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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책임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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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경
80화무료 3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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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지식한 남자예요.” 이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지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난 당신을 책임질 겁니다. 그래도…… 됩니까?” 이 이상한 여자 김미래를 만나기 전까지 이도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여이도 실장님. 우리 나이면 의심할 바 없이 지나치게 성인이에요. 서로 합의하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책임 운운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이런 대답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전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아닌데요.” 의문의 1패를 당하고 일 년여가 지난 후. 다시 이 이상한 여자를 만났다. “서로 한 번 즐긴 걸 가지고…….” “그럼 이번엔 제대로 즐겨보는 건 어떻습니까?” 사지멀쩡 but 고지식 ‘고서복원가’와 연애세포가 일찍 노화된 ‘7급 공무원’의 애정 복원 스토리.

#현대#로맨스#절륜남#전문직물#몸정>맘정#소유욕/독점욕/질투#뇌섹남#능력남#능력녀

1화. 한 번 더 즐기던지








*이 소설에 등장한 복원 방법이나 종가의 이름은 소설의 재미를 위해 가공되었으며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오늘도 이도는 같은 꿈을 꾸었다.


거의 지붕에 닿을 만큼 높은 곳에 있는 작은 창의 창살 사이로 약한 달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은은한 달빛은 이도의 머리 위를 지나 그의 앞에 선 여자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여자는 거친 흙벽에 닿은 등이 아픈 듯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녀가 보이는 불만스런 표정마저 이도의 열기에 온도를 더했다.


이도의 거친 숨결에 담긴 뜨거움이 여자를 더 달아오르게 한 것일까. 달빛이 완전히 내부를 채우지 않아 어두웠지만 이도는 여자의 볼이 점점 더 붉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김미래 씨.”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이도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심지어 떨림마저 살짝 느껴졌다.


여자의 목에서 느껴지는 호흡과 이도의 목울대가 신기하게도 같은 속도로 벌떡거리며 뛰고 있었다.


“난…… 고지식한 남자예요.”


“…….”


“지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난 당신을 책임질 겁니다. 그래도…… 됩니까?”


여자의 답은 기억나지 않았다.


영상 속의 자신은 뱀파이어처럼 여자의 목에 고개를 묻고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과 이성을 어지럽히는 향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오래된 흙냄새가 느껴지는 공간이 점점 자신과 여자의 거친 호흡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바닥에 누운 여자의 몸 아래에 받쳐진 하얀 천은 이도 자신의 것인 듯했다.


설마 자신이 이곳에서 여자를 안았다는 말인가.


나 여이도가 흔하디흔한 사내의 욕정 따위를 참지 못하고 그런 짓을.


꿈속에서도 이도는 여자에게 몸을 묻고 있는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말해 줘요.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역시나 여자의 대답은 기억나지 않았다.


어쩌면 여자의 답을 기다리지 않은 것도 같았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사내는 자신이 분명했으나 그 모습이 너무도 낯설었다.


땀에 젖은 그의 등에서 어지럽게 피어나는 하얀 연기가 쉴 새 없이 흔들리며 작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달아오른 자신에게서 새어 나오는 거친 숨소리.


그리고 손끝에서 느껴지던 상상보다 더 부드럽고 뜨거운 여인의 살결과 자신을 감싸며 움찔거리던 여자의 몸. 한참이나 멈추지 못했던 질주 끝에 맞이한 마지막…… 그 순간.




번쩍 눈을 뜬 이도는 한참 동안 일시정지 상태로 천장을 보고 있었다.


유난히도 적막이 흐르는 이 바티칸의 한 호텔에서 그는 벌써 일 년 넘게 이렇게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새벽이고 아침이고 땀에 흥건히 젖은 채 스스로 남자가 분명함을 확인하며 흥분이 가시지 않은 그 상태로.


서른둘의 남자에게 이렇게 눈을 뜨는 하루가 유쾌할 리 만무했다.


“하…… 정말 미치겠네.”


어떻게 딱 한 번 있었던 일이 이렇게까지 잊히지 않을 수가 있는 건지.


“여이도 실장님, 그러니까 설마…… 내가 처음이에요?”


처음이었다.


그래 내 모든 것의 처음이 당신이었다고.


거칠게 이불을 휙 옆으로 치운 이도는 샤워실로 들어가 찬물을 틀었다. 잘 만들어진 그의 몸을 타고 물줄기가 흘러내려 갔다.


찬 기운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다행히 남자의 열기는 흔적도 없이 사그라졌다.


신께 비오니 제발 자신의 기억 한 부분을 지워주십시오.


머리에 쏟아져 내리는 차가운 물을 맞으며 이도는 이성을 찾으려 호흡을 가다듬었다.




* * *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라 불리는 바티칸시국은 해가 떠 있을 때는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어느 곳이나 활기에 차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동하는 차량은 물론 길을 걷는 사람조차 드문 바티칸의 아침은 적막과 고요 그 자체였다.


인적 없는 길을 걸어 바티칸 박물관의 복원실 앞에 선 이도가 홍채와 지문 인식을 끝내자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각종 약품과 양피지의 향기로 가득한 그곳에 들어서던 이도는 책상에 엎어져 있는 한 갈색의 형상을 향해 다가갔다.


“산티, 일어나. 여기서 밤새운 거야?”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이도의 손길에 갈색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기지개를 켰다.


“으으으. 아이고 허리야. 이도 지금 몇 시야?”


“6시 반.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다섯 시쯤 나왔어. 잠깐 눈 붙인다는 게 잠이 들어버렸네. 이도, 나 커피 좀 진하게 타주라.”


바티칸 박물관의 고서복원가 산티는 이도의 친구로, 그와 함께 도쿄와 로마에서 공부했다.


나이는 이도보다 열 살이나 많았고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는 이 성격 좋은 이태리 남자는 현재 일 년 가까이 이도와 함께 몇백 년 전 교황들의 일기를 복원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로마도서병리학 연구소에서는 이태리의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는 800년 전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 ‘카르툴라’를 한국의 의령한지를 사용하여 성공적으로 복원해 냈다.


당시 그 일을 옆에서 도왔던 산티는 교황청 서고에서 곰팡이를 피워내고 있던 고서들의 복원을 맡자마자 이도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침 한국을 떠날 핑계가 필요했던 이도는 근무하던 국립중앙도서관에 휴직을 신청하고 로마로 날아왔다. 이곳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새 일 년 하고도 몇 달이 지났다.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를 맡으며 이도는 기억을 지우기엔 그 세월이 짧은 시간이었을까 의문을 가졌다.


한입에 에스프레소를 털어 넣은 산티가 작업 중이던 고서를 살피며 무심하게 이도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지금 두 명한테서 너를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말이야. 이도 네가 선택해. 마르코와 루이사 둘 중에 누가 좋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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