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원작의 여주인공을 죽이려다 처참히 실패하고 죽어버리는 악역에 빙의했다. 절대 죽지 않고 쥐 죽은 듯 살기 위해 남주와 서브 남주에게 열심히 거리를 두는 중이다. 그런데, “누님, 왜 갑자기 제게…….” 처량한 눈동자가 바들바들 떨렸다. 애처로운 눈에 기어코 투명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왜, 존대하시는 겁니까……? 이제 제가 싫어지신 겁니까?” 도대체 왤까, 이런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피해 다니면 피해 다닐수록, 점점 남주들이 내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주인, 내가 너 마음 여린 거 알고는 있는데.” 하얀 머리카락이 달빛에 반짝였다.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마음 주면 되나…….” 그는 붉고 짙은 눈으로 가만히 자신의 가슴께를 손가락으로 톡, 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보는 내 마음이 너무 아프잖아.” “…….” “안 그래?” 원작 속에 없던 남자들까지 꼬이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 된다고! 이건 사망 플래그라고……!
1화
카니샤 제국에서 가장 권력이 막강하다는 발렌타인 공작가의 휘황찬란한 다이닝 룸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
넓기도 넓었지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눈이 다 부실 정도였다. 특히,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샹들리에의 크기가 압권이었다.
“앨베리, 앉거라.”
“네, 아버님.”
나는 속으로 감탄하는 것과 동시에 이질감을 느꼈다.
발렌타인 공작과 이브,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즈. 서로 빼다 박은 금발과 금안 사이에서 나의 은발과 자안은 완전히 이질적으로 보였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고생은요, 제가 치러야 할 죗값을 치렀을 뿐입니다.”
나는 최대한 착한 아이처럼 웃어 보였다.
공작은 그런 나를 보고 흠칫, 놀란 얼굴이었다.
공작뿐만 아니라 로즈를 비롯하여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시종이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내가 빙의한 앨베리 발렌타인은, 이 소설의 악녀니까.
앨베리 발렌타인.
남자주인공인 황태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여자주인공을 죽이려다, 자신의 남동생에게 발각된 후 비참한 최후를 맞는 등장인물.
일단 소설의 첫 시작은 이렇다.
발렌타인 공작가의 외동딸이던 ‘릴리’가 불치병을 앓다가 사망하자 크게 상심하던 부부는 앨베리를 입양한다.
처음에는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둘째이자 서브 남주로 등장하는 나의 남동생, ‘이브’가 태어난 후 자연스럽게 앨베리를 향하던 애정이 이브에게 향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앨베리도 참 기구한 인생이란 말이지.’
흠흠, 절대 내가 엘베리가 되었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다.
여하튼 그러던 중 황태자를 만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진다.
공작가에서 받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앨베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황태자에게 점점 집착하게 되었다.
솔직히 앨베리도 그럴 만했지만.
그러던 중 앨베리에게 최악의 사건이 터지고 만다.
죽은 릴리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바로 공작가에 고용된 시녀의 딸이었다.
공작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양녀로 입양한다.
‘이 소설의 여자주인공.’
로즈 발렌타인, 천사 같은 마음씨로 모든 이의 호감을 얻는 주인공.
딱 앨베리와는 반대의 이미지다.
앨베리는 공작가에서도 완전히 찬밥 신세가 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그렇게 바라던 황태자의 관심은 로즈를 향하게 되었다.
앨베리는 질투심에 로즈를 괴롭히다가 들켜 근신 처분을 받게 된다.
‘로즈에게 화병을 던졌었어.’
그래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었지. 얼핏 들으면 경악스러운 내용이었지만, 질투에 사로잡힌 앨베리가 한 짓이 맞았다.
그리고 앨베리가 갇혀 있는 사이에 황태자와 로즈는 약혼을 한다.
소식을 들은 앨베리는 근신이 풀리자마자 칼을 들고 로즈를 찾아가 그대로 로즈에게 휘두르지만 서브 남주 이브가 구세주처럼 나타나서, 로즈를 구한다.
그리고 그대로 앨베리는 사형.
앨베리가 사랑하는 황태자가 그녀에게 차가운 눈으로 사형선고를 내린다. 그녀의 죄명은 ‘예비 황태자비 시해 혐의.’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황태자와 로즈의 사랑을 응원해주는 것!
그 목적을 다시금 되새기며 이 소설의 여주인공 로즈를 바라보았다.
릴리와 판박이라는 설정답게, 청초한 분위기를 뽐내는 미인이다.
장미를 뜻하는 로즈라는 이름은 그녀에게 너무나 화려한 느낌인데… 작가가 왜 그녀에게 ‘로즈’라는 이름을 주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로즈,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네……?”
“근신 동안 너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단다. 다친 곳은, 괜찮니?”
“네, 괜찮아요….”
로즈는 나에게 예쁘게 웃어주었다. 내게 미소 짓는 그녀에게 화답하듯 나도 활짝 웃어주었다.
“하하. 그래, 보기 좋구나. 네가 근신 당하는 내내 로즈가 걱정을 많이 했단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앞에 있는 스튜를 한 모금 떠먹었다.
‘헉, 너무 맛있잖아.’
근신 내내 빵만 먹었던 내게, 스튜는 천국의 맛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접시 채 들고 마셔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티가 나지 않는 선에서 빠르게 스튜를 삼켰다.
“언니.”
열심히 스튜를 들이키던 중, 로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응, 말하렴.”
“사실 언니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답니다.”
나는 계속해서 스튜를 먹고 싶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았다.
“그래, 무엇이길래?”
“저, 황태자 전하와…….”
옆에서 헉, 하는 숨소리가 느껴졌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음식을 나르던 시녀들이 입술을 꽉 물고 로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로즈.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되지 않겠니?”
심지어는 공작까지 그녀를 만류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이토록 다들 경악하는 것일까. 덤덤한 사람은 로즈와 나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 언니에게도 어서 축하받고 싶은걸요…?”
로즈의 애교 섞인 말투에 공작이 헛기침을 하며 바로 승낙했다. 그녀는 활짝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 황태자 전하와 약혼식을 올릴 예정이랍니다.”
로즈가 말을 마치자, 실내에 싸늘한 정적이 맴돌았다. 시녀들은 다들 굳어서 내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내 쪽을 단 한 번도 바라봐주지 않더니, 로즈의 말에 내 쪽을 흘깃거렸다. 그리고,
쨍그랑-
내 손에서 스푼이 떨어졌다. 정말 놀라서 스푼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뭐가 이렇게 쉬워?’
사실 나는 식사 내내, 어떻게 하면 내가 황태자에 대한 집착을 버렸으며 이제는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을지 방법을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서 판을 깔아주다니. 로즈에게 고마운 마음이 잔뜩 쌓였다.
“로즈…….”
2024.12.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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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야!!
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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