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하르덴(남주)과 로레타(여주)는 어린시절에 인연이 있었고, 커서 공작과 하녀로 다시 만난다. 하지만 하르덴에 대한 충격적인 기억이 있는 로레타는 하르덴을 피해 다닌다. 점차 둘의 오해가 깊어져 서로가 서로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로레타는 사실 하녀가 아닌 다른 꿈이 있어서 저택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하르덴은 점차 로레타를 좋아하고 집착해서 계속 저택에 두려고 하는 집착 혐관 로맨스.
1화
철창으로 이루어진 정문은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잘못 보면 감옥의 입구 같기도 했다.
정문 너머로 보이는 저택은 멀리서 보아도 명문가의 권위가 느껴졌다. 화려하지만 추잡스럽지 않은 외관, 정교하게 구상된 건지 이따금씩 건물에 박혀 있는 문양들은 고급졌다. 앞에 서 있는 도어맨 마저도 귀티가 흘렀다.
‘베른하이데가…….’
말로만 듣던 그 ‘베른하이데’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오늘 새로 온 하녀입니다.”
나는 오늘, 이 저택의 하녀가 되었다.
***
사실 평민 하녀인 내가 감히 이런 명문가에서 일할 수 없었다. 전부 전에 일하던 곳의 막내 아들인 월터 덕분이었다.
‘그곳은 여기보다 월급을 더 많이 더 많이 줘. 제과점 차리려면 돈을 빨리 모아야 할 테니까, 한번 가봐.’
나는 월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월터는 내 꿈이 제과점을 여는 것이란 걸 안 후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주었다. 마침 베른하이데가에서 새 하녀를 구하고 있었다.
고용인을 새로 들이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운이 참 좋았다.
발렌티니 백작가와 인연도 있어서 월터가 직접 추천서를 넣어주었다.
베른하이데 공작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있긴 하지만, 내게는 말도 꿈도 못 꾸는 일자리라서 공작의 성격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월터를 만나서 다행이야. 내일 만나면 감사하다고 해야지.’
걱정과 설렘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외관과 어울리지 않은 꽃내음이 풍겼다.
‘백합인가?’
왜인지 익숙한 향이었다.
정문에서 저택 안으로 들어가기까지도 오래걸렸다. 숨이 찰 때즈음, 갈색 머리를 곱게 내려 묶은 중년의 여자와 마주쳤다.
“새로 온 하녀인가?”
“네, 로레타 아르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자, 하녀장이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하녀장은 나를 데리고 저택 구경을 시켰다. 하도 넓어서 한참이나 돌아다녀야 했다.
딱딱한 단화에 발바닥에 아프기 사작할 때 즈음, 하녀장이 마지막이라며 2층 테라스로 향했다.
테라스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람에 물결치는 푸른 초원과 여기저기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심어진 커다란 백합 나무.
‘……어?’
이상하게 기시감이 느껴졌다.
“여긴 베른하이데가의 정원이야. 이 저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 저기 보이는 백합나무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나무란다.”
‘설마…….’
나는 테라스 난간을 붙잡고 정원을 살폈다.
9년 전에 매일 밤마다 찾아가 놀았던 정원과 닮아있었다. 아니, 똑같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백합나무와 그 뒤에 있는 담장이 내 기억과 일치했다.
‘아.’
나는 문득, 그날의 총성이 들려왔다. 그 소음의 주인이 장총을 들고 피에 젖은 채 내 앞에 서 있었다. 그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 남자는 매일 밤 내가 찾아와 정원에서 놀고 있으면, 어느샌가 근처에 앉아서 나를 구경했던 남자였다.
