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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벌가 막내딸, 접니다만?
그린버드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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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더니 드라마 속 재벌가 막내딸로 빙의했다. 그런데,내가 빙의한 막내딸이 망나니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동양풍#현대#빙의#드라마#망나니#법조인#사업가/경영인#다정녀#까칠남#나쁜남자#계략남

눈을 떴다.

…아니, 눈을 “떴다” 는 감각조차 어색했다. 어딘가 불편한 이질감이 온몸을 감쌌다. 머리는 무겁고, 목덜미가 얼얼하다. 그리고 공기의 냄새부터 낯설었다.

너무나도 정제된, 병원 특유의 냄새. 소독약, 무언가 끓이는 듯한 향. 기계가 내뿜는 전자음.


삐, 삐, 삐…


“……으응.”


작은 신음이 터졌다.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가며 세상이 들어왔다.

순백의 천장과 벽지, 형광등, 낯선 천장무늬.

그리고 침대. 이불. 주삿바늘이 꽂힌 팔.


“…병원이네.”


자연스럽게 내뱉은 말. 그런데, 내 목소리가… 이상했다.

조금 더 맑고, 높고, 부드러운 톤.


“…이건 누구 목소리야? 성대도 나간 건가”


나는 놀라 몸을 일으키려다, 갈비뼈 아래로 통증이 번졌다

.

“크윽…”


기억해보자. 마지막 기억이 뭐였더라?


정신을 가다듬었다.

밤이었다. 퇴근길, 새벽 두 시.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 길거리에 서 있다가

큰 불빛이 달려오고,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

그리고 차창 너머로 놀란 운전자의 얼굴.


그다음은…

없다.


“…나, 죽었잖아?”


나는 기이한 공포에 휩싸였다.

죽었는데, 다시 살아난 거야?

그럼 지금은 뭐지? 지옥? 천국? 귀신?

아니면, 응급실에서 간신히 살아났나?


그때였다.

병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어떤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씨, 정신 드셨어요?”


…누구?

검정 단발머리에,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중년 여성.

간호사? 아니, 그건 아니었다. 마치 경호원 같았다.

너무 옛날 느낌의 단정한 복장. 검은 치마, 흰 블라우스, 그리고 가슴에 달린 이름표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김실장’.


“괜찮으세요? 지금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사고 후유증 때문에…”


나는 입을 다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서웠다. 머리보다 먼저 몸이 움찔거렸다.

말투도, 표정도, 나를 아는 듯 대하고 있었다.


“아가씨, 기억은 좀 나세요? 어디 다친 데는 없고요?”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 어디예요?”


김실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강병원입니다. 한성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에요. 사고 이후 이틀째 의식이 없으셔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한성가?

…어디서 많이 들은 이름이다.

그 순간, 머릿속에 아주 낡은 기억처럼 어떤 장면이 스쳤다.


금색 타이틀, 초호화 저택, 차고 가득 슈퍼카, 싸우는 형제, 가식적인 미소의 어머니, 냉정한 아버지.

그리고…


황금의 피.


내가 평소에도 욕하면서 챙겨봤던 막장 재벌 드라마.

시청률은 시원찮았지만,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드라마.

막내딸 윤아린.

성질 더럽고 머리 텅 빈 금수저.

말 한마디로 하녀 하나쯤 잘라버리는 악녀.

3화에서 술 마시고 운전하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캐릭터.


“…설마.”


나는 천천히, 낯설고 희고 얇은 손을 바라봤다.

길고 매끄러운 손가락. 붉은 젤네일.

손바닥을 펴고 접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내 손이 아닌데.”


그 순간, 병실 벽에 걸린 전신 거울 속, 내 모습과 눈이 마주쳤다.

거울 속 여자.

하얀 피부, 날렵한 콧대, 또렷한 눈매. 그리고…

내가 아는 _나_가 아니었다.


“…누구야.”

나는 절로 뒷걸음질 쳤다.


이건 꿈이 아니다.

죽었다. 그리고… 깨어났는데, 이건…


“빙의한 거야…?”


이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올 때, 김실장이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핸드폰이었다.


“아가씨, 이거 병원에 도착했을 때 주머니에 있던 겁니다.”


나는 멍하니 그 폰을 받았다.

은색 아이폰. 켜자마자 얼굴 인식으로 잠금이 풀렸다.

배경화면은… 내가 아닌, 이 얼굴.

윤아린. 드라마에서 본 그 얼굴.


“……진짜네.”


심장이 뛰었다. 미친 듯이, 미친 듯이.


나, 윤아린이 됐다.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이 병실, 김실장, 아이폰, 이 얼굴.

그리고… 이 캐릭터의 운명.

3화 만에 사망.


“아니, 잠깐. 나 죽는다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아가씨!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김실장이 놀라 다가왔다.

나는 주사 바늘이 빠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야? 그 사고. 사고 나서 며칠 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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