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사랑받는 막내는 처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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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나비
215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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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가 태어나셨어요!" 아이씨, 진짜. 매번 시궁창같은 삶만 살아서 더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기어코 또 100번째 삶을 시작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공작가 좀 이상하다? 정 안 붙이려고 일부러 안 귀여운 짓만 골라했는데. "오빠한테 우리 막내 웃는 얼굴 좀 보여주면 안 될까?" "언니가 우리 막내를 지켜 줄 거야!" "우리 아기를 위해 기사단을 만들었어요!" 왜 이렇게 날 예뻐하기만 하는 거야. 근데 내 가족, 건드리려는 애들이 많잖아? 그래서 슬쩍 주변 정리를 했는데. "내 딸을 건드리고 살아남길 바랐는가?" "또 우리 막내를 건드리다니, 끝을 보고 싶으신가요?" 부모님은 내 앞에서만 천사셨다. 나쁜 놈한테는 가차 없으셨다. 겸사겸사 대공 후계자한테도 사알짝 신경 써 줬는데. "나 싫어?" 얘 왜 나한테 꽂혔지? 그렇게 예쁜 얼굴로 홀릴 듯 바라본다고 "난 네가 귀여워서 죽을 것 같은데." 내가 너, 넘어갈 줄 알고?


01.

서장. 바라지 않은 끝과 시작

나는 정이 좀 고팠다.

“주말에 엄마가 갑자기 우울하다고 놀러 가자고 하잖아, 그래서~”

“지난주 드라마 봤어? 나 눈물 났잖아. 애기가 엄마 보고 싶었다고 우는데…….”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곤 했다.

내게는 없던 거였으니까.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은 뭘까?

첫 삶, 나는 그런 것들을 동경했다.

분명 나도 형태만큼은 제대로 된 가족 속에 있었는데도.

너무도 평범한 4인 가족이었다.

다만 부모님이 결혼도 출산도 인생의 흘러가는 버킷리스트쯤으로 생각한 사람들이었을 뿐.

하나만 낳으면 아쉬우니 둘. 딱 그런 마음으로 나와 오빠를 낳았다.

다행히도 오빠는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뭐든지 중간치기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내게 무언가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관심도 없었다.

“야, 라면.”

“다 먹었다. 설거지해.”

오빠란 인간은 그런 무관심을 기가 막히게 이용하곤 했다.

뭐, 나도 부모님에게 관심 좀 가져 달라고 끈질기게 굴 만큼 열정적이지도 못했지만.

그래서 내게 부모님이란 식탁 위 지폐 몇 장과도 같은 존재였으며, 오빠는 없는 게 차라리 도와주는 인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이 좋았다.

갈 곳 잃은 애정은 친구들이 받아 주었다.

“영화 보러 가자, 머리도 하고. 응? 응?”

“맛있는 데 찾아 놨어, 가자!”

부모님을 닮아 무뚝뚝하고 얼핏 무심한 내 어설픈 애정을 친구들은 먼저 알아차리고 늘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랬기에 나는 첫 삶, 죽는 순간에도 무서웠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가족들은 슬퍼하지도 않았을 테고.’

오빠나 심부름꾼이 없어졌다고 좀 아쉬워했겠지.

“안 돼, 왜, 왜 네가……!!”

갑작스럽게 우리를 덮친 미친 운전 실력의 자동차에 나는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친구를 밀쳤다.

마지막 순간 애처롭게 소리치는 친구의 목소리에 나는 안심했다.

‘다행이다, 무사해서…….’

친구에겐 언니바라기 동생도 있고, 그런 의젓한 딸이 자랑스러운 부모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스무 살의 문턱 앞에서 나는 수능이 끝난 즐거움도 만끽하지 못하고 첫 삶과 작별했다.

* * *

‘그걸로 끝났다면 저엉말 좋았을 텐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따분한 눈으로 내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나는 무려 아흔아홉 번째 죽음을 강요받고 있었다.

“이렇게 부탁할게, 너만 희생하면 돼.”

아흔아홉 번쨰 삶, 내 오빠라는 인간이 입을 열었다.

“그래, 안다. 우리가 염치없다는 건……! 하지만 모두가 죽을 수는 없지 않으냐!”

지금 입을 연 건 내 부친이었다.

“아, 얘야. 나는 정말로 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단다. 하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니, 모두를, 모두를 구하려면…….”

가증스럽게 눈물을 찍어 내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날 낳은 모친이었다.

하, 진짜 가지가지 한다.

“그대에게도 나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야. 그대의 죽음으로 가문은 명예를 얻고 그대는 영웅으로 영원히 추앙받을 테니까.”

심지어 오늘 처음 본 놈이 내 약혼자랍시고 떠들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이러니 매번 죽을 때면 처음이 떠오르지.’

그때는 강요받아서 죽은 게 아니었으니까.

‘이 개차반들을 위해 죽는 거하곤 비교하는 게 실례지!’

그때만 해도 나는 나름 뿌듯했다.

다음이 이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아니, 상상할 수 있었대도 그게 아흔아홉 번은 너무 하지.’

그야말로 끔찍한 재난이었다.

게다가 더 너무한 건 첫 삶에서 친구를 구하고자 몸을 던져선가, 그 뒤에도 항상 뭘 구하라고 날 죽음으로 내던졌다.

무려 아흔아홉 번, 지금까지 계. 속.

‘그것만이면 조금은 덜 억울하지.’

솔직히 수능 끝나고 얼마 안 돼서 죽은 것도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흔아홉 번, 99번이라는 이 큰 숫자가 되도록 나는 단 한 번도 스무 살이 돼 본 적이 없었다.

영원히 십 대에서 머무르라는 건지, 뭔지.

‘당장 지금도 열일곱이란 말이야.’

한마디로 내 가족이라는 작자들은 고작 열일곱짜리 나에게 죽어 달라고 하는 거였다.

‘아무리 그럴 힘이 있다고 해도 말이야, 진짜 양심도 없지.’

친구를 구할 때, 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수능이 끝나서 놀 생각에 신난.

하지만 삶이 쌓일 때마다 보상이라도 되는 건지 온갖 신기한 힘이 축적되었다.

‘보상은커녕 힘든 적이 훨씬 많은데.’

당장 지금도 그 힘으로 자신들을 구하라고 하지 않는가.

‘그놈의 힘이 무섭다고 지금껏 없는 사람 취급해 놓고선.’

가족의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저 사람들은 첫 삶의 내 부모만도 못한 자들이었다.

아니, 애초에 늘 그런 부모나 가족을 만났다.

오히려 지금 삶의 가족들은 그저 냉대하고 죽지 않을 정도의 밥은 줬으니 양심적이긴 했다.

나는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아흔아홉 번에 이르기까지 왜 희생적인 죽음을 강요받았을까?

정답은 그런 시궁창 같은 세계에서만 태어났기 때문이다.

멸망 직전의 세계. 나는 이제 평화로운 세계가 어떤 덴지 상상도 못 하겠다.

태어나자마자 숨이 끊어질 뻔한 적은 너무 흔해서 놀랍지도 않았다.

형제끼리 죽이려 드는 곳에, 자기 자식이 태어나는 족족 죽여 버리는 부모, 내가 저주받았다며 냉대하거나 죽이려 드는 부모와 친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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