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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후, 나 혼자만이 힐러다.
한결
2화무료 2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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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났다. 살아남은 건, 힐러인 나뿐이다.

공모전 참여작#판타지#헌터물#생존물#성좌물#시스템/상태창#차원이동#드라마#사연캐#먼치킨#냉정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비각성자였던 내가 기적처럼 각성했지만… 전투형이 아닌, 힐러였던 순간부터? 

F급 헌터였지만 운 좋게 들어간 던전에서 아티팩트를 얻고, S급이 된 기적부터? 

아니면 멸망의 예언을 듣고, 살아남은 헌터들과 함께 재앙에 맞섰던 그 날부터? 

 

그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자. 

눈앞에 상태창이 떠오른 그 순간이었다. 

 

「축하합니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멸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그때 처음으로 뼛속 깊이 깨달았다.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오장육부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메스꺼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다. 

유일하게 남겨진 사람으로써.

 


스물네 살. 평범한 9급 공무원. 

자상한 부모님과 번듯한 언니들 사이에서, 작고 귀여운 막내로 자랐다. 

 

공부 머리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성실하게 살았다. 

어릴 적부터 나서길 싫어했기에 고시원에서 공부한 뒤, 9급 공무원이 되었다.

머리도 안좋은 나로썬 예상된 결과였다.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더 나은 길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살아왔다. 

 

무난하고 조용한 일상이, 내가 선택한 최선이었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도, 지금도. 

나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성격이, 더 나은 선택을 망설이게 만들었고···. 

그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멸망을 불러왔다. 

 

이미 돌이킬 수도 없고, 되돌릴 기반조차 사라진 지금. 

마치 내 삶의 뼈대가 통째로 무너져버린 기분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지은님!" 

 

가만히 서있던 나의 뒤로, 악마가 말을 걸어왔다. 

원숭이 같이 생긴 그 녀석은 입술을 턱 끝같이 당기고 누런 금 이빨을 들어냈다. 

 

"이야~ 어찌나 힘들었는지. 선발전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어요!" 

 

"...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원숭이는 나의 말을 끊었다. 

선발전이라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다행히! 무사히! 선발전이 종료되었네요. 지은님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게 되셨습니다!" 

 

말을 끝낸 원숭이는 어디서 꺼냈는지 알 수 없는 심벌즈를 두드리며 난잡하게 내 주위를 돌았다. 

 

"하핫! 정말 기쁜 날이에요~!" 

 

쨍그랑- 쨍그랑- 마치 부서지는 듯한 소음이 지금의 상황을 소리로 승화 시킨 것 같았다. 

원숭이는 한참을 심벌즈를 치다,  사뭇 다른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지은님. 뭔가 걸리는 것이 있으신 가봐요?" 

 

그래, 원숭이는 매사 장난일 뿐이다. 

나는 말없이 손끝을 움켜쥐었다. 

 

- 키이잉. 펑! 

 

"워워... 지은님. 아무리 힐러라도 마나를 그렇게 쏘면 죽는다고요?" 

 

응축된 마나가 부딪힌 지면은 움푹 파여서 흙먼지가 이르렀다. 

 

"지랄." 

 

원숭이는 만족한 듯 눈웃음을 지었다. 

 

"후... 당신이니까 봐주는 겁니다. 저희 그래도 꽤 오랜 시간 같이 했잖아요? 

  

"그래. 오랜 시간 지겹도록···." 

 

원숭이는 대수롭지 않은지, 아까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잔잔히 내뱉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지은님, 당신은 다음 스테이지로 가서 다른 분들과 경쟁 해야합니다." 

 

"저희 쪽에서도 눈 감고 봐드리고 있었는데 지은씨가 설반전을 열정적으로 진행하여, 어쩔 수 없이 다음 스테이지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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