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소년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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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씨
10화무료 10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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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참여작#판타지



ㅡ촤악!


마지막 침식체를 베어냈다. 그렇게 지옥 같던 침공이 막을 내렸다.


"하아...하아..."


나는 내 몸 상태를 확인했다. 검을 쥔 손이 펴지지 않았으며 온몸은 돌처럼 굳어가며 내 몸은 오랜 전투로 산산조각 나 있었다.


"큭..."


복부에서 터져 나오는 격통에 무릎이 꺾이고. 가까스로 검을 짚고 몸을 지탱했다.


수많은 생명이 이 전장에서 사라졌다. 


침식체들이 쌓아 올린 시체의 산은 공포심을 유발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침식된 인간의 시신은 전쟁의 참혹함을 말해주고 생사를 함께한 병사들은 모두 죽었다.


살아남은 인간은 나 하나였다.


"대단하구나, 인간이여."


그때 등 뒤에서 오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뒤를 돌아 지독한 목소리의 주인과 마주 했다.


"아직도 살아 있었나 늑대?"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산 자를 찢고, 그 흉포한 이빨로 죽은 자를 모욕하던 초원의 지배자 푸른 늑대.


녀석과 나는 몇 날 며칠을 싸웠다. 녀석은 내 검에 한쪽 눈을 잃고, 수백 번이나 난도질당했다. 나 역시 녀석의 이빨과 발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처철한 싸움 끝에 승자는 나였다.


늑대가 쓰러지자 지배자를 잃은 침식체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나는 그 틈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적조와 천조의 멸망 이후에 이런 괴물이 남아 있었을 줄이야."

"진짜 괴물한테 그런 말 들으니 기분이 묘하군."


늑대가 나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는다. 나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주제에, 나를 먹잇감으로 보고 있다.


당장에라도 검으로 녀석의 남은 왼쪽 눈알을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내 몸에는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70년 동안 수많은 포식을 했다. 동족이든 인간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웠지. 그런데도 나는 채울 수 없는 허기를 느꼈다."

"그래서 도시를 침공한 거냐?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녀석은 키득거리며 나를 비웃었다.


"고작 인간을 먹고자 이 많은 희생을 치른 것이 아니다."

"그럼 뭘 위해 희생을 감수한 거지?"

"하늘 위의 신, 천조를 잡아먹기 위해서다."


녀석이 내뱉은 단어에 나는 오한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천조(天照), 하늘을 비추는 자.


수천 년 전, 하늘에서 내려와 이 세상에 태양과 달을 내려 준 신.


이 땅에 나타난 신적 존재에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그를 경배했다. 천조는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 듯 하늘에서 비를 내려 대지를 적셨고, 땅은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천조가 내린 비는 축복이 아닌 침식의 힘이었다.


침식의 힘은 오랫동안 이 땅을 조용하고 천천히 오염시켰지만 아무도 그 진실을 몰랐다. 감히 하늘의 신인 천조가 그런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비밀은 적조(赤照)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드러났다.


천조가 만들어 낸 태양의 파편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아버지 천조를 하늘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움직였다.


천조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영토를 세우고 그곳에서 적조는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쟁을 준비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자 적조는 천조에게 이빨을 들어냈다.


반면 오랜 평화에 찌들어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천조의 군대는 연달아 패배했다.


그리고 하늘마저 위협 받는 상황이 되자 천조는 최후의 수단으로 침식의 힘을 꺼내들었다.


그때부터 전쟁은 달라졌다.


적조의 군대는 수세에 몰렸고. 천조의 반격 시작됐다.


그렇게 전쟁은 80년 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적조는 침식이 닿지 않는 땅 깊숙한 곳으로 숨어 버렸고 천조는 다시 하늘 너머로 도망쳐 버리며 전쟁은 누구의 승리도 아닌 모두의 몰락으로 전쟁은 끝이 났다.


"아무리 몰락했다지만 하늘의 신이었던 자를 잡아 먹겠다니 웃기는 소리군."


푸른 늑대는 입꼬리를 올렸다.


"도시라는 평화속에 자신을 가둔 겁쟁이가 할 소리가 아니다."

"자신의 욕망 조차 조절 못하기에 너가 짐승인 것이고 내게 패한 것이다."

"이 허기를 채우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소원일 지경이다."

"그렇다면 소원을 이뤘군 축하한다."

"그래...소원은 이뤘지."


녀석이 환히 웃었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게 하나 있다."


그 말에 내 눈썹이 꿈틀였다.


"무엇이 아쉽지?"

"널 먹지 못한 것. 처음부터 천조가 아닌 널 목표로 삼았다면 너의 살점을 물어뜯을 수 있었을 텐데."

"......"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이라도 그 목을 베고 싶지만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분노를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너 따위에게 죽을 내가 아니다."

"허나 내 이빨은 이미 네놈의 살점을 물었다. 인간이여, 네 영혼은 죽어 가고 있다."


녀석의 손톱이 산 자를 위한 것이라면 이빨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다.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물어 잡아먹는 늑대의 이빨에 내 영혼은 물어 뜯겼다. 


"느껴지는가? 너와 나의 영혼이 결속된 것을. 너가 사라지면 나도 함께 사라지겠지."

"그나마 다행이군. 너 같은 놈이 다시는 도시를 위협할 수 없을 테니."

"도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푸른 늑대가 피식 웃었다.


"그러나 너는 아니다. 내 반드시 너를 물어뜯고 천조에게 도전 하겠다."


녀석은 마치 천조의 맛을 상상하는 듯 침을 삼켰다.


"포부는 좋으나 안타깝군. 네 손톱과 발톱은 모조리 부러졌고, 이빨은 내 검에 뽑혔다. 그런 몸으로 날 어떻게 먹는단 말이지?"

"사냥만이 배를 채우는 방법은 아니지."


녀석의 눈동자에 꺼지지 않는 욕망의 불꽃이 일렁였다.


"내 비록 모든 무기를 잃었지만,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는 아직 죽지 않는다."

"하지만 죽어 가고 있다."


푸른 늑대의 몸은 나보다 더 처참했다.


수백 번 찔리고 베인 그 육신은 만신창이가 따로 없었다.


"나는 영혼을 무는 늑대다. 육신이 죽더라도 내 영혼은 이땅에 남아 있을 것이다."

"...."

"시간 가는 줄 몰랐군. 이제 작별할 시간이다."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움직임이 멈췄다.


초원을 지배하던 푸른 늑대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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