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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부모님이 남기진 억대의 빚 뿐. 도박에 빠져 자살한 두 부모님께서 남긴 빚들을 갚던 여주, 윤슬은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부둣가에 선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남겨질 동생을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보험금으로 빚을 갚도록 해둔 윤슬은 신발을 벗고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깊고 차가운 물에 깊이 깊이 가라앉던 순간. 빛이 아닌 다른 이가 그녀의 시선을 매운다. 푸른 기가 도는 군청 색 머리카락의 남자, 그런데 인간의 다리가 아닌 꼬리?? 순간 눈을 크게 뜨다가 그대로 부족한 숨 때문에 윤슬은 정신을 잃고 만다. 그리고. “ 나와 계약하자. ” “ 무, 무슨 계약을.. ” “ 한 달 동안 내게 인간 세상을 보여줘. 그럼 네 소원. 내가 전부 들어줄게. ”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인어. 윤슬은 자신에게 내민 인어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인어의 인간 세상 안내자가 되는데. “ .. 저기, 침대에서 잘 거면 내가 소파에서.. ” “ 싫어, 같이 자. ” 왜 갑자기 내 침대 위를 탐 내는 거야?
칼바람이 불어오면서 여자의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트렸다. 시야를 가리는 굵은 머리카락이 미역처럼 흩날렸지만, 개의치 않은 여자는 그저 멍하니 넘실거리는 검은 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멍하니 바다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던 여자가 천천히 신고 있던 신발을 벗었다. 낡은 캔버스 운동화는 이리저리 긁히고 뜯어져 아주 오랫동안 신은 티가 나는 운동화였다.
마침, 휴대폰이 때를 맞추어 징징 울렸다.
-이번 달 이자 아직 안 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이자를 보내는 날이었나 보다. 정신없이 여기까지 오느라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 아, 정말이지.. ”
이젠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 오후, 상사의 마지막 말을 듣고 기억이 끊겨서 이곳까지.
다시 한번 휴대폰이 징징- 하고 울렸다.
-빨리 보내. 안 보내면 너로는 안 끝나는 거 알지?
“ 망할.. ”
마지막까지 듣는 말이 빚 갚으라는 얘기라니. 부산까지 오는 내내 버스 안에서 꽉 깨물었던 입술이 아물지 못하고 다시 터져 피가 흘렀다.
비릿한 피 맛이 입 안을 가득 감돌았지만, 여자는 감흥 없다는 표정으로 벗은 신발 옆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밑에는 잘 접은 종이 한 장이 추가로 있었다. 만약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시골에 남아 있는 다른 가족에게 자신의 사망 보험금을 타라는 내용이 적힌 유서까지 함께였다.
‘ 보험금 5천 정도면. 빚에 원금은커녕 이자 몇 달 치 정도는 벌어줄 수 있겠네. ’
자신에게 모든 것을 미루어 두고 저승으로 가버린 두 부모님을 원망했다. 이 지옥 속에 홀로 남겨져 평생을 원망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여자는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또다시 아직 어린 제 동생에게 넘기려 한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에 비릿한 미소를 지은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봉지에 한가득 초록색 술병이 쌓여 있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아직 내용물이 남아 있던 술병을 딴 여자가 한 모금 마시고 입가를 훔쳤다. 마시고 남은 술은 전부 바다에 부어 버렸다.
“ 후우.. ”
짜고 습한 바다 특유의 냄새가 올라오자 여자는 찡그렸던 이마를 천천히 폈다. 검은 바닷물이 넘실거려 두려움을 자아냈지만.
“ .. 이제 그만 좀 끝내자.. ”
허탈하게 중얼거린 여자는 모서리, 바다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단 한 번도 무겁지 않은 걸음이 없던 적은 없었다.
“ 이렇게.. 가벼웠던 적이 있었나.. ”
날아갈 듯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서히. 바다로 다가간 여자의 다리가 끄트머리 바로 앞에서 우뚝- 멈추었다.
