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사계절의 너에게
profile image
소담
17화무료 17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1.8천좋아요 14댓글 2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시절이 있다. 어떤 여름은 설렘으로, 어떤 가을은 아픔으로, 어떤 겨울은 우정으로, 그리고 어떤 봄은 용기로. "하지만 현실은 만화처럼 흐르지 않았다. 나는 너무 겁이 많고, 너무 어리다. 그래서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나만 빼고 전부 다, 목적지를 정해둔 것 같다. 신은 눈치도 없지. 괘씸할 정도야. 햇살은 밝았고, 하늘은 맑았다. 날씨가 이토록 좋은 날이면…" "내 손끝이 떨리고 있었고, 그 떨림이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당신같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나는 다시는 예전으론 돌아갈 수 없다. 이걸로 끝내고 싶지 않다." 사계절을 지나, 결국 너에게 닿기를 바라며. 청춘 옴니버스 스토리, '사계절의 너에게'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현대#아카데미/학원#오해물#첫사랑#달달물#로코물#친구>연인#소꿉친구#오래된연인#학생#GL#짝사랑#피폐물#성장물

20XX년의 여름.

금일고등학교 1학년, 준서 & 세린.

이 여름의 주인공.


햇빛이 머리 위로 내리꽂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다. 바닥이 반사하는 열기에 구워질 것만 같을 때. 정류장 그늘은 세 명이 겨우 설 수 있을 만큼 좁다. 다행히도 그 안의 서 있는 두 사람. 준서와 세린은 누가보면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 마냥 다른 방향을 보고 서있었다.


먼저 입을 뗀 것은 세린.

"야, 카페 에어컨 고장났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의 사장이 보낸 문자를 내려다보며 던진 말.

"아 씨.. 또? 더워 죽겠는데.. 그냥 새로 하나 사면 안 되나.."

준서는 짧게 대답하고, 한숨을 푹푹 내쉰다.


짧은 대화, 무관심한 시선. 하지만 그 사이에는 묘한 공기가 흐른다.

태어날 때부터 소꿉친구, 부모님도 서로 친했다.

하필이면 학교에서도 같은 반, 여름방학 내내 같은 카페 알바.

지겹다면 지겨운, 인연이자 악연. 서로 너무나 잘 알았고, 모난 것들이나 매력을 느낄만한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17세의 청춘, 친구들에겐 아무 사이도 아니라 말하겠지만, 누가 믿어주겠나. 그 둘은 이미 금일고 1학년 층에선 관심대상 1순위였다.


세린은 고개를 들어, 열기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로를 바라본다. 버스가 오기엔 아직 10분이나 남았다.

"너 유니폼 챙겼지?"

준서는 픽, 웃음을 터트리며 비아냥거린다.

"내가 너냐? 유니폼은 당연히 챙겼지. 나오기 전에 분명 가방에.."

가방에 손을 넣어 뒤적거리다 깨닫는다. 잠깐 가방에 아이X드를 넣는다고 유니폼을 빼놓았던 것이.

버스가 올 시간은, 벌써 10분밖에 안 남아있었다.

"멍청이."

준서는 이마를 꾹 누르며 두통을 느꼈다.

"하.. 미치겠다.. 지금 돌아갔다 오면 안 늦으려나.."

세린이 기다렸다는 듯 비웃으며 코웃음을 친다.

"버스 오면 나 먼저 간다? 뛰다가 열사병이나 걸리지 말고."

"빨리 뛰어갔다 와야지.."


세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슥 닦고 나서, 백팩의 안에서 조심스레 비닐에 싸인 무언가를 꺼냈다.

"뭔데?"

"멍청이 예비용."

그건 바로, 준서의 유니폼 상의였다. 정확히는, 준서가 칠칠찮게 놓고 나온 유니폼.

"그게 왜 네 가방에서 나와? 대박.."