소년과 청년 사이로 보이는 그 남자는 몇 년 동안이나 나를 구경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원에 들어오자마자 커다란 총성이 귀를 먹게 했었다. 그 남자는 장총을 들고 사람을 셋이나 쓰러뜨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내 앞에 엎어졌다. 내 뺨에도 그들의 피가 튀었다.
그런 끔찍한 현장의 주인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표정에 동요가 없었다.
날 내려다보던 시리도록 차가운 푸른 눈이 눈 앞에 선연했다.
“로레타?”
하녀장이 정원에 한눈 팔고 있는 나를 불렀다. 나는 다급히 기울었던 몸을 세워 하녀장 앞에 공손히 섰다.
“저택 소개는 여기까지야. 그나저나, 주인님 이야기는 들었을까?”
“소문으로만 들어왔습니다. 공작과 기사로서의 능력이 출중하시다고.”
“그래. 2주 전에 주인님께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시고 돌아오셨어. 오시자마자 가업을 운영하시느라 바쁘시지. 네가 마주칠 일은 별로 없겠다만, 소음에 예민하신 것만 기억하고 있으렴.”
“네, 알겠습니다.”
“2층 집무실에서 일 하시니까, 그곳을 지날 때 폐 끼치지 않게 조심하고.”
“네, 명심하겠습니다.”
소문대로 무서운 사람이 분명했다.
‘정말 베른하이데가의 정원이 그때 그 정원이고, 그때 마주쳤던 남자가 베른하이데 공작님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만약 맞다면, 나는 감히 겁도 없이 베른하이데가의 정원에 들어왔던 거다. 그런 흉포한 살인자인 줄도 모르고.
심지어 그 남자에게 직접 만든 쿠키까지 주었으니…….
나름 한 때 추억으로 자리 잡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의 악몽을 꾸었다. 그 남자는 그 이후로, 내게 악몽이 되었다.
‘제발, 제발 착각이어라.’
나는 그렇게 빌며 하녀장과 함께 테라스를 나갔다.
***
1층 끝에 위치한 방에서 건네받은 하녀복으로 갈아입었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진 금발을 동그랗게 내려 묶고, 하얀 머리망으로 덮었다. 백작가와 달리 머리띠는 없었고, 좀 더 단정하고 무난한 하녀복이었다.
마무리로 앞치마를 묶고, 밖으로 나갔다.
하녀장이 배정한 대로 몇몇의 하녀들과 함께 정원으로 가 빨래를 했다.
새하얀 이불을 발로 밟아 세탁하고, 길게 이어진 줄에 이불을 널었다.
일을 하는 내내 머릿속에는 이 저택의 공작님으로만 가득했다.
멀리에 보이는 백합 나무가 눈에 보일 때마다 더 그랬다.
무엇보다, 직접 정원에 와보니 그때 그 정원이 맞다는 확신이 강해졌다.
“혹시, 주인님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내 뜬금없는 질문에 하녀들이 의아하게 보다가 한명이 대답했다.
“스물 네 살이셔. 그건 왜?”
‘내가 8살 때 열 넷에서 열 일곱 정도로 보였으니까…….’
계산해보니 얼추 그 남자와 나이대가 맞았다.
2024.10.13 22:10
2024.10.13 21:59
2024.10.13 21:28
2024.10.13 21:28
2024.10.13 21:27
꼼꼼한 배경 묘사랑 작품 분위기에 압도되는 기분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글 써주세요 〒▽〒
24.11.30

서로를 기억하지만 서늘한 분위기... 그리고 정원이라는 배경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과연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24.11.27

제목 자체도 매력있다고 느껴졌는데 주인공도 매력있네요ㅠ 다음에 어떤 상황이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24.11.12

남주 저러다가 후회하겠죠? 제발...
24.11.03

와.... 진짜 내가 다 불안하네
24.11.03

여주 주변에 윌터나 하녀장님 같이 좋은 어른이 있어 다행이네요
24.11.03

남주.... 꽤 순정남이었구나 어머니, 이미 며느리는 찾은 거 같습니다 ^^
24.11.03

와.... 여주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지 너무 기대되요
24.11.03

서늘한 로맨스의 시작... 마음에 들어요.
24.10.31

회빙환 없는 로판...오랜만이라 신선하다...
24.10.28
로레타 과거가 안쓰러워요 ㅠㅠ 다음화가 필요합니다!
24.10.25
남주도 로레타를 알아봤네요?!! 사랑이다 이건..
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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