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여주: 윤이설 “도제야. 내가 그리로 내려갈게. 우리 아주 깊은 곳까지 같이 가라앉자,” 세상은 참 불공평해. 이설을 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곤 한다. 외모면 외모, 집안이면 집안, 성격이면 성격, 빠지는 것이 없다. 선망과 동시에 질투를 달고 다니지만. 이설은 자신이 ‘빛’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의 운명을 사랑한다. 그러니까 현도제 역시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병을 위해서 데려온 친구 정도로 여겼으니까. 그에게 빛을 아주 조금씩만 떼어주면 도제는 영혼이라도 갖다 바칠 것처럼 굴었으니까. 이설에게 도제는, 반드시 필요한 어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도제를 보며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확인받고 안도하곤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도제가 사라진다. 감히. 그리고 이설의 하늘은 뒤집힌다. 마치 이때까지 겪지 않았던 불행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만 같다. 이설에겐 불행에 대한 면역이 없다. 쉽게 무너져버린다. 기껏 선택한 방법이 ‘죽음’이었다. 그리고 그날. 도제가 돌아온다. 감히. 자신의 운명의 ‘장식’ 고작, 그뿐이었던 도제는 어느새 이설의 구원자가 된다. 네가 필요한 나를 인정하기 싫다. 고작 너 따위로 채워지는 내 세상이 싫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면, 세상이 온통 흔들릴 것 같다. 남주: 현도제 “너를 찾는 건 쉬운 일이야, 이설아. 너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빛이 되어 있을 테니까.” 음과 양. 위와 아래. 빛과 어둠. 달과 해. 세상은 평평하다. 아니, 공평해야 한다. 그래서 무언가가 저쪽에 있다면 또 다른 무언가는 이쪽에 있어야 한다. 도제를 지탱하는 것은, 이따위의 사소하고 당연한 진리이다. 결핍으로 태어나 상실에 길든 영혼은 애써 울지 않는다. 도제는 울지 않는 아이였다. 살기 위해서 마땅히 주어진 것들도 그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배고픔과 갈증을 잊기 위해 잠에 들고 견딜 수 없으면 눈을 떴다. 다른 세상을 알지 못하는 도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슬퍼하지도 못했다. 달이 기울고 해가 뜨는 순간은 정해져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빨리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버텨온 것은, 그저 체념에 익숙한 몸으로 무언가를 실행하기에 지쳤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죽음의 기회가 찾아온다. 딱히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최후, 그중에서도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도제는 그제야 ‘빛’을 만난다. 빛, 그 아래에서 도제는 비참했다. 더러운 얼굴과 손, 그보다 조금 더 추악한 마음. 빛은 그 모든 것들을 하나도 숨겨주지 않았고, 도제는 매 순간 발가벗은 것 같은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경이는 곧 질투가 되고, 제 몸을 불살라도 ‘빛’의 자리에 닿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도제는 화를 냈다. 그리고, 비로소 울었다.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내 손이 더러우니까. 오래 보는 것조차 금지되었다는 것도 안다, 눈이 멀어 버릴 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너의 곁에 남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는 멀리 있기에, 닿을 수 없기에 여전히 아름다운데. 질투, 욕심, 분노. 온갖 더러운 것들을 뭘로 덮어야 그럴싸해질까. 그래, 이설아. 이렇게 하자. 이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르자. 너를 품은 세상을 질투하는 것도, 너 하나만 가지면 그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욕심도, 너를 곁에 둘수록 초라해져 가는 나를 향해 겨누어진 분노도, 모두 모두……. 사랑이라고 불러버리자. 죽고 싶었던 도제는, 이설을 그저 곁에 두기 위해서 생을 이어간다. 가장, 어둡고 더러운 길을 골라 걸으면서. 자신의 희생을 이설이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너는 내가 살아있는 한 죽지 못하고, 나도 너를 살리기 위해서 죽지 못할 테니. 이따위도 운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너와 나는…….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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