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명군, 세종대왕 치하의 조선에서 다시 태어났다.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걱정 마! 내가 있잖아. 뭘 걱정해?” 돈 많은 양반 아버지와, 다정함의 극치를 달리는 오빠 셋까지. 흠잡을데 없이 완벽한 ‘천비연’으로서의 인생. 그러나, 앞선 모든 장점을 상쇄할 만큼의 거대한 단점 두 개가 존재했다. “……수양대군 자가요?" 첫 번째는, 지금으로부터 4년 뒤, 계유정난이 발발한다는 것. 두 번째는……. “빈궁 마마를 뵙습니다.” ……바로 내가, 시한부나 다름없는 세자빈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숙부에게 왕위를 찬탈당하는 조선의 제6대 왕, 단종의 부인으로서.
도대체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모든 것이 단아하게 치장된 별궁 내부, 가장 높은 곳에 앉아있던 비연은 헛웃음을 지으며 한탄했다.
목이 빠질 듯이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가체, 발밑으로 겹겹이 쌓인 붉고 푸른 치마들, 온 몸을 부드러이 감싸는 비단결의 붉은 노의(露衣)까지.
망막에 맺히는 모든 장면이 꿈결처럼 아득했고, 손 끝으로 느껴지는 감각들은 천상의 것처럼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곳은 꿈결도, 천상도 아닌······ 그저 지옥일 뿐이었으니까.
“세손 각하께서 곧 별궁으로 당도하신다 하옵니다.”
문지방 너머로부터 비연의 바로 앞까지 걸어들어온 상궁이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빈궁 마마.”
오로지 한 명에게만 허용되는 귀하디귀한 경칭이자, 자신에겐 목숨을 앗아갈 극독이나 다름없는 호칭을 나붓이 덧붙이며.
급격히 치솟는 현실감에 비연은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며 소리 없이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입 안이 자꾸만 까끌하게 말라갔다.
그저 평탄하게만 살고 싶었다. 첫번째 인생은 요절하였으니, 두 번째 인생은 그저 가늘고 길게······ 고요하게만 살고 싶다고.
2025.12.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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