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로맨스 소설 속 조연인 데이나에 빙의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소설의 남자 주인공, 아르케인 대신 죽어야 하는데....... *** 그녀가 죽었다. 데이나가 죽었다. 자신을 감싸고 죽어버렸다. 차갑게 식어가면서도 행복하라 했다. 그래서 살았다. 사랑하는 연인과 재회했다. 어째서? 어째서 전혀 행복하지 않은 거지? 속이 텅 비어버렸다. 텅 빈 곳에 바람이 불어 시리도록 춥기만 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 데이나가 아직 살아있다. 품에 안은 작은 몸이 따끈따끈했다.
#1
Just because everything is different doesn’t mean anything has changed.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해서 뭔가 변했다는 뜻은 아니다.
-Irene Peter-
* * *
제국력 685년 4월 2일.
데이나 보르헨 17세.
언덕엔 바람이 불었다.
데이나는 멍하니 눈 앞에 펼쳐진 전경을 응시했다. 풀이 서로 몸을 비비는 소리와 나뭇잎이 흔들려 버석대는 소리가 함께 휘몰아치는 언덕 위 커다란 세쿼이아 아래 오도카니 앉아 무릎을 안고 있던 그녀는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데이나, 여기 있었나.”
한가롭던 풍경에 돌을 던지듯 급작스레 등장한 데이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청년은 성큼성큼 그녀에게 걸어와 풀썩하고 바로 옆자리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그런 그에게 잠시 눈길을 주던 데이나는 이내 고개를 돌려 광활하게 펼쳐진 아카데미 전경에 멍하니 눈길을 주었다. 그런 그녀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청년이 입을 열었다.
“하아……. 스텔라는 영애라는 자각이란 게 아예 없는 모양이다. 오늘만 해도…….”
귓가에 스테레오처럼 울려대는 청년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갑작스레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엉망이 된 머리칼을 한 손으로 잡아 쥐던 데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친구인 네가 그녀에게 충고를 해주면 좋…….”
“아르케인.”
“아아……?”
데이나가 속삭인 자신의 이름에 아르케인이 조금 늦게 답했지만, 정작 그녀는 여전히 아카데미 전경을 바라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쩐지 가라앉은 그녀의 분위기에 아르케인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려 그녀와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아르케인.”
“그래, 데이나.”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차분하게 입에 담은 데이나는 그에게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담담하게, 마치 오늘 날씨 좋다는 말처럼 일상적으로.
“스텔라에게 고백해봐.”
“……뭐?”
제 귀를 의심하듯 눈을 크게 뜨고 데이나를 마주 보는 아르케인에게 그녀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다시 한번 말했다.
“스텔라한테 고백하라고.”
“내, 내가 어째서…… 스…… 그녀에게…….”
볼을 엷게 물들이며 어깨를 들썩이는 그를 별다른 반응 없이 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아르케인이 조금 진정한 듯 길게 숨을 내쉬는 것까지 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괜찮을 거야.”
“무슨…….”
“두 사람 잘 어울려.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아……. 아니, 그러니까 내가 왜…….”
“아르케인.”
그의 말을 중간에 자른 데이나는 그와 마주 앉은 자세를 잡고 자신만큼 엉망이 된 그의 결 좋은 금발을 부드럽고 상냥하게 쓸어 넘겨 정리해주었다.
“내가 언제 너에게 거짓말한 적 있어?”
“아니.”
어떠한 부정도 없이 단번에 고개를 젓는 그를 향해 작게 웃어 보인 데이나는 그의 머리를 토닥토닥해준 뒤 치마를 털고 일어났다.
“내 말대로 해봐. 잘 될 거야. 넌 아르케인이고, 그녀는 스텔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아르케인에게 손을 한번 흔들어주고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감고 머리카락을 쥐며 데이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너는 아르케인이고 그녀는 스텔라니까.”
너희 둘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니까.
<스텔라를 위하여>. 지금 데이나가 사는 소설 속 세상의 주인공들이니까.
* * *
제국력 687년 2월 13일.
데이나 보르헨 19세.
2025.04.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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