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상태 이상에 걸려 아이가 된 S급 헌터를 맡아버렸다.
“서원 씨 이거 봤어?”
권예현, L 기업 국내 첫 글로벌 앰버서더 발탁…. 서원은 건조한 눈으로 이 대리가 내민 액정 속 글자를 가볍게 훑었다.
“우리나라 헌터들 대단하네요.”
형식적인 대답이 자연스레 나갔다. 물론 어느 정도의 진심 또한 담겨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원의 동생 또한 헌터였다. 그것도 그 귀하다는 사이코키네시스 능력을 보유한 S급 헌터인 권예현이 소속된 길드의 길드장.
자신의 동생을 떠올린 서원은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요즘 젊은 애들은 다 헌터 한다고 난리라며?”
“옆 부서 신입도 헌터 한다고 나갔대요.”
“쯧……. 이래서 요즘 애들이란, 다들 박 주임만큼 얌전하면 얼마나 좋아.”
“혹시 모르죠, 우리 서원 씨도 헌터 한다고 그만둘지.”
과장의 옆에 서서 비위를 맞추던 이 대리가 갑작스레 서원에게 태클을 걸었다.
‘아, 저 새끼 또 시작이네.’
이 대리는 근래에 들어 자주 사람들 앞에서 서원에게 시비를 걸곤 했다. 아마 서원이 고졸임을 알았던 이후부터였나. 서원은 속으로 이 대리를 잘근잘근 씹어가며 대충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가 무슨 헌터예요.”
“요즘 각성 관련해서 사기도 많던데, 괜히 그런 데 걸리지 말고.”
“사기?”
“박승찬 아시죠? 그 사람 형도 박승찬 자기가 각성시킨 거라면서 사기 치고 다녔었대요.”
쿨럭, 서원은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뿜었다.
“어우, 조심 좀 해줘 서원 씨?”
그새 민첩하게 아메리카노를 피한 이 대리는 타들어 가는 서원의 속도 모른 채 태평하게 등이나 쳐줬다.
“서원 씨가 동생 많이 아꼈었지? 그럼 자기 가족 팔아먹는 족속들 보면 놀랄 수도 있겠다.”
이 대리가 위로랍시고 건넨 말에 서원의 기침이 더욱 거세졌다. 저 시발 새끼를 어쩌지…….
그러니까, 이 대리가 말한 자기 가족 팔아먹는 족속들.
박승찬의 형은, 박서원이었다.
* * *
서원이 사기를 치고 일반 직장에 숨어 들은 것은 아니었다. 사기를 쳤다는 소문도 순 거짓에 불과했다.
서원은 18살의 나이에 초등학생인 승찬을 만나 D급임에도 히든 클래스인 ‘양육자’로 각성했고, 그 덕에 승찬이 A급 헌터로 각성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렇지만 ‘양육자’로서 승찬에게 어떠한 행위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에 가까웠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라는 커다란 역할을 맡게 된 서원은 매일 일에 치여 살았다. 후에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서고 승찬에게 넌지시 A급 헌터가 될 것이라고 귀띔해 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능력 사용이었다.
그런 서원에게 있지도 않은 사기 전과가 생기게 된 것은 승찬의 권유로부터 시작되었다. 매번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능력을 사용조차 못 해본 서원에게 평소 집안의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친구를 소개해 주고자 한 것이다.
[토요일에 시간 돼?]
[형이 등급 봐주는 거까진 될 것 같대]
[나 A급 되는 것도 알려줬는데 혹시 모름ㅋㅋ]
그러나 친구의 형이 승찬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고, 헌터에 집착하던 가족들이 서원에게 들러붙기 시작했다.
문자로 닦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번호를 차단해도 각기 다른 번호로 24시간 내내 전화를 걸어오는 꼴에 잔뜩 열이 난 서원의 폰이 방전되는 일도 잦았다.
“우리 아들 헌터 만들어 줄 수 있다면서요?”
“그런 적 없습니다. 가주세요.”
그 만행들이 일주일 정도 지속된 이후엔 가족들이 집 앞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분명 단호하게 거절하고 잘 타일러 보냈던 것 같은데. 가족 중 하나가 인터넷에 글을 쓴 것이 화두가 되었다.
[남자 헌터] 박승찬 헌터 형한테 사기 당했습니다.
제 동생이 박승찬 헌터 형에게 사기를 당해서 억울한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요즘 주변인들에 저까지 모두 각성해서 동생이 초조했던 건지 박승찬 헌터한테 상담을 했나봐요
그런데 박승찬 헌터 형분이 자기가 히든 클래스여서 각성시켜줄 수 있다고 동생을 현혹했다네요;;;
아무리 연락을 해도 안 받으셔서 집 앞에 찾아갔더니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지 뭡니까
A급 헌터 동생한테 얹혀사는 주제에 동생 팔아서 사기나 치다니 박승찬 헌터도 참 불쌍하네요
댓글 보기
- 엥;;; 뭐임 박승찬 그렇게 안 봤는데
ㄴ 난독이냐 박승찬 형이라잖아
ㄴ 박승찬이 형 소개 시켜줫다며ㅋㅋ 딱 봐도 둘이 짜고 친거지
- 박승찬 욕하는 사람들 뭐임? 박승찬 헌준생들 ㅈㄴ 좋아하자나;;;; 기부도 많이 하는데 갑자기 헌준생 등골을 빨아먹는다고?
ㄴ ㄹㅇㅠㅠ 우리 승찬이가 그럴리가 없는데
ㄴ 이미지 때문이지 뭐
ㄴ 박승찬 형님에 미친애 아님?? 맨날 인터뷰하면 팔불출짓 하던데 그 형바보가 형님을 배반할리가
ㄴ 그냥 돈미새형이 형바보 이용하는듯
ㄴ 동생이 자꾸 돈 뿌리고 다니는데 열받을만하지
- 동생하나잘주워서인생피고부럽
ㄴ 뛰어쓰기나 해
ㄴ 뭘 뛰어요? 띄어쓰기겟지
- 근데 뭘 사기당햇다는거임? 돈 줫다는말도 없는데
친구의 형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올린 글은 여러 사이트로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급기야 만난 적도 없던 사들이 올린 거짓 글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도 박승찬 헌터 형 피해자입니다]
[각성 사기 고발합니다]
2024.09.28 06:27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쓰여진 현판물 같아서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 •̀ ω •́ )✧
24.11.30

누가 개수작을 하나요! 너무 궁금합니다!
24.11.12

인터넷 댓글 고증이 엄청나네요 다음화가 기대됩니다.
24.10.27
동생이 데려온 아이가 누굴지 ㅜㅜ 다음화 기대하겠습니다!!
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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