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이 돌아왔다
profile image
구름병아리
5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226좋아요 6댓글 0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이 돌아왔다. 나를 원수라 부르며 복수하기 위해서.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따듯했던 목소리는 칼날을 문 것처럼 차가웠고, 다정했던 푸른색 눈빛은 마치 더러운 오물을 보는 것처럼 혐오감이 서렸다. “자, 선택하십시오. 내 카나리아가 될지, 혹은 가난에 허덕이다가 불쌍하게 거리에서 죽어갈지.” 온통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나를 원수처럼 여기며, 미워서 당장 죽이고 싶다는 것처럼 보는지. 그래서 선택했다. 그에게 미움받는 건 죽어도 싫어서. “둘 다 사양할게.” 기꺼이 그가 내민 독이 마신 차를 마셨다. *** 죽은 줄 알았으나 눈 떠 보니 거대한 새장 같은 곳에 가둬졌다. “오늘부터 난 당신의 남편입니다.” “…….” “내겐 당신이 필요하거든.” 칼릭스가 웃옷을 벗고 심장 아래 새겨진 그녀의 이름을 보여주었다. “자, 소꿉장난치던 결과물이 보이나요?” “그게 어째서…… 난 지워졌어.” “아니요.” 거침없이 거리를 좁힌 그는 그녀의 팔목을 우악스럽게 잡고선, 드레스를 잡아당겨 어깨를 드러나도록 했다. 그곳에는 저 남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대로입니다만.” 남자가 이죽거리며 그녀를 비웃었다.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빌어먹게도 지워지지 않아.” 집착으로 얼룩진 푸른색 눈동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니 내 아름다운 카나리아.” 칼릭스의 매서운 눈빛은 거미줄이 되어 세리엘을 꽁꽁 얽매었다. “당신은 새장 안에서 내가 질릴 때까지 울어보세요.” 질려서 내가 당신을 지우고 싶을 때까지. **미계약작

#로맨스판타지#가상시대#서양풍#소유욕/독점욕/질투#애잔물#계약관계#무심녀#상처녀#짝사랑녀#첫사랑#짝사랑#후회남#오만남#집착남#냉정남

1화.




오후 세 시를 알리는 시계 종소리가 들렸다.


침묵을 유지하던 후작이 굳게 다물던 입을 열었다.


“오늘도 유클라드의 정화자는 쓸모가 없더구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응시하던 세리엘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제 얘기인데도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유클라드 후작은 쯧, 크게 혀를 찼다.


“쓸모없는 년.”


후작의 욕에도,


“쓰레기 같군.”


첫째 오라버니의 차가운 감상평과,


“밥만 축내기는. 네가 그러고도 유클라드야?”


둘째 오라버니의 비아냥에도,


“누님.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남동생의 차가운 눈초리에도.


그녀는 묵묵히 식어가는 차만 바라보았다.


‘졸려. 밤을 새워서 그런가.’


터져 나오려는 하품을 꾹 참던 세리엘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분홍빛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멀리서 여러 개의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세리엘. 이번 달 안에도 정화자의 힘을 보이지 않으면 넌 더 이상 유클라드가 아니다.”

“…….”

“알겠느냐!”


그녀의 오라비와 남동생이 아버지의 호통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그런데도 정작 바로 옆에서 듣는 세리엘은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쯧. 독한 것. 기어이 입을 다물겠다?”

“…….”

“그 천한 버러지를 닮아가는구나.”

“…….”


가슴을 할퀴는 비아냥에도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곧 올 테니까.’


세리엘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걸 본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휙 올라갔다.


“뭘 잘했다고 웃느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여태 가족이라고 믿었던 자들의 말로를 볼 수 있게 된다.


세리엘은 그 순간을 위해 숨을 죽이고 참아왔다.


그 어떤 모욕도, 치욕도.


“이 빌어먹을 계집애가……!”


후작이 오늘도 어김없이 손찌검하려고 손을 들었을 때였다.


벌컥-


굳게 닫혔던 티룸 문이 예의 없이 열렸다.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세리엘이 고개를 들었다.


“누구냐!”


당황스러운 나머지 첫째 오라버니 제이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반역자 유클라드를 잡아라!”


무장한 기사들이 일제히 티룸 안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공기는 얼어붙었다.


“바, 반역자라니! 그 무슨 헛소리요. 나 유클라드 후작은 제라니안 제국을 위해 일평생을 바쳤소!”

“닥쳐라, 반역자!”


티룸이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외친 기사가 손짓했다. 그러자 다른 기사가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안에는 유클라드 가문의 인장이 찍힌 수북하게 쌓인 서신, 황제의 인장과 똑같은 가짜 인장, 새로운 황제를 만들기 위한 길드 ‘프린츠’의 조직도까지.


반역의 증거였다.


“저……!”


후작은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세리엘에게 닿았다.


그 안에서 오로지 세리엘만이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네년이 짓이냐?”

“잡아라!”


달려들려는 후작의 어깨를 기사가 꽉 잡고 팔을 뒤로 하게 했다. 나머지 세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모두가 각자 붙잡히게 되었다.


세리엘을 제외하고.


“협조에 감사합니다.”


방 안에서 떠나가라 외쳤던 맨 앞의 기사가 세리엘에게 다가와서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기가 찬 후작과 아들들은 경악에 차서 입도 벙긋 못했다.


이윽고 기사들은 후작과 세 명의 아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한편, 무심코 기사의 인사를 받으려던 세리엘은 의아했다.


‘이상한데. 왜 나는 안 붙잡지?’


제 손으로 직접 유클라드 가문을 멸족시키기 위해 후작이 저지른 반역죄의 증거를 모으고 또 모았다. 그리고 반역죄가 인정되면, 유클라드 가문의 직계, 방계 할 것 없이 모두가 끝난다.


세리엘은 모든 것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유클라드도, 자신도. 그녀는 자멸을 선택했다.


‘그런데 왜 나는…….’


그때였다.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밖에서 대기하던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물러났다.


서서히 발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남자였다.


“……!”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