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흉면귀로. 천하를 가르다
profile image
무장🐓
9화무료 9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285좋아요 9댓글 0

흉악한 얼굴로 태어난 백리검. 얼굴을 고치려는 아버지의 노력으로 신의를 만났으나, 뜻이 이루지지 않았다. 마교에 납치된 백리검의 앞날은.

#무협

사람들은 대개 백리검에 관해 알지 못했다.

가족들과 백리검을 본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은 되도록 만날 자리를 피했으며, 백리검 역시 애초에 누군가를 새롭게 만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름 부와 명성을 갖춘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백리검을 갓 나은 모친이 꼬박 하루를 안아주지 않았다면, 태어나기 무섭게 죽었을 거라는 말도 들었다.

 

네 살이 되던 해부터 백리검은 가면을 뒤집어쓰고 살았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 얼굴을 가려야 한다고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시도는 백리검과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만족할 결과를 만들어주었다.

 

백리검에게는 재능이 있단다.

첫 번째 사부 세광검(洗鑛劍) 유학선의 평가였다.

그때쯤, 그러니까 여섯 살 이후로 한 달에 한 번, 가족 연회에 참석할 수도 있었다. 물론, 가면을 착용하는 조건이었다.

 

아홉 살이 되던 해에는 새로운 사부에게서 권을 익혔다.

여덟 개의 팔로 만들어낸 주먹으로 산을 쪼갠다는 팔수분권(八手分拳) 임정철은 선 굵은 가르침을 내려주었다.

백리검은 임 사부가 좋았다.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삼촌 같았으며, 한 때는 나이 차가 크게 백리검은 맏형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늘은 극복할 사람에게만 시련을 준다고 들었다.”

“제가 원한 게 아닌 데도요?”

“무공에 재능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 이런 가문에서 태어나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는 삶을 바라는 이들은 더 많겠고.”

“저는 평범한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그때 임 사부가 보여주었던 미소와 가면 뒤쪽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단단한 손길이 오래도록 위안이 되었다.

 

우습게도 그 대화 다음 날부터 임 사부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모를 영웅에 관한 책들을 가져다주었다.

위태로운 고비를 이겨낸 영웅이 마지막 혈투에서 이름마저 무시무시한 암흑대제를 물리치고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에 빠져든 이후로 백리검은 많은 밤을 지새웠다.

책에 나온 영웅을 따라 팔을 휘둘러보았고, 정원을 향해 난 창이 암흑대제라도 된다는 양, 꾸짖기도 하며 이야기의 끝을 확인할 때면 바깥이 환하게 밝아왔다.

 

검술과 권법을 익히는 것과 영웅전에 담긴 이야기를 읽는 것, 그리고 책에 있는 이들이 했다는 대로 잠을 줄여가며 내공을 쌓는 것, 백리검의 어린 삶은 그 세 가지밖에 없었다.

 

참고로 처음 읽고 난지 두 해가 지나고 나서는 영웅전을 찾지 않았다.

백리검에게는 암흑대제를 물리칠 능력도 없을뿐더러, 가면을 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웅전에 나오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여인이라면 누구나 돌아볼 인상이라고 묘사되지 않았나.

 

한 해, 혹은 두 해에 한 번 정도 되겠다.

의원이나 흉측한 얼굴을 고칠 수 있다는 이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야 했다.

질겁을 하는 의원, 되지도 않는 탕약을 먹여서 사흘씩 의식을 잃게 하는 의원, 역용술의 대가라는 염소수염의 노인, 결과는 계속해서 가면을 착용해야 하는 삶이었다.

 

열일곱이 되던 해, 마침내 백리검은 인생을 바꿀 사람과 대면하게 되었다.

그는 백리검의 얼굴을 마주하고도 놀라지 않은 첫 인물이었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엄청난 관심마저 보였다.

한참 동안 그는 백리검의 얼굴을 살폈다.

그런 뒤에 다시 가면을 쓴 백리검의 손목을 잡고서 얼굴을 살필 때만큼이나 시간을 보냈다.

