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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움켜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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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바다/진서은
62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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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슴 떨리는 만족과 행복감을 안겨준 존재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힘든 일일수록 더 도전하고 싶어 하는 그의 호승심을 제대로 자극해줬으니 그에 부응해주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숨바꼭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지.” 그의 미소가 한껏 진해졌다. 본의 아니게 숨바꼭질을 하게 된 도현과 시환. 무사히 놀이를 끝내고 숨은 행복과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1화

유모의 손을 잡고 들어온 아이는 자신이 잡고 있는 손의 떨림을 감지한 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연 같은 검은빛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 단정하게 빗어 넘겨, 하얗고 조그마한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아이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낼 만큼 예뻤다. 세상 어떤 인형을 가져와도 아이처럼 예쁜 인형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리와 앉거라.”

무표정한 남자의 말에 유모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일그러졌다.

“회장님, 아가…… 아니, 도련님은 아직 너무 어리십니다.”

이제 겨우 휘청거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작은 아이가 걸음을 옮겨 소파에 앉는 모습을 바라보는 유모의 얼굴이 안타까움으로 일그러졌다.

“네 살이면 충분해.”

말이 네 살이지 12월에 태어나 이제 겨우 30개월이 된 어린아이였다.

“그리고 내 아들이면 당연히 강하게 자라야지.”

겁먹은 듯 허공을 헤매던 아이의 눈동자가 유모에게 닿았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을 향한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 묻어났다.

“아, 아가…… 도련님.”

차마 다가서지 못하고 외면하는 유모의 눈에서 기어이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가.”

소파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남자는 차갑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회, 회장님, 제발…….”

유모는 기어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돈을 받고 자식을 낳자마자 미련 없이 돌아선 독한 엄마를 둔 가여운 아이였다.

“1년만. 아니, 6개월 만이라도 더 돌볼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제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생모가 냉정하게 버리고 돌아선 핏덩이를 받아 애지중지 키웠다. 물론 고용된 입장이었지만 아기가 안쓰러워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았다.

“차 실장.”

못마땅한 듯 잔뜩 미간을 찌푸린 남자의 부름에 대기하고 있던 남자가 흐느끼는 여자를 이내 사무실에서 데리고 나갔다.

“이도현.”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유모가 나간 문을 바라보던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아버지라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누가 뭐래도 넌 하나뿐인 내 아들이다. 그러니 강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절대 울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던 유모의 말을 떠올리며 아이는 작은 주먹을 말아쥐고 입술을 꾹 깨물어 눈물을 참아냈다.

“예, 아버지.”

울음기가 묻어나긴 했지만 제법 단단한 목소리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는 듯.

* * *

15년 후.

챙, 챙, 챙그랑.

섬뜩하도록 잘 벼려진 진검을 휘두르는 도현의 동작에는 조금의 군더더기도 묻어나지 않았다.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가벼운 몸놀림은 마치 검무라도 추는 듯 황홀하기까지 했다.

우웅.

묵직하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도현의 공격을 힘겹게 받아내던 우인의 목에 서늘한 칼날이 닿았다.

-제, 제가 졌습니다. 도련님.

제법 오래 버티던 우인은 손에서 칼을 놓으며 손을 움직여 항복을 선언했다.

스윽.

깔끔한 동작으로 칼을 거둔 도현의 이마에는 살짝 땀이 맺혀있었지만, 호흡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있었다.

-이젠 도련님을 당할 사람이 없겠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인의 손이 빠르게 감탄의 말을 만들었다. 170을 조금 넘는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만 보고는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실력이었다.

귀가 드러나는 짧고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입고 있는 옷만 아니라면 늘씬한 여자 모델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하얀 피부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쓸데없는 소리.”

미성에 가까운 목소리에는 냉정함이 담겨 듣는 사람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스케줄은?”

-한 시간 후에 카론 교수님께서 오십니다.

다음 스케줄을 손짓으로 알려주며 수건을 건네는 우인에게 도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동안 웬만한 수업들은 우인과 함께 받아왔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작년부터는 도현 혼자서 들어야 하는 수업들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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