"니가 바보처럼 놓고 나오려던 거 챙겨줬다. 왜? 넌 그냥 나 없으면 안 돼. 못산다니깐."

준서의 눈썹이 살짝 위로 들린다.

"너 혹시 나 좋아하냐?"

"진짜.. 이래서 내가 말을 말아야 돼."

세린은 유니폼을 툭 던지고 고개를 돌린다. 준서는 유니폼을 들고 서서, 멍하니 웃는다.


버스가 마침내 정류장에 도착했다.

덜컹, 문이 열리고 세린이 먼저 발을 내딛는다. 준서는 유니폼을 가방에 급하게 밀어넣고 그 뒤를 따른다.

여름방학 평일 아침, 버스 안은 한산했다. 세린은 창가 자리를 먼저 차지했고, 준서는 망설이다가 그녀 옆에 앉는다.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세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나때문에 덕좀 봤네. 나 없었으면 사장님한테 혼났을 텐데."

"내가.. 뭐, 일부러 놓고 온건 아니잖아."

"알아. 넌 그냥 멍청해서 그래."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돌렸지만, 금세 웃음이 새어나온다.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바람이 두 사람을 스쳤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눈동자, 하지만 같은 속도로 흔들리는 버스 안의 그림자.

잠깐의 정적 후, 이어지는 준서의 목소리.

"너.. 다음 주 수요일에 시간 되냐?"

"갑자기? 왜?"

"그냥 놀자고. 방학이잖아."

"어디?"

"비밀."


그 말만 남긴 채로, 세린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햇살이 창을 타고 들어오며, 그녀의 옆얼굴을 비추는 것이 보였다. 준서는 그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가슴 어딘가가 아주 살짝 간질간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서- 오세요-."

익숙한 자동문의 기계음 소리와 함께 사장님이 둘을 반겼다. 굳이 반가워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아이고~ 우리 귀염둥이들 왔어? 더워 죽겠는데 너희 얼굴 보니까 시원해지는 것 같어~"


세린은 형식적인 웃음을 지었고, 준서는 헛기침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카페의 안은 뜨거운 공기를 못 이긴 선풍기가 헉헉거리며 용을 쓰고 있었다. 시원해지기는 커녕, 갓 데운 음식처럼 눅진한 공기만 가득하다.


세린이 묻는다.

"수리 기사님은요?"

"점심 지나고 온다고 했는데, 뭐~ 그 양반들 바쁜 거 누가 모르냐. 오늘은 덥게 일해야지."

사장은 냉장고 문을 열어 미리 타둔 차가운 아이스티 두 잔을 내놓았다.

"자, 이거 너희 거. 알바 오프닝 써비스. 마셔~ 편하게. 어."

준서는 컵을 받으며 물었다.

"사장님, 오늘 저희 둘만 있어요? 누구 또 온대요?"

"어… 그니까, 아. 현우 올 거야."

"아.... 그 형.."


준서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세린은 아이스티를 빨대로 휘젓다가,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우 오빠, 요즘도 혼자래요?"

"응~ 현우 여자친구 없대. 왜? 관심 있어? 흐흐."

사장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눈을 찡긋했다.


준서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툭 돌린다. '관심 없어야지. 없어도 돼.' 작은 목소리로,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 순간, 찾아온 불청객.

뒤에서 누군가가 카페에 들어선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아. 더워 죽겠다. 어? 세린이 왔네?"


현우였다.

키가 훤칠하고 웃을 땐 보조개가 깊게 패는, 누가 봐도 선배미가 넘치는 3학년 알바생.

고3이면서 알바는 무슨 알바인지, 제일 바쁠 시기가 아니던가? 왜, 준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가?

세린은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했고, 준서는 애써 웃으며 "형, 늦으셨네요." 하고 말했다.

그 웃음엔, 분명한 견제의 기운이 섞여 있었다.


현우는 카운터 뒤로 돌아가며,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내었다.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