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소년들을 유린하고 버렸던 빌어먹을 마법소녀들. 그녀들의 어장관리에 깊은 상처를 입은 건, 다름 아닌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이젠 여자라면 치를 떠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마법소녀의 힘이 필요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남고생 '이낭랑'은 스스로 '마법소녀'가 되기를 택했다.
17세, 이낭랑에게는 10년 전 부터, 유치원때 만난 친한 절친들이 있다. 10년동안 만나온 징글징글한 친구들. 그 친구들에게는 말 못하는 비밀이 있는데 바로 세상을 지키는 '마법소년' 이라는 점이다. 처음에 그렇게 말했을때에는 헛소리 하지 말라며 웃어 넘겼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치만 그놈들 옆에 떠있는 작은 동물들, 아니 변신 시켜주는 요정들을 보았을때 그냥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약 3년 전쯤에, 마법소녀가 반짝하고 나타났었다. 마법소년인 그들을 치료 할 수 있는 건 오직 '마법소녀' 뿐이 었다. 항상 온몸에 상처가 바글바글 하던 친구들이, 종종 "이것 봐라" 하면서 징그러운 상처를 보이던 그 친구들이 그 짓을 못하게 된다는 것에 기뻤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상처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친구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져 갔다. 웃음소리 대신 한숨이 늘었고, 마법소녀의 이름만 나와도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냐 물으면 하나같이 입을 다물거나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그리고 몇개월이 지난 뒤, 마법소녀가 내 친구들의 보호를 받지 못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고 그제서야 친구들은 마법소녀의 만행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마법소녀는 어장관리를 했다, " 난 너가 좋아 " 이렇게 말하곤 뒤로 가선 다른 친구 한테 꼬리쳤다. 그러다보니 점점 친구들의 관계에 불화가 찾아오게 되었다, 더구나 친구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 너무 쎄하게 느껴진 나머지 친구들은 마법소녀와 말싸움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마법소녀는 친구들에게 보호 받지 못해 죽어버렸다.
친구들이 여자라면 질색하게 된 건, 피투성이 상처가 아닌 마음속 깊이 새겨진 씻을 수 없는 아픔 때문이었다. 그 아픔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 역시 마법소녀라는 존재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마법소녀의 치유 능력 없이는 마법소년들이 힘을 충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은 마법소년들을 필요로 했고, 마법소년들은 마법소녀의 능력을 필요로 했다. 지옥 같은 무한의 고리였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길에 돌고래인 주제에 천사 날개 같은 걸 달고 허공에 떠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렇다, 내 눈앞에 있는 이 작은 돌고래가 마법소녀로 변신 시켜주는 요정이었다. 목에는 리본을 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마법소녀를 해달라고 빌고 있는 이 요정을 어찌하면 좋을까. 세상이 위험하긴 해도 내가 그 프릴이 주렁주렁 달린 치마를 입고 " 체인지~ " 혹은 " 변신! " 막 이런걸 외치기에는 나이가 얼마인데.
거절할려고 했으나, 순간 친구들이 장난스럽게 보여준 상처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땐 다 아물었던 거라도, 당했을때는 분명 아플 상처들이다. 근데 그걸 치료 받지 못하고 지금도 싸우고 있으니까, 내가 이 기회를 차면 또다른 적합한 인재를 찾기 전 까지 상처가 가득한 몸으로 살아갈 것이 분명했다.
' 그 친구들이 다치는건 둘째 치고 내눈은 누가 챙겨주는데? '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저렇게 울먹이고 있는 놈을 그냥 버리고 가기에는 대놓고 딱 잘라 거절하기에는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에.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눈앞의 작은 돌고래 요정을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변신하면 못 알아보겠지, 그리고 남자인데 진짜 막 프릴 왕창 달린 치마를 입히겠어? 바지로 주겠지 라는 자기 합리화 끝에 입을 열었다.
" ...뭐, 그래. 그러지 뭐. "
내가 그렇게 답하자 그녀석의 눈물이 뚝 그치더니, 파란 몸이 반짝거린다. 그러더니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며 방긋거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본인 손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건냈다. 돌고래의 지느러미의 모양을 한 은색 장식이 달린 목걸이였다. 어서 목에 걸어보라는 듯이 두눈을 반짝이는 그 돌고래를 보니 아마 그, 변신 도구인가 보지.
" 큼,큼! 내 이름은 델피야! 잘 부탁해, 마법..소-........ "
여기도 아직은 어색해보였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긴 했으니까. 나였더라도 어색해서 부르기를 주저 했을 것 이다. 소녀라고 불러야하는지 소년이라고 불러야하는지 속으로 고민 하다가 말끝을 흐린거겠거니 하곤, 목에 그 목걸이를 걸었다.
차가운 금속이 목에 닿는 순간,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휩쓸었다. 다른 애들이 변신 할때는 그렇게 아픈 줄 몰랐는데, 아니 하나도 안 아파보였는데 이렇게 아픈가? 싶을 정도로 통증이었다. 그 순간, 눈앞이 번쩍이더니 마치 오래된 비디오테이프가 재생되다 끊기는 것처럼 화면이 깨지고 어그러졌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 순간 파란빛이 시아를 가렸다. 그 빛이 걷히고 시야가 선명해졌을 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던....
프릴이 주렁주렁 달린, 그것도 무릎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미니 스커트 형식의 원피스 였다.
물웅덩이에 비추어진 모습을 보고 순간 욕지거리를 뱉을 뻔 했다. 세상에, 이렇게 끔찍 할 수가. 축제때 가끔 남자애들이 메이드복 입는 걸 진짜 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본 적 있다. 와 세상에, 이렇게 끔찍한 기분 이었구나. 다음 부터 그런 친구를 보면 놀리지 말고 위로해줘야지 하고 마음을 다짐한 순간 내 머리 상태를 보고 또 다시 기겁했다.
물웅덩이에 비추어진 내가 양갈래 머리, 그것도 허리 까지 내려오는 머리 길이에 리본으로 묶은 상태 였다는 것 이었다. 순간 참지 못하고 작게 욕을 뱉었다. 와 이렇게 끔찍한 몰꼴로 다니라고? 진짜 누가 봐도 여자애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난 남자 잖아. 못하겠다고 말할려고 델피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 아 맞다~ 마법소녀 변신하면 죽기 전까지 마법소녀야 "
라는 정신나간 소리를 뱉는 델피를 붙잡고 흔들었다. 아니 세상에 미친 친구야, 그렇게 중요한걸 이제 말하면 어떻게 해! 이런건 미리미리 말해야지. 절망적인 현실에 한참을 흔들었지만, 결국 결과는 똑같다는 생각에 절망하며 쭈그려 앉았다. 젠장, 젠장 젠장!
2025.07.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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