“ 하아.. ”
느리게 한숨을 내쉰 여자의 몸이 앞으로 기우뚱- 거리더니 그대로 고꾸라지면서 검은 바다 속으로 추락했다.
크게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몸을 검은 바닷물이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면서 여자를 잠갔다.
“ ... ”
떠다니는 물방울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여자의 손이 빛이라고는 한점 없는 수면을 향했다.
숨이 막혀오며 고통이 밀려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고통보다 먼저 오는 것은 깊은 수마였다.
‘ 아. ’
무엇을 위해서 그동안 그렇게 발버둥을 쳐왔던 걸까. 대체 뭘 위해서 그간을 살아왔던 것일까.
여자의 초점 없는 까만 눈이 껌뻑거렸다.
자신을 위해서 옷 한 벌 제대로 사지 못했다. 겨우 중고 시장, 벼룩시장을 뒤져 가면서 가장 하자 없이 튼튼하고 싼 것으로 대체하는 일상이었다.
느릿하게 눈이 서서히 감겼다. 바다는 서서히 여자를 가장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고, 여자는 저항하지 않으며 그 바다를 그대로 받아드렸다.
‘ 대체, 내 인생은.. 어디서 부터 꼬인 걸까. ’
생각이 저편으로 침수되던 와중에도 어디서부터 꼬인 인생인 건지. 자신도 모르게 여자는 그동안의 일을 되짚었다.
‘ 어디서 부터.. ’
두 부모님께서 사업 실패로 거액에 빚을 지게 되었던 것? 그것도 겨우 갚아 나가는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다시 시작했던 치킨집 사업이 그대로 쫄딱 망해버렸던 것?
결국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아버지. 그 이후로 여자는 어린 동생을 산골짝이 할머니네 집으로 동생을 보내고 17살부터 알바를 뛰면서 빚을 갚아야만 했다.
쉼 없이 일하면서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결국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갔음에도 빚을 갚아야 했기에 다시 중간에 자퇴를 해야만 했다.
‘ 윤아.. 많이 울겠지.. ’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동생이었다. 하나뿐인 동생이었다. 물론 2살 이후로 제대로 본 적도 없긴 했지만.
그래도 혈육의 정이라고, 매번 할머니가 보내는 사진을 보면서 생활비까지 틈틈이 보내주고 있었다. 뭐, 그것도 얼마 전에 직장에 짤리고 나서는 확 줄여서 보내야 했지만.
스무 살 중반에 입사한 중소기업은 소위 말해서 꼰대들의 집합체 같은 곳이었다.
월급, 오직 월급 하나만을 보면서 일하던 여자는 얼마 전 회사가 그대로 위기를 맞으면서 정리해고를 당했다.
어떻게든 알바로 돈을 만들기 위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러면서 다시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지만.
최하위 중소 기업을 다녔던 그 정도 경력을 가진 30살의 여자에게 기회를 주는 곳은 없었다.
‘ 내 장례식은 제대로 이루어질까 모르겠네. ’
장례식을 해도 아마 오는 조문객 하나 없지 않을까. 돈에 치여 고등학생 때부터 제대로 친구라는 이름의 누군가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간간이 연락하던 중학교 때 친구들은 성인이 되면서 연락이 그대로 끊겼고.
눈을 깜빡이던 여자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 .. 음? ’
점점 감겨가는 탓에 시야가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좁아지던 시야 사이로, 검은 바닷물을 가르며 헤엄쳐오던 한 남자가 보였다.
‘ 누구.. 지? ’
잠이 오는 와중에도 든 궁금 증이었지만. 문제는 이미 여자는 정신을 잃어가던 중이었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감겨가던 눈으로 여자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남자의 뒤에 다리가 아닌 푸른 물고기 지느러미가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 인.. 어..? ’
그리고 그게 여자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완전히 닫힌 눈의 여자의 몸이 가라앉고 있었고, 그 사이 벌써 여자의 옆으로 도착한 남자가 단단한 팔로 그녀를 안아 올렸다.
2025.10.10 21:00
2025.10.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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