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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탑신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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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탄
5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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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군 프로게이머. 감전 사고 이후 머릿속에 AI가 생겼다. [움직임 분석 결과, 근처에 상대 동료들이 매복했을 가능성 농후.]

#게임#먼치킨#천재

해설과 캐스터가 흥분했다.

 

-정글 몬스터를 두고 대치하는 엘릭서와 프랙쳐.

-로비와 카리에자가 몰래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엘릭서 내버려두면 성장 못 막는다, 지금 처단해야 한다는 거죠!

 

스크린 속.

세 명의 레드팀 영웅이 블루팀 영웅을 겨냥한 포위망을 구축했다.

한창 몬스터를 때리던 블루팀 영웅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수풀 속으로 숨었다.

 

-낌새를 느꼈습니다, 엘릭서.

-이 몬스터 어차피 내 건데 왜 근처에서 알짱거리지? 싶은 거죠.

-반대편으로 빙 돌아가는 카리에자.

-프랙쳐 진입합니다!

 

레드팀의 선봉을 맡은 영웅, 투우사가 블루팀 영웅에게 돌진해 붉은 망토를 펼쳤다.

범위 내의 적을 도발하며 자신은 방어력 보너스를 얻는 궁극기.

기습에 당한 블루팀 영웅이 멍하니 투우사를 때렸다.

 

-로비가 합류해서 때립니다!

-계속 맞으면 투우사도 마냥 멀쩡하지 않아요. 빠르게 마무리해 줘야….

-어어?!

 

번쩍!

블루팀 영웅은 도발이 풀리자마자 모든 이동 기술을 사용해 투우사를 무시했다.

뒤에서 자신을 때리던 영웅, 명사수에게 접근해 순식간에 콤보를 밀어 넣었다.

퍼퍼펑!

 

-와아아악! 로비 선수 사망!

-안전거리였는데! 안전거리였는데에에!

 

쉬이익!

뒤늦게 합류한 세 번째 레드팀 영웅, 암석거인이 블루팀 영웅에게 날아갔다.

돌진해서 상대를 공중에 띄우는 궁극기.

쿵!

그러나 헛방이었다.

 

-끝까지 아껴놨던 궁극기! 잠깐 무적이 되면서 암석거인을 무시합니다!

-잠깐만요, 프랙쳐가 죽게 생겼어요!

 

도발로 얻어맞느라 체력이 깎인 투우사.

블루팀 영웅인 발키리가 집요하게 달라붙어 마무리했다.

그 와중에 좌로 피하고, 우로 피하고.

신묘한 움직임으로 투우사의 스킬을 한 대도 맞지 않았다.

결국 투우사가 털썩 쓰러졌다.

혼자 남은 암석거인이 열심히 때려보지만, 성장 차이 때문에 이길 수가 없었다.

 

-트리플 킬!

-도대체 투우사 스킬을 몇 번 피한 거죠?

-처음 궁극기 빼고는 다 피했어요! 암석거인 궁극기와 W도 안 맞았고요!

-상대팀 입장에서 보면, 이거 완전 말이 안 되잖아!

 

신나서 날뛰는 해설과 캐스터.

꺄아아아악─!!

여유롭게 씨익 웃는 엘릭서의 얼굴이 화면에 잡히자 황홀한 비명을 지르는 관객들.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이 순간, 게임의 주인공이 된 엘릭서는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파밍 조금만 더 하면 풀템.’

[지금 본진에 귀환해야 합니다.]

‘몰라. 타워 깨러 간다.’

[상대 영웅이 15초 안에 수비하러 오면 역으로 당합니다!]

‘크르르. 못 참겠다!’

[아, 안 돼. 그러지 마라.]

‘돌격!’

[안 돼애애!!]

 

***

 

“계약 연장, 없다더라.”

“…….”

“아카데미에 너보다 두 살 어린 녀석 있는데, 걔를 키우려나 봐.”

 

유일하게 나를 믿어줬던 코치님 입에서 저 말이 나오니까,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었다.

