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대마법사 선인(仙人)에 오르다.
1. 수도자(修道者)
녹음이 푸르른 숲길을 한 소년이 걸었다.
소년의 등에는 제 몸보다 큰 지게가 걸려 있었다.
무거운 지게를 이고도 소년의 걸음걸이는 거침이 없었다.
엉성한 작대기로 바닥을 두드리며 걷던 소년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미티어 스트라이크! 헬 파이어! 블리자드!”
알 수 없는 용어들이 고운 입술 사이로 쉼 없이 흘러나왔다.
한동안 작대기와 함께 손짓과 발짓 하던 소년이 낙담한 표정으로 다시 외쳤다.
“윈드 커터! 파이어 에로우! …그럼 파이어!”
간절한 목소리와 달리 소년의 손끝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깊은 한숨과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나이를 먹어도 그대로구나. 입문 마법인 파이어도 안 나가다니. 대마도사 신세가 말이 아니야.”
고운 입술 사이로 대마도사라는 생경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한 번 터진 소년의 입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귀여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은 섬뜩한 표정이 소년의 얼굴에 서린다.
“도마뱀 새끼들은 잘 있으려나. 윗놈들 허락도 없이 차원 마법을 사용했으니 무사할 리 없을 텐데. 내가 직접 그 머리통을 깨줘야 하는데 아쉬워.”
소년은 절세 검객처럼 작대기로 풀들을 갈랐다.
풀들을 괴롭히며 걷다 보니 어느새 숲길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때 포근한 목소리가 저 멀리 들려왔다.
“유진아!”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던 소년의 미간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대륙을 평정했던 절대자가 산골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머니!”
“오늘도 고생 많았네. 어서 들어가자.”
“왜 여기까지 나와 계세요. 집에서 기다리면 된다니까.”
“아들 얼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어머니도 참.”
유진과 어머니는 웃음을 머금고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향하는 길 끝에 숲을 병풍 삼아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울타리 안으로 자그마한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허름한 산골 마을로 막 들어선 모자를 향해 걸걸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유진 엄마도 참 극성이군. 나중에 유진이 장가간다 그러면 어쩌려 그러나.”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가집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노인은 문턱을 의자 삼아 앉아 웃음을 흘렸다.
“촌장님도 참. 지학(志學)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자꾸 그러세요.”
“사내아이 열 살이면 다 큰 거지. 게다가 유진이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얼마나 듬직하던가. 우리 손녀도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유진….”
“할아버지!”
“어이쿠!”
갑자기 들려오는 고음에 촌장이 화들짝 놀랐다.
언제 나왔는지 작은 소녀가 주방 앞에 나와 양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광선을 쏘아대던 소녀는 유진과 눈을 마주치고 얼굴이 달아올라 주방으로 돌아갔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서야 유진과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동네는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구나.”
“그 재미로 이곳에 정붙이고 사는걸요.”
노인네 같은 유진의 말에 여인이 고운 손을 들어 꿀밤을 먹였다.
“정말 열 살 소년이 맞는 것이냐? 어미인 내가 보아도 가끔 헷갈리는구나.”
“아들이 늠름하면 좋은 거지요.”
“녀석 까불긴. 어서 정리하고 들어가자. 푹 삶은 닭고기에 네가 좋아하는 밤을 수북이 넣었어.”
“익숙한 냄새가 난다고 했어요. 서둘러 정리하겠습니다.”
어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가고 유진은 지게를 메고 집 옆으로 돌아갔다.
마른 장작이 쌓여 한쪽 벽을 메우고 있었다.
지대가 높은 만큼 산골 마을의 겨울은 어느 곳보다 혹독했다.
여유가 있을 때 장작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였다.
유진은 지게에 있던 장작을 한쪽 벽에 쌓아 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 세계에서 마나를 쌓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 대륙을 발아래 놓았던 마법사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다니. 도마뱀들이 술수라도 부린 건가 싶어 살펴봤지만 분명 이상이 없는데.’
유진이 장작을 놓다 말고 자기 신체를 내려다보았다.
도마뱀들의 합공으로 이 세계로 환생한 지 십 년이 흘렀다.
그런데 이곳은 몬스터와 마법이 존재했던 대륙과 완전히 달랐다.
무공이라는 신비한 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촌장과 어머니를 따라갔던 도시에서 무공을 익힌 자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마법도 없이 그렇게 빨리 뛰어다닐 수 있다니. 경지에 오르면 소드마스터를 능가할지도.’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마나를 다루는 검사 역시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세계에선 그런 존재들이 상당히 많았다.
마나를 쌓을 수 없는 상황이라 그런지 무공이라는 공부에 관심이 갔다.
마검사는 아니지만 소드마스터라 불리던 친우들의 검법을 수없이 보았다.
그중 몇은 검술을 공개하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다.
마나만 있다면 한두 가지 검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멀었니? 음식 다 식겠다.”
“다 했어요. 들어갈게요.”
유진은 잡생각을 흘려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나도 좋고 무공도 좋지만,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 생활이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절대자의 삶에서 느껴본 적 없는 안정감과 유대감을 그녀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물론 이 시간이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원한은 백배로 갚아 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아닌가.
도마뱀들이 앞다리 뻗고 자는 걸 가만히 볼 생각이 없었다.
“음?”
장작을 정리하고 돌아나가던 유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집 뒤편에 위치한 숲속에서 익숙한 향기가 감지되었다.
철이 산화되면서 발생하는 금속적이고 비릿한 냄새는 분명 그것이었다.
유진은 한쪽에 놓여 있는 도끼를 들고 천천히 숲속으로 다가갔다.
점점 강해지는 피 냄새를 의식하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우거진 수풀을 잠시 헤집고 걸어가서야 피 냄새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수풀 아래 하얀 도복을 입은 중년인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 * *
정체불명의 사내를 발견하고 열흘 가까이 흘렀다.
유진과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에 중년인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2025.04.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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