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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후회는 받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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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나라빛
183화무료 4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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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약속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내게 너 말고 다른 여자는 없을 거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내 사랑으로 우리의 결혼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진했던 소망은 오래가지 않아 깨져 버리고 말았다 레이몬드의 첫사랑인 리제나가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기 때문에. “리제나의 아이를 1황자로 입적시키려고 해.” 그는 내게 그리 말했고, “우리 이혼하자.” 난 그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 “……뭐?” 순간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레이몬드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처음 보는 그의 동요에 난 왜인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난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그에게 다시 한번 입술을 열었다. “이제 그만 널 떠나고 싶어. 그러니 레이몬드, 우리 그만하자. 나와 이혼해 줘.” 오랜 짝사랑의 끝이었다.

#첫사랑#상처남#나쁜남자#후회남#상처녀#왕족/귀족#서양풍#능력남#무심남#능력녀#짝사랑녀#순정녀#외유내강#로맨스판타지

1화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화려한 황궁과는 어울리지 않는 잡초가 무성한 풀밭이었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고 황궁을 찾았던 날, 미로 같은 황궁에서 길을 잃어버린 난 레이몬드를 처음 만났다.


겨우 열 살이었던 내가 아버지를 찾아 헤매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때였다.


엉엉 울다 지쳐 풀밭 위에 털썩 주저앉았을 때, 내게 하얀 손이 내밀어졌다.


“길을 잃은 거니? 울지 말고 내 손 잡고 일어나.”


고개를 들자 볼에 푸른 멍이 든 흑발 머리 남자애가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그 남자애가 바로 레이몬드였다.


참 신기하게도 레이몬드의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난 거짓말처럼 울음이 뚝 멈췄다.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자 그 넓은 황궁이 더는 무섭지 않게 느껴졌었다.


아마 그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레이몬드를 마음속 깊이 품은 것은.


마치 운명처럼 난 레이몬드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의 삐쩍 마른 몸과 볼에 든 멍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반짝반짝 빛나기만 했다.


그렇게 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에게 온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날부터 난 시간만 되면 아버지를 따라 황궁으로 가 같은 장소에서 레이몬드를 만났다.


당시 내 아버지는 행정궁에서 일하시던 백작으로 황궁에 갈 일이 잦으셨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던 난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핑계로 아버지를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지극히 아꼈으니까.


그렇게 미로 같던 황궁의 지리가 익숙해질 만큼 황궁을 드나들며 레이몬드를 만났던 난 유난히 하늘이 화창했던 날 그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그날따라 그는 우리가 항상 보았던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난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다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결국 그를 찾아 나섰다.


한참을 황궁을 돌아다니던 난 아주 많이 낡은 궁에 도착했다.


온통 금빛으로 빛나는 황궁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건물은 작았고 외벽엔 스산한 이끼와 넝쿨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난 그곳에 서 있는 레이몬드를 보았다.


“천한 하녀의 피가 섞인 황자라니, 정말 수치스러워. 버러지 같은 너희 모자에게 이 작은 궁조차 사치라는 것을 아버지는 왜 모르시는 건지, 퉷.”


레이몬드보다 한 뼘 정도 더 큰 키를 가진 남자는 더러운 침을 뱉더니 레이몬드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찰싹-!


날카로운 타격음이 크게 울렸지만 레이몬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더러운 버러지 같은 놈, 너 같은 놈이 이 제국의 황자라는 게 수치다. 지금처럼 죽은 듯이 살아라. 황가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고.”


비수 같은 말을 내뱉은 남자를 향해 레이몬드는 얌전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 순간 난 입술을 꾹 깨물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레이몬드를 괴롭히고 있는 흑발의 소년은 다름 아닌 에그리타 제국의 황태자 아스터 에그리타였으니까.


말을 할 수 있을 때부터 황태자의 초상화를 보며 배웠기에 그의 얼굴을 모를 수 없었다.


잠시 후 황태자가 궁을 떠났음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레이몬드를 보며 난 숨을 죽였다.


그 모습이 어린 내 가슴을 너무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미처 막지 못한 나의 울음이 새어나갔고 레이몬드는 나를 발견했다.


“울지 마. 난 괜찮으니까.”


나를 처음 보았던 그 날처럼 볼에 푸른 멍이 새겨진 레이몬드는 담담히 웃으며 나를 달래주었다.


난 와락 그의 품에 안겼고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그가 안쓰러워 품 안에서 펑펑 울었다.


어린 마음에 그게 무슨 마음인 줄도 모르고.




* * *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16살의 겨울이었다.


잡초들조차 얼어붙은 그 날, 레이몬드는 내게 처음 보는 설렘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엘리야, 나 무척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어. 매일 매일 그녀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 그녀가 너무…… 좋아.”


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팠으나 난 레이몬드를 보며 마주 웃었다.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으니까.


그는 그날 이후 내게 그녀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도 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그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그녀의 웃는 모습에 자신의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리는지.


오랜 시간 그를 봐 왔지만, 그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행복해할수록 난 너무도 슬퍼졌다.


그 이유가 내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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