코치님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고개를 떨궜다.

목덜미에 손을 올린 채 물었다.

 

“플레이오프까지는 제가 뛰죠?”

“당연하지, 인마.”

“…그럼 됐어요.”

 

됐을 리가 없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감추려고 주먹을 쥐었다.

내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팀원들의 시선이 모였다.

 

“형, 코치님이 뭐라 했어요?”

 

팀의 정글, 그나마 싹싹한 윤기가 말을 붙였다.

나는 순식간에 표정을 감추고 밝게 웃었다.

 

“나 좀 분발하라고. 솔직히 1위 할 전력인데 나 때문에 플옵 턱걸이인 거잖아.”

“아….”

 

그때 쯧쯧, 하고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코치 말 듣고 괜히 나대지 마세요. 무난하게 묻어만 가시라고요.”

“야, 송현수. 뭔 말을 그렇게 하냐. 형이 참으세요.”

 

팀원들이 송현수를 끌고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내 편에 서기보다는 녀석을 살살 달래는 편을 택했다.

그도 그럴 게, 송현수는 2군 최고의 미드고 난 2군 최악의 탑이니까.

홀로 남겨진 나는 상가를 올려다봤다.

 

“계약 종료 통보를 무슨 PC방에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서 터덜터덜 구단 사옥으로 향했다.

현재 내가 속해있는 헤일로 게이밍 2군은 운영이 개판이다.

방금 PC방에서 나온 것도, 팀이 곧 신형 컴퓨터를 들이겠다며 멋대로 기존 컴퓨터를 버린 탓이다.

덕분에 며칠 동안 짜장라면 냄새 맡아가며 연습해서 짜증 나는데, 이제는 이런 엉터리 팀마저 내가 필요 없댄다.

 

“하, 진짜.”

 

원래 화가 많은 편인데, 이번엔 화도 안 났다.

중3에 2군 입성, 데뷔전 펜타킬.

여세를 몰아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자퇴.

그 후로 4년 동안 2군 밑바닥을 기었다.

냉철하게 보면, 지금까지 안 잘리고 버틴 게 요행이다.

노력은 충분히 했다고 자부한다.

모든 챔피언을 연습하면서 상성을 익혔고, 분석 자료와 통계는 노트에 옮겨적으면서 달달 외웠다.

변방 리그 아마추어 대회까지 찾아보면서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근데 언제나 실전에서 머리가 새하얘졌다.

손이 맘대로 안 움직이고, 자각 못 한 사이 최악의 판단을 내린다.

공부량은 팀에서 가장 많은데, 데스 수도 가장 많았다.

매년 모의고사 오답 노트는 기깔나게 만들면서 수능을 망치는 꼴.

4년 동안 발전이 없었다.

아니, 약간이나마 발전은 있었는데 남들이 훨씬 더 빨랐다.

그래서 현상 유지는커녕 점점 뒤처졌다.

못하는 1군 선수는 별명이라도 생기는데, 난 그런 것도 없다.

 

‘주인공이 되고 싶었는데.’

 

세상의 중심, 장안의 화제.

나도 언젠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겠지, 막연하게 상상하며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나는 그저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엑스트라1이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2군 연습실로 들어갔다.

 

“뭐야?”

“본 적 없는 디자인인데.”

 

연습실이 떠들썩했다.

구단 단장이 직접 와서 노래를 부르던 그 신형 컴퓨터 때문인 듯했다.

내가 가까이 가니 윤기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게 우리 컴퓨터야?”

“네. 근데 설치 기사가 내일 온대요.”

“뭐?”

 

난 이마를 찡그렸다.

유선형 몸체에 남색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특이한 디자인의 컴퓨터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마치 사이버펑크 세계에서 넘어온 제품 같았다.

 

“이놈의 구단은 진짜 별의별 걸로 지랄하네….”

 

소매를 걷어붙이고 컴퓨터를 들었다.

송현수가 딴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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