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어른들 말대로 결혼하죠, 우리.” “......네?” 갑작스레 청혼을 받았다. 처음에는 담당 편집자와 베스트셀러 작가로. 두 번째는 어느 유치원생의 같은 동네 사는 친한 누나와 아버지 사이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맞선에서 도망친 여동생 대신 나갔던 자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남자로부터 말이다. “일 년 뒤에 이혼하는 걸 조건으로요.” “......왜, 하필이면 저한테 이런 제안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사랑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마치 그의 작품 속 남주인공이 그대로 사람이 되어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은 아름다운 남자가 더없이 위험한 제안을 건넸다. 그녀를 방패 삼아 집안의 귀찮은 간섭은 전부 피하겠다는 그 속내가 너무도 빤했지만, 그만큼 달콤했기에 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 “혹시, 다른 사람 생긴 거면 차라리 그냥 만나요. 요즘 세상에 그게 뭐라고 이혼까지.” 내연남이 있다면 당당히 만나도 되지만, 이혼만큼은 허락 못 하겠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버틴 소율이 계약 종료를 고하며 합의 이혼서를 내밀자 돌아온 말이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오해가 쌓일 대로 쌓인 상황. 정작, 눈치도 안 보면서 이미 헤어진 전 아내와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 누구인데. 지난 일 년간 소율이 아무리 애쓰고 발악을 해 보아도 손에 잡히지조차 않았던 것을 서지아, 그 여자는 너무도 손쉽게 제 것으로 만들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재현의 마음은 온전히 그녀에게 속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재현의 옆에서 혹시 조각난 마음이나마 제게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의 마음을 기대하던 그동안의 모습이 떠올라, 소율은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라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아야만 했다. “아니요, 그냥 이대로 종료해주세요.” “........” “지쳤거든요, 이제 더는 당신이랑은 한 자락도 얽히고 싶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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