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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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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락
32화무료 3화

매주 화 목 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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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앉아도 돼요?" 귀에 꽂고 있던 줄 이어폰을 내려놓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태연한 그에 비해 자꾸만 얼굴에 열감이 올라오는 건 그 사람이 아닌 나였다. 그는 키가 제법 컸고, 가볍게 입은 민소매 티와 함께 약간의 통이 있는 긴 바지가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그의 몸선은 계속 그에게 시선이 머물게 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 찬란했지만 너무 아팠기에 마주하기 겁났던 지난 사랑을 마주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또 다른 찬란함. (표지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https://kr.pinterest.com/tanimiyorum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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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원하는 것도 없었다.

긴 이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고자 일단은 그와의 추억이 있는 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떠나온 거였다.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 짐을 풀고 잠시 누워있다 약간은 나른한 채로 밖으로 나왔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볼까 했지만, 어차피 잠이 오지도 않았다.


이미 10분 전에도 확인했었지만, 혹시나 싶어 다시 확인한 핸드폰은 조용했다.

그에게서 전화가 올까 싶어 일부러 로밍까지 했지만 내 마음만 애틋할 뿐, 그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핸드폰 위로 보이는 알림은 단톡방에 온 몇 개의 메세지 알림과 회사 메신저 알림 몇 개,

그리고 외국에 도착했을 때 받는 질병관리청과 외교부의 문자 뿐이었다.

핸드폰 알림 화면을 바라보다 내 구겨진 마음처럼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일단 걸었다.


***


“같이 앉아도 될까요?”

워크인으로 들어온 작은 카페였다. 집 앞 차고를 야외석으로 만들어 놓은

조금은 뜨거운 햇빛과 적당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그런 카페.


몇 몇의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있었지만 분명 여분의 자리는 있었다.


무게감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약간의 눈웃음과 함께 말을 건 그는

낯설지만 다정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나 외국에 나왔는데...'


갑자기 들려온 한국어에 놀라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걸며 이상하리만치 나를 다정하게 대하는 남자의 목소리와 눈웃음에

귀에 꽂고 있던 줄 이어폰을 내려놓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자꾸만 얼굴에 열감이 올라오는 건 그 사람이 아닌 나였다.


내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자, 무언의 긍정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그 사람은 내 반응을 의식하는건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태연하게 내 옆에 앉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에 난 내가 잘 못 들은 건 아닌지,

그 새 카페 자리가 찬 건지 둘러보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그를 빤히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그냥 여기 앉고 싶어서요.”

“자리 많은데..”

“괜찮다고 하시면 자리 옮기고 싶지 않은데.”

“아. 네.”


어차피 상관없었다.

나 또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음악이나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려고 했던거니까.

여행지에서는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기에 크게 특별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어지러운 마음과 복잡한 생각을 잠재우러 왔기에

더이상 무언가에 새롭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 남자와 함께 앉게 되었고,

그 사람 또한 더 이상 내게 무언가를 묻지 않았다. 


내가 주문했던 오렌지 커피는 잘 저어 먹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나왔다. 

그리고 커피를 섞으려는 순간 티스푼을 떨어뜨렸다.

하필 내 옆에 앉은 그 사람 쪽으로.


내가 주우려고 움직이려는 찰나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제 발 아래 떨어진 티스푼을 주워

마당 한 켠에 있는 세면대로 가서 씻었다. 


그는 내가 무언가를 할 틈도 없이 빠르게 움직였고,

난 그저 그의 움직임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앉아있을 땐 몰랐지만 일어나서 움직이는 그를 보고 있자니

그는 키가 제법 컸고, 가볍게 입은 민소매 티와 함께

약간의 통이 있는 긴 바지가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그의 몸선은

보는 것 만으로도 탄력감이 느껴져 그가 운동 또한 꽤나 하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돌아와선 내 커피 트레이를 가져가 커피를 잘 저어다가 다시 내 앞에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있는 냅킨까지 몇 장 뽑아 내 옆에 놔준 뒤 본인이 읽던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감정 없이 무심한 듯한 표정과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스푼을 씻거나 냅킨을 챙겨주는 모습은

내가 방금 본 그의 아우라가 가려질만큼 세심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치고 마신 커피는 너무 시원했고,

시원함과 함께 느껴지는 오렌지 커피의 상큼한 산미는 나도 모르게 ‘어머’ 라고 말하게 했다. 


내 반응 들은 그는 보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진 않았지만, 미세하지만 작은 미소를 보였다.

그 웃음을 눈치챈 나는 당황한 나머지 나 또한 약간은 멋쩍은 미소를 그에게 지어보였다. 


그러자 그가 나란히 앉았던 의자 뒤쪽에 한 팔을 걸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몇 살이에요?”


대뜸 나이를 묻는 그를 다시 한 번 빤히 보았다.

'이 남자 뭐지?'

내 안에 이상한 호기심과 흥미가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나도 생각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밥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요?”


나이를 묻는 말에 같이 밥을 먹자고 답하니

그 또한 나를 빤히 바라보다 처음 보여주었던 눈웃음을 옅게 띄운 채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요? 커피 마저 마시고 일어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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