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 글링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있는가?” 황제는 절차대로 하이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다. 남기고 싶은 말이라…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다음 삶이 있다면… “악녀로서 살아주겠어” 서걱
터벅터벅
관중석에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사형장소. 그 중앙에 놓여있는 자신의 목을 자를 단두대. 발만 움직일 수 있게 자신을 속박한 밧줄. 자신을 끌고가는 두명의 기사. 맨발로 사형대로 가는 길은 까슬까슬한 모래가 깔려있었다.
한발짝, 한발짝 움직일 때마다 공포로 몸이 둔해지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양쪽에서 기사들이 자신의 팔을 잡아 강제로 걷게 만들었다.
‘죽고싶지 않아’
단두대에 올라갔다. 기사 한명이 자신을 단두대에 눕혀 목을 파인 부분에 가져다 놓았다. 발버둥 칠 기운도 없었다. 감옥에서 하루에 빵 한쪽만 먹고, 단두대에 오르기전 일주일 동안은 식사를 아예 못했다. 기운이 있을리가 없었다.
“하이네!”
죄인이 되고나서 자신의 클라우디아라는 성을 잃었다. 죄인이 되면서 가문의 가주인 아버지 드래니 클라우디아 공작에게 버려졌다. 아버지라…. 아버지이긴한가? 단 한 번도 딸로서 대우를 해주지 않는 사람이다. 오로지 ‘공녀’로써 대우를 했다. 가족애라는 걸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단, 한 번도
“그대는 황태자비를 헤치려고 한 죄로 사형대에 오르게 되었다!”
거짓이다. 오히려 황태자비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 아직도 복부에 생긴 상처가 욱씬거렸다.
고개를 드니 눈 앞에 황제와 황후, 황태자와 황태자비가 서있는 자리가 보였다. 그곳에서 황태자비는 황태자의 뒤에서서 웃고 있었다.
질투는 아니다. 애초에 자신이 원했던 삶은 평온한 삶이다. 황태자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이자리에 있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의 양동생였고 황태자비인 애니 클라우디아를 괴롭힌 ‘악녀’라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맹세코 그런 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있는가?”
황제는 절차대로 하이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남기고 싶은 말이라…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만약에 다음생이 있다면…
“악녀로서 살아주겠어”
단두대 위에 있는 두꺼운 칼날이 그대로 떨어졌다.
서걱
칠흙같은 어둠에서 감싸져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눈을 뜨자 낯익은 천장이 보였다. 이곳은 클라우디아 공작가에 있는 자신의 방이다. 하이네는 침대에서 일어나 전신 거울을 바라봤다. 비단같은 금발에 사파이어 같은 파란색 눈동자. 7살 정도의 어린 몸. 혹시나 싶어서 자신의 일기장을 확인 했다. 일기장은 7살의 중반에 멈춰있었다.
“과거로… 돌아 온건가…?”
신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것인가? 어떻게 과거로 돌아오게 된거지? 하이네는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아프다… 정말로 과거로 돌아온거다! 이건 신이 준 기회이다. 악녀로서 살 수있는 기회 말이다! 이번에는 애니에게 당하지만 않을 것이다! 설령 다시 사형되는 한이 있어도 애니를 괴롭히다 죽을 것이다. 근데…
“진짜 악녀가 되려면 뭘 해야 하지…?”
---
하이네 클라우디아. 자신은 한 번도 악하게 살아본적이 없었다. 가정교사에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사랑을 받기 위해 계속해서 성실하게 살아왔다. 공부를 안하는 날이없었고, 아버지의 앞에서는 항상 웃어왔다. 착한아이 증후군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여동생이자 미래의 황태자비인 애니는 자신의 아버지 드래니 클라우디아 공작이 입양한 입양아이다. 마물 토벌에 같이 나가 죽어버린 친구의 딸로. 평민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푹신해보이고 사랑스러운 분홍머리에 쨍한 초록색의 눈동자는 드래니 클라우디아 공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죽은 공작부인이자 분홍머리를 지닌 하나라 클라우디아를 닮았으니까. 그래서 드래니 클리우디아는 애니를 상당히 아꼈다.
-똑똑
“들어와”
노크 소리에 하이네가 말했다. 어린아이의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얇았다. 노크 소리의 주인은 ‘포토’로 하이네의 전속 메이드이다.
“공녀님, 공작님께서 곧 돌아오십니다.”
“... 알겠어”
아, 오늘이 애니가 클라우디아 공작가에 오는 날이구나. 마물 토벌에 나간 드래니 클라우디아 공작이랑 기사단들이 돌아오는 날이다. 처음 애니를 봤을 때에는 자신도 호감이었다. 허나 애니의 실체를 알게된 지금 애니는 끔찍했다.
포토는 하이네를 꾸며주기 시작했다. 머리를 빗어주고 드레스를 가져왔다.
“잠깐, 그 색 말고 다른 색 드레스로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분홍색의 드레스는 애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머니인 하나라 클라우디아 공작부인을 떠올리게 했다.
분홍 머리에 분홍 눈동자를 지닌 하나라 클라우디아 공작부인은 사교계에서도 손꼽히는 미인이었고, 아버지인 드래니 클라우디아 공작이 열렬히 사랑했다. 그렇지만 하나라 클라우디아 공작부인은 딸인 자신을 낳다가 사망했다. 그런 어머니의 색인 분홍색 드레스는 과거에 아버지에게 사랑 받기 위해 거의 매일을 입었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하이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 입고 싶지 않았다.
포토가 가져온 다른 색의 드레스는 분홍색과 정반대인 파란색의 드레스이다. 프릴이 거의 없는 수수한 드레스이다. 그에 맞게 악세사리로 꾸몄다.
-똑똑
“들어와”
“공녀님, 공작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다른 메이드가 들어와 드래니 클라우디아 공작이 돌아왔음을 알려주었다. 하이네는 작게 한숨을 쉬고 방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걸어가 1층 로비로 내려왔다. 로비에는 드래니 공작이 애니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애니는 지난 생의 첫만남과 같이 잠에 빠져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공작님”
“!... 그래... 다녀왔다.”
아버지라고 부르기는 죽어도 싫었다. 자신이 처형되는 그 순간에 조차 나타나지 않았던 사람이다. 처음으로 웃지 않으며 무표정으로 공작이라고 부르자 뒤에 있던 포토는 당황해 했다. 드래니 공작도 약간 놀란듯 했다. 하지만 드래니 공작은 따로 문제 삼지는 않았다.
2025.05.14 00:17
2025.05.14 00:16
2025.05.14 00:15
2025.05.14 00:14
2025.05.14 00:13
2025.05.14 00:12
2025.05.14 00:11
2025.05.14 00:10
2025.05.14 00:09
2025.05.14 00:08
올라온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