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수많은 비명이 바람과 함께 흩어진다.
“끼야아악!”
“오빠!”
“도와줘요!”
비명이 향하는 곳에는 이끼 낀 바위로 쌓아진 거대한 문이 있었다.
소용돌이치며 빨아들
주위에 있는 온갖 생명체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을의 온갖 것들이 부서지며 얼마 전까지 살던 마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저 문으로 향해야 했다.
수많은 비명 중 눈앞에서 내 동생이 나를 부르고 있다.
칼파는 문틈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였다.
가냘픈 팔, 강한 풍압, 하필이면 문틈을 잡은 상황까지 다.
나는 칼파와 금방이라도 달려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가까워질 수 없었다.
바람은 나에게만 밀어내듯 불어왔다.
발을 앞으로 내딛는 족족 제자리 걸음이었다
바람을 뚫고 나가려면 방법은 하나.
한순간을 이용해서 전력으로 문까지 달려야 했다.
“ 후욱….”
벅차는 체력은 나를 가로막으리
“기다려! 후욱… 내가 금방 갈게!”
어떤 일이 있어도 너만은 지켜야 하니까.
* * *
평범한 삶.
무엇보다 어렵지만 바라는 일이다.
이스트위즈 한적한 시골. 내 가정은 누구보다 평범함을 바라고 있었다.
손자, 손녀, 조손, 세 식구가 겨우 발 뻗고 잘만한 오두막집은 가족에게 무척이나 소중했다.
먼지가 풀풀 날리지 않았으며, 창밖으론 싱그러운 풀꽃 냄새가 들어왔다.
내게는 오늘도 평범한 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밭에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들, 오늘도 믿고 편하게 할게요.”
“믿기는, 네가 100인분은 해줘야지 않겠어?”
오가는 농담에 잠이 덜 깬 아침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땅을 빌려 돈을 받으며 농사를 지었다.
한편, 가족이 일터에 간 사이 칼파는 조금 늦은 아침을 시작했다.
집안일을 마치고 가족에게 전해줄 식사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고고고.
집 안팍을 오가는 미미한 진동.
요리에 집중하고 있던 탓에 칼파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진동이 어떤 참상을 불러일으킬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 * *
던전의 미동은 밭까지도 전해졌다.
“어이, 칼스. 뭔가 이상하지 않나?”
“그러게. 지진이라도 나려는가?”
“그렇지? 던전문이라도 생긴 거 아니여?”
“던전문이 지금요? 에이, 설마요. 아무 예고도 없이 그럴 리가 없어요.”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밭을 갈기 바빴다.
반대로 진동은 점점 더 거세져만 갔다.
콰과광!
언덕 너머에서 들린 굉음.
언덕 너머에는 칼릭스가 살고 있는 마을이 나왔다.
“저기는 우리 마을 아니여? 쟤는 어디가?”
“어이, 칼릭스? 야!”
칼릭스는 언덕 너머로 달렸다.
걸어서 20분 걸리는 언덕을 절반 가까이 감축하며 마을로 향했다.
다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참고 버텼다.
뛰고 뛴 끝에 칼릭스가 본 건 동생이 눈앞에서 사라지려는 광경이었다.
* * *
나는 바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였다.
칼파의 손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보였다.
다리의 감각은 무뎌진 지 오래였다.
흐느적거리는 다리로 문에 거의 다다른 순간.
몸을 돌리며 문을 향해 도약했다.
내가 칼파를 향해 손을 뻗자 칼파도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두 손은 종이 한 장을 앞에 두고 맞닿는 일은 없었다.
“칼파, 칼파!”
칼파는 문 안으로 내던져졌다.
쿠움-
던점눈은 칼파가 문 안으로 들어가자 걸려있던 장애물이 빠진 듯 순식간에 닫혔다.
입을 닫은 던전문은 서서히 땅 밑으로 자취를 감췄다.
쿠쿠궁!
던전문은 처참한 잔해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마력이 충족되어도 문은 제자리에 남는 것이 이치였다.
소란했던 비명은 잠잠해지고 고요가 찾아왔다.
마을은 온통 작물이며 건축물이며 식물 등 온갖 물체들의 잔해가 흩뿌려져 있었다.
세 가족이 살던 자리는 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미동이 잠잠해지자 마을 사람들은 던전이 발현한 곳으로 몰렸다.
인파 속에 섞여 있던 할아버지는 내게로 서서히 다가왔다.
“칼릭스야! 괜찮은 거냐?”
“다른 사람들은, 응?”
남들이 두, 세 마디를 내게 늘어놓을 때 할아버지는 눈짓보다 강한 한마디를 남겼다.
“가자.”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 가는 할아버지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은 삭막했지만, 차마 할아버지에게 어떠한 위로도 건네지 못했다.
* * *
그날 밤은 헛간에서 잠을 청했다.
마을이 재건되기 전까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밤새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워 있으면 이곳저곳에서 잃어버린 사람들의 통곡이 들려왔다.
계속 소리를 듣고 있으면 칼파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눈에 선한 미소가 띠었다.
칼파는 마지막까지 평범하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영원할지도 몰랐을 평범함을 나는 깨버렸다.
왜 던전문이 생기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던전은 나만 밀어낸 것이었을까.
왜 칼파가 마지막으로 던전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을까.
내가 내린 답은 결국 하나였다.
무능하니까.
이 세계는 힘이 없으면 누구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내게는 마력이 없을뿐더러 마력이 두려웠다.
내 가족들을 데려간 던전은 마력으로 이뤄져 있었다.
결국 나는 마력과 싸우기 위해 마력이 없어도 힘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는 가까운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 내 곁에 있는 어른은 나만큼 힘든 시기일 것이다.
2024.09.28 06:59

마검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드네요. 재밌습니다.
24.11.06

ㅋㅋㅋㅎㅋㅎㅋㅋ 안 숨김은 신박하네요 재미있습니다!
24.10.27

마력과 검술로 무엇을 해낼지 정말 궁금합니다 다음화가 기대되네요
24.10.27
칼릭스는 검술로 강해질 수 있을까...? 얼른 다음화 주세요 (┬┬﹏┬┬)
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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