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월 수 금 연재
인간을 지키기 위해 괴물을 사냥하고,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특별한 사내의 이야기. [이 글은 부산 콘텐츠 코리아랩의 지원을 받아 출간된 도서입니다.]
차정혁.
707특임대 출신으로 전 세계를 떠돌며 테러리스트들을 때려잡았고.
미국 최고의 사설 용병업체, 블랙베어의 에이스가 된 남자.
사람을 지키고,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를 응징하며 살아왔다.
‘보람찬 시간이었어.’
블랙베어를 은퇴한 날.
차정혁은 자신의 이십 대를 떠올려 보았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열심히 살았고, 많은 피를 보았으며, 늘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그래도 살아남았다.
‘죽지 않았어.’
블랙베어의 본사를 나오는 지금.
차정혁은 자신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같이 입사한 동료 중, 여덟 명이 죽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후 총포상을 차렸다.
사지육신이 멀쩡한 채로 블랙베어를 나서는 이는 자신뿐이었다.
“선배님이 은퇴하신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뉴욕에 위치한 블랙베어 본사 입구.
그의 앞에 서 있는 마이클 스트릭랜드가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차정혁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마이클 스트릭랜드는 차정혁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흑인이었다.
K팝을 좋아하며, 차정혁을 따르던 한 기수 아래 후배의 목숨을, 차정혁은 다섯 번 정도 구해줬다.
그의 사지육신이 멀쩡한 건 자신의 공도 있는 것이다.
“잘 지내. 끝까지 살아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해.”
“저, 애 낳는 건 선배님이 먼저 아니십니까? 똥물도 위아래?”
“찬물도 위아래야. 어디서 이상한 농담을 배워 가지고……간다.”
차정혁은 마이클 스트릭랜드의 어깨를 툭 치고 돌아섰다.
이제 택시를 잡고 바로 공항으로 가서 가족들을 만나러 갈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인 양부모님과 여동생을 말이다.
‘이제 평범하게 살자.’
십 년 동안 용병으로 지내면서 백만 달러, 한국 돈으로 14억 정도를 모았다.
여기에 퇴직금까지 합하면 15억이 넘으리라.
그 정도 돈이면 양부모에게 뭐든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게도 하나 차려드리고, 작은 집도 구하자. 그리고 희수 대학교 학비도…….’
차정혁은 한국에서도 일을 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대출도 조금 받으면 충분히 뭐든 조금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터.
벌써, 행복해진다.
그의 입매에, 희망에 찬 미소가 맺힌다.
평범하고 행복한 미래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리고 정확히 24시간 후.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 * *
오후 8시.
성북구에 위치한 차정혁의 집.
2층 개인 주택 앞에 선, 차정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부모님이나 동생, 희수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집의 불은 꺼져 있고.
문틈으로 익숙한 냄새가 흘러나온다.
‘피?’
차정혁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피 냄새가 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잘못 맡은 걸 거야. 그래야 해.’
피 냄새를 부정하면서도, 차정혁이 문고리를 잡았다.
‘열리지 마. 제발 잠겨 있어.’
상반된 감정 속에서 이를 악물며 문고리를 돌린다.
제발 아무도 없기를.
그저, 문을 잠그는 걸 잊고 나가신 거기를 빌었지만…….
결국 문이 열렸고.
현관으로 들어선 차정혁이 두 눈을 부릅떴다.
‘……!!’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고.
손과 발이 널려 있다.
그리고 사람의 몸통이 조각나 있는데, 그 잔해들 사이에 동생 희수가 서 있었다.
쩝쩝-!! 우걱우걱-! 쩝-!!
희수는 볼이 터져라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그 부풀어 오른 볼을 보며 차정혁의 두 다리가 휘청거렸다.
“너, 너…….”
“오,빠, 안, 녕.”
잔해를 먹고 있는 희수가 차정혁을 보며 두 손을 흔든다.
교복을 입은 희수가 생긋 웃자, 차정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현실일 리가 없어.’
전 세계의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비현실적인 사체들을 보아왔다.
그래도 이런 조각은 본 적이 없었다.
그 조각 중에는 피로 물든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양부모지만,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 줬던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자, 차정혁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악몽이어야 해. 제발……신이시여.’
차정혁은 신에게 빌었다.
이 모든 게 꿈이기를.
지금 비행기 안에서 선잠을 자다가 꾼, 개꿈이기를 말이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희수가 진실을 알려줬다.
“오빠.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 약을 못 먹으니까 배가 고파서, 그래서 먹었는데……아빠랑 엄마였어.”
이야기를 이어가던 소녀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이, 뺨에 묻은 핏물과 섞여 내려간다.
그리고 소녀가 혀로 피눈물을 핥는다.
“오빠. 사람이 의외로 맛있더라.”
“뭐?”
차정혁이 당황하는 순간.
희수가 오른손을 뻗었고.
츄가가가가가가각-!!!!
갑자기 관절이 늘어지며 길어진 손가락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푸하아아악-!!!
핏물이 튀고.
“……!!!!”
차정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채찍처럼 길게 늘어진 희수의 오른손 손가락이 그의 심장 부위에 정확히 박혀 있다.
“끄으으…….”
차정혁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고.
털썩-!!!
차정혁의 무릎이 바닥에 꺾인다.
그리고.
순식간에 의식이 소멸된다.
절대적인 어둠 속으로 차정혁의 의식이 빠져들어 갔다.
* * *
모든 게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나, 죽는 거야?’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끔찍하고 괴기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이 지독한 고통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면, 그 현실을 감당할 수가 없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죽는 게…….
그런데.
그 순간,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눈이 떠졌고.
감정이 소멸된다.
‘내가 누구지?’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을 뿐이다.
차정혁, 아니 차정혁이었던 무엇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저건 그저, 괴물이다.
자신이 죽여야 하는 괴물.
자신이 사냥해야 하는 괴물.
그 괴물이 입을 연다.
“세상에. 오빠도 우리……였구나?”
2025.12.26 18:00
2025.12.24 18:00
2025.12.19 18:00
2025.12.17 18:00
2025.12.12 18:00
2025.12.10 18:00
2025.12.08 18:00
2025.12.05 18:00
2025.12.03 18:00
2025.12.01 18:00
올라온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