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노엘 클로란체. 나이는 열두 살. 우리 집에는 살아 움직이는 인형이 있다. *** 보육원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는데, 곰 인형을 줍고 난 뒤로 바뀌기 시작했다. 괴담만 무성한 몰락 가문, 클로란체에 입양된 것! 낮에는 인형, 밤에는 사람. 그래도 새 가족이 생겼겠다, 나름 화목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우리 가문이 몰락했다구요? 그래서 돈이 없다구요? 거기에 가주님, 아니 아빠의 말에 따르면, 내 곁에 있으면 저주가 약해진다는데? 그렇다면… 저주도, 망해버린 가문도. 내가 다 해결하겠어!
노엘이 사는 보육원은 인형이 없었다. 평민에게 인형이라 하면, 어디 농가에서 수확하고 남은 밀이나 머리카락으로 만드는 게 다였다.
동물의 모습을 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인형은, 만드는 방법도 재료도 고급이라 쉽게 볼 수 없었다.
동물의 모피로 겉모습을 만들고, 평민들은 돈을 겨우 모아서 살 수 있는 명주 솜을 안에 넣고, 귀한 흑진주를 눈에 박은 것이 바로 귀족들이 말하는 인형이었다.
그런 비싸고 귀한 인형을 발견하게 된 건, 보육원 아래에 있는 마을이었다.
심부름을 위해 도착한 마을 입구에, 연두색의 곰 인형이 떨어져 있으리라고 어느 누가 생각했을까?
“왜 그래?”
“여기에 인형이 있어!”
친구인 티아의 물음에 노엘이 땅바닥에 떨어진 곰 인형을 가리켰다.
연두색의 곰 인형은 누군가가 밟고 갔는지 꼬질꼬질했다.
“이런 곳에 왜 인형이 있을까?”
노엘이 손가락으로 콕콕 인형을 건드렸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장난감이 노엘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예쁘고 비싼 인형 같은데, 누가 두고 간 걸까?”
“설마, 이거 가져가려는 건 아니지? 그러다가 도둑으로 오해해서 신고하면 어떡해! 이런 비싼 거면, 귀족이 갖고 있던 걸 수도 있잖아!”
티아는 노엘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제 어린 친구의 호기심이야 많이 겪었다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남의 것, 그것도 귀족의 소유물을 건드렸다간 화를 입는 것은 당연지사. 심지어 보육원 출신 고아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감옥에 끌려갈 것이었다.
“그만 가자. 선생님이 금방 오라고 했잖아.”
티아의 재촉에도 노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곰 인형을 유심히 보다가, 그 더러운 걸 제 품에 안았다. 6살 답지 않은 노엘 특유의 오지랖이 발동된 것이다.
“뭐해? 더럽잖아!”
“이거 주인 찾아줄래!”
“뭐어?”
노엘이 눈을 반짝 빛내며 말하자, 티아가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인형도 분명 주인을 잃어버려서 속상해하고 있을 거야! 본래 주인에게 돌려준다면, 칭찬받지 않을까?”
“귀족들이라면 그냥 새로 인형을 살 걸? 누가 버린 걸 수도 있어. 이제 그만 가면 안 돼?”
티아가 노엘을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노엘은 인형을 안고 후다닥 달려갔다. 티아는 울상인 채로 노엘의 옆에 다가갔다.
“노엘! 그냥 두고 가자, 응?”
“싫어! 주인 찾아서 돌려줄 거야!”
티아의 애원에도 노엘은 요지부동이었다. 더러운 인형을 꼬옥 안은 모습이 마치 노엘이 인형의 주인 같았다.
“…선생님께 혼나도 난 몰라!”
노엘의 고집에 결국 티아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같이 보육원으로 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둘의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처음 보는 장난감을 들고 왔으니, 호기심에 몰려든 것이다.
“우와! 인형이다!”
“노엘, 나 한번 안아봐도 돼?”
“엄청 부드러워 보여!”
특히, 노엘보다 나이 많은 아이들이 눈을 빛내며 인형을 만지려고 했다. 딱 봐도 값비싼 물건으로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팔면 제법 짭짤하게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만질래!”
“노엘, 내가 깨끗해서 빨아서 줄게. 한 번만 안아봐도 돼?”
“안 돼! 더럽단 말이야.”
저보다 나이 많은 아이들의 손을 피해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도착한 노엘은 한숨을 푹 쉬었다.
“후아, 선생님한테 혼날 뻔했다….”
노엘은 본인의 침대에 앉아서 꼬질꼬질한 곰 인형을 들여다봤다.
언젠가 봤던 책에서 그런 글이 적혀 있었다.
‘인형의 두 눈은 화려한 보석이며, 그 안은 푹신한 솜으로 채우고, 보드라운 털을 갖고 있어 안고 있으면 잠이 저절로 온다.’
노엘이 갖고 온 인형 역시 그러했다. 더럽지만, 푹신하고 부드러웠으며, 인형의 두 눈은 보라색의 보석이 자리를 잡았다. 분명 땅에 떨어져 있었던 것임에도 좋은 냄새가 났다.
책에서 묘사된 것처럼, 안고 있으면 잠이 저절로 올 것 같은 인형이었다.
“걱정 하지마, 내가 꼭 주인을 찾아줄게!”
노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인형의 눈을 바라봤다. 그 순간.
꿈틀.
‘방금, 움직이지 않았나?’
노엘은 눈을 한번 비볐다. 인형과 눈을 마주치고 있지만, 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사람을 보는 듯한….
“에이 설마!”
노엘은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며, 인형을 들고 빨래방으로 갔다.
2024.12.07 01:27
2024.12.07 01:22
2024.09.28 06:32

인형 가문... 처음 보는 키워드... 츄릅...
24.12.13

제이드의 정체가 궁금해지네요... 작가님, 다음 편이 시급합니다!!!
24.11.03

인형이 남주인가 보군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4.10.29

노엘이 제이드가 자기 방에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겠네요. 상상하니 벌써부터 귀여워요🥰 노엘이 인간일 때의 제이드와 마주치는 장면이 두근두근, 기다려집니다:)
24.10.29
수정

정말 정체가 궁금하네요 다음화가 기다려집니다.
24.10.27

제이드의 정체가 뭔지 궁금하네요. 왜 곰인형이 된 건지...! 노엘과도 어떻게 될까 궁금합니다! 1화 재밌게 읽었습니다!
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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