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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낙
110화무료 3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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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 게임 『라스트 스텝』의 테스터 팀에 스카우트 된 프로게이머 은린. 어느 날 회사 건물에 커다란 화재가 발생하고, 아직 게임을 빠져나오지 못한 팀원을 구하기 위해 린은 불길을 헤치고 『라스트 스텝』에 접속한다.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게임 속 NPC인 '아드리엘 황녀'가 되어 있었는데……. “잘 지냈습니까, 은 팀장.” “말도 안 돼. 어떻게 당신이……?” 그리고 그녀를 따라 게임에 들어와 갇혀버린 의료팀장 류시헌. 그는 '아드리엘'의 약혼자이자 또다른 NPC인 '리하르트 블란 테스카'가 되어 있었다. *** “방심하지 마. 지나치게 가까이 지내지도 말고. 언제 또 널 죽이려 들지 몰라.” “…….” “의지할 거면 차라리…… 내가 낫지 않을까.” 그는 참 여전했다. 여전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뭘 고민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날 친동생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남자보다 당신이 더 안전할 거란 말이지, 지금?” 비아냥대듯 말하자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지난 15년간 네게 무리한 부탁을 한 적은 많아도, 함부로 손댄 적은 없잖아.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때조차.” “그야 당신이 날 여자로 생각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거고.” “지금은. 어떨 것 같은데.”

#로맨스판타지#첫사랑#순정남#동정남#후회남#다정남#상처녀#오해물#빙의#집착남#짝사랑남#능력녀#동정녀#걸크러시#계약관계

1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지 이상하도록 주변을 서성대는 시녀들의 모습에 아드리엘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또 뭔데.’


먼저 말 걸어 주길 간절히 바라는 눈빛들이었다. 무시하고 싶지만, 그랬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봉변을 당한 적이 여러 번이었던 터라 아드리엘은 마지못해 물었다.


“내게 고할 말이 있는 모양이구나.”


존댓말을 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격 없이 말해서도 안 된다. 시녀들이 이상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의 말투를 구사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무려 2주였다.


“실은, 전하…….”


이때만 기다려 왔으면서 뜸 들이는 꼬락서니하고는. 아드리엘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깜짝 놀란 시녀가 서둘러 말을 쏟아 냈다.


“테스카 공작께서 이번 황궁 무도회에서 베르나 백작 영애를 에스코트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드리엘의 머리는 순간 과부하가 걸렸다. 일단은 테스카 공작이 누구였던가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리하르트 블란 테스카. 그는 황태자가 아드리엘에게 약혼자로 붙여 놓은 사내였다.


황후의 소생이라는 것밖에 아무 장점이 없음에도, 황태자는 자신의 이복 누이를 경계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도 모자라 약혼자까지 제 사람으로 채워 넣길 바랐다.


공작은 마지못해 명을 따랐다. 황태자가 무사히 황위에 오르면 황명을 내려 약혼을 파하도록 하는 것이 공작이 내건 조건이었다.


처음부터 호감 따윈 없던 터라 공작은 약혼자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황태자 역시 거기까진 바라지 않았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황녀에게 있어 테스카 공작은 매우 짜증 나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감언이설로 꾈 때는 언제고, 약혼 성사 후 180도로 태도를 바꾼 가증스러움이라니.


이번 일만 해도 그랬다. 황녀 또한 참석할 게 분명한 황궁 무도회에 다른 여자를 파트너로 데려오겠다니, 제정신인가.


아무것도 모르던 2주 전의 그녀라면 모를까, 지금의 아드리엘은 상황 파악을 어느 정도 끝낸 후였다. 즉, 지금은 그녀가 불같이 화를 낼 타이밍이었다.


“뭐? 이 자가 기어코 선을 넘는구나!”


역시나 옳은 선택이었는지, 그녀 앞엔 아무런 경고창도 뜨지 않았다. 조금만 처신을 잘못해도 가차 없이 ‘명성’이란 것을 깎아 버리는 시스템 탓에 그녀는 이처럼 늘 눈치껏 ‘잘’ 행동해야 했다.


말만으론 부족했는지 시녀들은 뭔가를 더 바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아드리엘은 읽고 있던 책을 재빨리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거? 이거 맞아?’


“아아……, 전하…….”


반응을 보아하니 맞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여태껏 쌓인 스트레스를 실컷 풀 차례였다.


“감히 황녀인 날 무시해?”


테이블 위에 쌓여 있던 책들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쿠션을 마구 집어 던지는 황녀의 횡포에 시녀들은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다.


“어떻게 약혼녀인 나를 두고!”


앞으로도 두 시간가량은 더 패악을 떨 예정인 아드리엘 황녀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동선을 최소로 하며 요령껏 가볍고 부피 큰 것을 골라 집었다.


“공작에게 전갈을 보내 당장 입궁하라고 해! 당장!”


병약한 것으로 설정된 아드리엘 황녀이기에 무거운 것은 던질 수 없었다. 어차피 가능했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사용하는 공간인데, 뒤처리를 생각하면 너무 골치 아프지 않은가.


황녀는 발치에 떨어진 쿠션을 재활용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역시 던지는 덴 쿠션이 최고라 생각하며 던질 방향을 고민할 때였다. 밖에서 시종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전하! 테스카 공께서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뭐?”


한껏 쿠션을 치켜들고 있던 아드리엘은 멈칫했다.


당장 입궁하라고 소리 지르긴 했지만, 그건 그냥 해 본 소리였다. 황녀가 오란다고 쪼르르 달려올 공작이라면 이 사단이 왜 났겠는가.


게다가 공작저에서 황궁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황녀의 명을 듣고 바로 출발한다 쳐도 족히 삼십 분은 걸릴 터였다. 그런데 벌써 궁에 도착해 그녀와의 만남을 청하다니. 애초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당혹감이 금빛 눈동자에 스쳐 간 것도 잠시, 황녀는 표독스럽게 외쳤다.


“들어오시라고 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걸터앉은 아드리엘은 곧 문을 열고 들어올 남자를 기다렸다. 힘껏 노려볼 만반의 준비를 한 채.


문이 열리고 이윽고 들어온 남자는 커다란 문이 작게 느껴질 만큼 위압적인 체격의 소유자였다. 단정히 갖춰 입은 예복으로도 그 탄탄한 몸은 가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여태까지의 오만함이 이해될 만큼 대단한 미남자였다.


이마가 드러나도록 넘긴 청회색 머리카락은 다소 흐트러져 있었으나 흠이 되기엔 부족했고, 길게 뻗은 짙은 눈매 속 새파란 눈동자는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곧게 뻗은 날카로운 콧날과 남자다운 턱선, 굳게 다문 입술이 매혹적이었다.


가히 황태자의 최종 병기로 쓰일 만한 남자였다. 작정하고 미인계를 펼치면 넘어뜨리지 못할 여자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드리엘이 놀라 눈을 부릅뜬 이유는 공작의 훌륭한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너, 너…… 네가, 왜……!”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될, 제가 익히 아는 얼굴을 맞닥뜨린 충격은 ‘아드리엘 황녀’로서의 본분마저 잊게 했다.




[황녀로서 격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인하여 명성이 -1됩니다. 명성이 0 이하로 떨어지면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 명성: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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