 무대 의상 같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찌는 듯한 더위에 긴소매에, 겹겹의 레이스는 온몸에 땀띠가 날 정도였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신관입니다. 신을 모시는 신관이란 말입니다. 아무리 시리아님이 원하셔도 그건 안 됩니다.”
신관의 입에서 차마 이럴 줄 몰랐다는 억울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두툼한 등허리를 뒤로 돌리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감정을 참는 것 같기도 했다.
송재윤의 미간이 의문스레 살짝 구겨졌다.
“……뭐가요?”
“신의 기도가 끝나고, 가슴을 훤히 드러내지 않으셨습니까?!”
가슴 위에 팔을 교차하며 도리질을 치는 신관의 얼굴은 경악 그 자체였다.
“가슴을 드러내다니요? 저는……. 더워서 단추 세 개 푼 것뿐인데요.”
“가슴이 훤히 다 보였단 말입니다.”
“……남자가 가슴 좀 보이면 어때서요?”
“귀족도 절대 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시리아가! 신의 매개체이신 그대가 가슴을 드러내다니요.”
신관은 책망하다 말고, 어찌할 줄 모르는 듯 왔다 갔다 했다.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시리아였다. 신의 매개체.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파르티스 제국의 신성한 존재였다. 그런 그를 질책하는 것 자체가 신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었다. 완벽한 시리아를 맞이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노출이라니.
가슴을 막 드러내고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에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었다.
몸을 보이는 건 배우자 외에는 허락되지 않았다. 하다못해 목욕할 때도 옷을 입고 들어가서 하는 법이거늘. 대신관님께서 기도의 방에 들어가셔서 상의할 곳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연신 한숨을 쉬어 댔다.
부산스러운 그의 동작에 송재윤은 삐딱한 자세로 입술을 삐죽이 내밀었다.
“바른 자세 하십시오.”
작은 흐트러짐도 허하지 않는 신관의 말에 허리를 쭉 폈고 어깨를 반듯이 했다. 모델 자세와 워킹을 배웠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다. 우아하다는 말까지 들은 워킹과 포즈였으나, 이렇게 혼날 때까지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입이 댓 발 나오다 못해 찌그러져 비틀리기 직전이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물어보려고 입을 벌렸을 때였다.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신관이 서둘러 발을 옮기자 송재윤의 자세가 금세 흐트러졌다. 짝다리를 짚고 불만스러운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렇게 온몸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보고 자세를 다시 바로 했다. 신전 예배용 흰색 예복을 입은 그는 파르티스 제국의 황태자였다. 그가 등장하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계에서 잘생긴 남자 순위 10위 안에 뽑힐 만한 얼굴에, 생전 처음 보는 붉은 눈동자. 게다가 비단 같은 실버골드 머리카락. 단단해 보이는 몸과 키는 모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잘생김과 예쁨의 중간선에 있는 황태자 루브린은, 한마디로 잘남의 결정체였다.
루브린은 굳은 표정으로 저를 보았다. 전에는 호기심 넘치는 반짝이는 눈동자였는데, 지금은 무척 가라앉고 혼란스러운 눈빛이었다. 그런 그에게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황태자인 그에게 밉보여서 좋은 것 없으니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당연한 거였다. 제게 의식주를 해결해 주시는 부사장님 아니신가. 게다가 소설에서 납치된 시리아를 손수 구하러 오신 분이지 않은가. 그만큼 시리아를 아끼는 분이었다.
제 미소를 받은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신관에게 조용히 물었다.
“이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파르티스 제국을 번영시키라는 신탁이라지만, 이건 시리아께서 사시던 곳과 파르티스 제국의 문화가 달라서 벌어진 일 같습니다.”
공손한 신관의 말에 황태자 루브린의 눈이 송재윤에게 향했다. 목 끝까지 채워진 셔츠를 바라보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레이스 소매 안에 두 손을 맞잡은 기다란 손가락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저 희고 매끈한 손가락이, 셔츠 단추를 풀었다.
하나, 둘, 셋.
옷 속으로 손가락이 들어가더니 옷깃을 잡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 팔락거리며 셔츠가 들썩였고, 희고 뽀얀 살결이 드러났다. 보일 듯 안 보이던 유실이 선명하게 눈에 찍혔다.
연핑크. 아니, 살구색을 띤 핑크.
2024.08.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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