 

와룡거, 용이 누운 거처라는 이름의 전각 안에는 아버지, 어머니, 태어나서부터 줄곧 백리검을 보살피며 함께 살아온 염 노인 부부, 역용과 절맥 치료에 당금 최고라 꼽히는 의선 섬중량, 그리고 그의 손에 손목인 잡힌 백리검이 있었다.

 

태어나고 나서 곧바로 진맥을 요청했는데, 열일곱 해가 지나고서야 찾아준 섬중량이 마침내 백리검의 손목을 놓았다.

 

“어떻습니까?”

 

의선은 아버지의 질문에 답하기 전, 가면을 뒤집어쓴 백리검을 돌아보았다.

 

“이 아이가 태어날 때, 몸이 차갑지 않았소?”

“그것을 어찌? 맞습니다! 이 사람이 하루를 꼬박 품어주고 나서야 파랗던 몸과 얼굴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동안 백리검을 살폈던 그 어떤 의원도 묻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이이가 복중일 때, 다섯 가지 약재를 넣은 보약을 드셨을 테고요.”

“오오!”

 

탄성을 터트렸던 아버지가 당황한 표정으로 의선과 어머니를 번갈아 보았다. 의선의 질문에 담긴 내용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선께 이 아이의 얼굴을 바로잡아줄 방법이 있습니까?”

 

아버지가 다급하게 질문했고, 어머니와 염 노인 부부가 마른침을 삼켰다.

 

“가주와 이 아이하고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부인과 두 분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오.”

“안 사람은…?”

“나중에 말씀을 나누시는 것까지는 뭐라 하지 않겠소.”

“고칠 수 있나요? 그것만 말씀해 주세요.”

“나중에 들으시오.”

 

의선의 뜻이 워낙 완고했다.

어머니와 염 노인 부부가 물러난 다음이었다.

 

“아이의 얼굴이 이토록 흉한 이유는 몸에 담긴 기운이 올라왔기 때문이오.”

 

의선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각각 특별한 기운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들이 있습니다. 열 살 이전에 절명하기도 하고, 혹은 자리에 누워 움직이지 못했는데, 이 아이는 다섯 가지 보약을 복용했고, 태어난 직후에 하루를 꼬박 품어주어서 그나마 살았다고 보셔야 하오.”

 

고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임신 중에 먹었다는 보약, 하루를 꼬박 품었던 일까지 짐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이라는 놈이 처음으로 백리검의 가슴 속에서 피어났다.

 

“고칠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오.”

“의선?”

“허나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 이 아이는 죽게 될 거요.”

 

다급하게 매달리던 아버지의 얼굴을 절망이 뒤덮었다.

백리검이 태어날 때도 저랬을까?

가문을 이을 아들이 태어났다는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아이의 흉측한 얼굴을 본 산파가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놀랐다던 그 당시에도?

 

이대로 살래, 죽음을 각오하고 치료해 볼래?

두 가지 질문에서 백리검은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반반이오.”

 

그나마 현명한 아버지는 가능성을 먼저 확인했다.

반반의 확률이면 치료받겠다.

가면을 뒤집어쓰고 평생을 사느니, 물에 비친 얼굴을 보며 끔찍하다는 생각을 하느니, 죽음을 각오하고 나서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확률도 문제지만, 또 하백리검의 문제는 비용이오.”

“얼마나 듭니까?”

“은자 10만 냥은 준비하셔야 하오.”

 

그 직후에 백리검은 의선을 바라보던 시선을 떨궜다.

은자 10만 냥?

여유롭게 살고, 무공 사부도 초빙하지만, 은자 10만 냥을 한 번에 내놓으려면 시쳇말로 기둥뿌리를 흔들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죽을지, 살지 모를 치료였다.

1년에 만 냥씩 준비하라면 아끼고 줄여 어찌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단번에 10만 냥을 내놓아야 한다면 누구든 고개부터 저을 일이었다.

무거운 침묵의 끝에서였다.

 

“어찌하고 싶으냐?”

 

뜻밖에도 아버지는 나직하게 질문을 건넸다.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