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그 배 속에 내 새끼를 심어 둘 걸 그랬지.” 윤태조 특유의 미소를 본 수아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내 경고가 우스웠나 봐. 한 번은 봐줄 수 있어도 두 번은 안 된다고 했을 텐데.” 피곤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긴 태조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런데…… 감히, 또 도망을 쳐?”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할까. 감히, 내가. 더는 비참해지고 싶지 않아 당신을 떠났는데. 우린 그냥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였을 뿐인데. “윤태조 씨는, 대체 나랑 뭘 하고 싶은 거예요.” “글쎄. 연애? 결혼?” 태조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거기에 출산과 육아도 따라붙는 옵션이지. 선택해 봐. 뭐부터 하고 싶은지.” “…….” “아, 한 가지가 빠졌네.” 성큼 다가온 그가 수아의 귓가에 읊조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임신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수아는 기절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아냈다. “오늘부터 넌 내 침대 위에서만 지내게 될 거야.” 윤태조는 제게 목줄이라도 채울 기세였다. “거기서 먹고, 자고 모든 걸 하게 될 테지. 물론 그 짓도 포함이야.” 대체 이 미친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면 또 도망쳐 봐.” 윤태조의 애정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처럼 질퍽하기 짝이 없었다.
1.
“이상한데.”
허리 움직임을 멈춘 태조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어진 곳을 확인해 본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의 것을 죄어오는 쫀쫀한 밀도와 점도는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왜지?”
낮게 물으니 여자의 눈꺼풀이 열리고 호수처럼 깊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제 아래만큼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는 오히려 갑자기 멈춘 그가 의아한 듯했다.
그런 여자를 꿰뚫듯 빤히 보자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도망치듯 도르르 옆으로 흘렀다.
“그럼 안 되지.”
입꼬리를 픽 끌어올린 태조가 여자의 턱을 움켜쥐어 저를 보게 했다.
“이럴 때 시선을 피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알잖아, 강수아 씨 눈을 봐야 끝나는 거.”
태조의 가로로 긴 눈이 여자를 핥듯이 살피며 내려갔다.
새하얀 시트 위에 흐트러진 탐스러운 흑갈색 머리칼, 복숭앗빛 피부, 크고 동그란 눈 위로 단정한 눈썹과 콧날, 붉고 도톰한 입술.
평소의 강수아다. 그가 이미 전부 파악한 강수아.
“……왜 그래요, 정말.”
결국 수아의 입술 사이로 조금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거칠게 다룬 탓이었다.
살짝 쉰 목소리에 또 아래가 부풀어 올랐다.
아, 미치겠네.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마터면 못 참고 끝낼 뻔했다.
미간을 찌푸렸다 편 태조가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렸다. 손을 다시금 가슴 위로 내려 정점을 쿡 집어 비트니 수아가 눈을 질끈 감는다.
신음을 참으려는지 작고 하얀 이가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도톰한 아랫입술이 눌리며 하얗게 변했다. 그의 손이 움켜쥔 말캉한 피부색과 똑같이.
봐, 역시 이상하잖아.
태조의 입꼬리가 미끈하게 비틀려 올라갔다.
평소의 강수아라면, 쾌락에 허우적대다가 눈물을 흘리며 제발 그만해 달라 빌어야 할 시점이었다.
너무도 잘 아는 몸이다. 그가 처음으로 열었고, 길들였다. 빠진 곳 없이 물고 빨아대며 속속들이 파악했다.
어디를 건드려야 강수아가 자지러지는지, 그 고집스레 다문 입술이 벌어지며 예쁜 신음을 터뜨리는지.
그러니 모를 수 없었다. 오늘의 강수아가 이상하다는 것쯤은.
아, 그러고 보니.
머릿속으로 수아의 월경 주기를 계산해 보던 태조가 수긍했다.
며칠 안 남았네.
그날을 앞두면 유독 예민해지는 수아다. 피곤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내 줘도 괜찮을 듯싶었다. 침대 위에서는 은근히 체력이 약한 여자니까.
“빨리 끝내죠.”
짧게 혀를 찬 태조가 선심 쓰듯 몸을 물렸지만, 빠듯하게 물고 있던 살이 되레 놓지 않으려는 듯 달라붙어 온다.
“…….”
그제야 눈을 뜬 수아가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말해요, 또 삼키지 말고.”
턱을 쥐고 있던 손에서 엄지만 미끄러뜨린 태조가 수아의 아랫입술을 눌러 강제로 벌렸다.
강수아의 안 좋은 버릇이었다. 가끔 체념하듯, 포기하듯, 귀찮다는 듯 말을 안으로 삭히는 거.
“아니면, 다른 걸 삼키게 해 줄까.”
그의 손가락이 수아의 치열을 지나 혀를 꾹 눌렀다. 짓궂은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수아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슨 일입니까. 오늘따라 왜 이리 집중을 못 하지?”
그 표정에 픽 웃음을 흘린 태조가 낭창한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가슴에 턱을 얹으며 물었다.
“벌써 내 몸에 질렸을 리는 없고.”
짓궂게 농담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역시 이상해. 못 들을 걸 들었다며 정색하거나, 한숨을 흘려야 맞는데.
태조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자 다시금 시선이 마주쳤다.
그를 빤히 보던 수아가 조심스레 그의 어깨를 밀어내더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더니 이불을 끌어 올려 몸을 가리고는 심호흡하듯 숨을 들이쉬었다.
가녀린 어깨가 위로 솟았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그만두려고요, 이런 관계.”
태조의 한쪽 눈썹이 일그러졌다.
“그쪽이랑 만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나, 결혼해요.”
“뭐?”
그제야 태조의 몸이 수아에게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쪽도 잘 알잖아요, 내 상황.”
“하.”
태조가 어이없다는 듯 숨을 뱉어 냈다.
알고 있다. 강수아가 그의 품에 순순히 안긴 건, 결혼 시장에 내몰린 엿 같은 상황 때문이라는 거.
“아버지가 제 결혼을 포기할 때까지, 그쪽이 방패 역할을 해 줬으면 해요.”
“연인 노릇이라도 해 달라는 건가?”
“네, 맞아요. 그거예요.”
그렇게 그의 손아귀에 떨어진 여자였다.
그랬던 여자가 결혼을 한다며 끝을 알리다니. 불시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결혼?”
태조의 눈빛이 싸늘해지며 웃음기를 지워냈다.
“그 대상에 나는 없었나 봅니다?”
잠깐 당황한 듯 무너졌던 수아의 표정이 금방 제자리를 찾았다.
“농담…… 하지 말아요. 계약 관계였잖아요, 우리. 목적이 분명한……. 그쪽은, 나한테는 잠깐의 일탈일 뿐이고.”
2025.03.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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