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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왕비가 폭군의 집착에서 도망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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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포메라니안🪿
9화무료 9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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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왕비 샤를로트는 집착남 디안하르트를 속여 마탑으로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 과정에서 마탑주 케인과 우연히 연을 맺으며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사랑에 빠진다. 샤를로트는 마탑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해 케인과 정식으로 연인이 되고, 샤를로트가 강한 마력을 가진 마법사라는 사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케인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디안하르트는 끝까지 샤를로트에게 집착해 오지만, 그녀는 그녀 자신의 힘으로 그를 떨쳐내고, 마법사로서 마탑에서 케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게 된다.

#로맨스판타지#소유욕/독점욕/질투#회귀#대형견남#능력남#연하남#짝사랑남#능력녀#상처녀#첫사랑#정략결혼#착각물#궁정로맨스#서양풍

칠흑 같은 밤.

얇은 손톱 모양의 흰색 달은 밤길의 시야를 밝히는 데에는 거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왕궁의 근위병들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하나씩 들고 여자의 뒤를 쫓았다.

“잡아라!”

“놓치지 마!”

남성들이 위협적으로 소리치는 소리. 두터운 발걸음 소리. 창이 부딪치는 소리.

보통이라면 왕궁의 주인이 잠에 드는 시각. 궁의 고요함을 지켜야 할 근위병들이 온갖 소란을 만들어내며 쫓고 있는 여자. 샤를로트 벨루아르.

“헉, 헉….”

샤를로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건강했던 적이 없었고, 그래서 이렇게 달려본 일도 없었다. 그녀가 오늘 벌인 모든 일들은, 그녀에게도 처음이었다.

여자가 풀어헤친 기다란 연보랏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건 달빛에 반사돼 꼭 은색처럼 보였다. 얇은 흰색 원피스 잠옷은 추위에서 그녀를 지켜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거니와, 달밤의 추격전을 벌이기에는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 흰색 잠옷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흰색 잠옷을 가로지른 붉은 핏자국,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단검.

그녀는 방금 왕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왕족 시해 미수범이었다.

“저기 있다!”

추격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바깥으로 이어진 왕궁의 대리석 복도 중간쯤에서, 근위병들이 무기를 든 채 여자를 에워쌌다.

깡마르고, 창백하고, 맨발에, 엉망이 된 얇은 흰색 원피스 파자마를 입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숨을 몰아쉬는 샤를로트를.

“무기를 내려놓아 주십시오, 샤를로트 님. 그렇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앞에 선 근위대장이 엄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샤를로트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단검 손잡이를 더 꽉 움켜쥘 뿐이다.

“…….”

그 때, 한 남자가 근위병들을 제치고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신적인 존재 앞에 파도가 갈라지듯 남자를 중심으로 근위병들이 양쪽으로 갈라진다.

남자는 자줏빛 실내복을 입고 있었다. 새까만 머리카락 아래로는 왕가의 정통성을 증명하는 금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움직이는 발걸음에서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고개 숙여 본 적 없는 오만함이 흘렀다. 실제로도 그랬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목 부근에 피가 흐르는 상처만 없었어도… 그가 방금 암살 시도를 받았던 자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샤를로트가 죽이려던 남자. 웨르덴 왕국의 왕.

그리고, 샤를로트의 남편. 디안하르트 에우렐레온.

“샬럿.”

“…….”

심장이 터질 것처럼 숨을 몰아쉬며 엉망인 꼴을 한 그녀와 달리, 남자는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큰 키의 남자는 몹시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

샤를로트는 저에게 시선을 고정한 남자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혐오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 남자에 대한 두려움은 도무지 극복할 수 없구나.’

피부에 새겨진 공포는 그의 시선만으로도 온몸이 얼어버리게 만들고, 조금의 반항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안하르트는 그녀의 상태를 몰랐다. 아니, 알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그녀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남자가 짤막하게 내뱉었다.

“왜 그랬지?”

그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오로지 의아함뿐이었다. 한 침대에서 잠들던 아내가 베개 아래 숨겨 두었던 단검을 휘두른 상황에 대한 분노도, 배신감도 없었다.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물음.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이 익숙한 남자는 뒤이어 물었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런 일을 벌인 거야? ……아니,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 요새 몸상태가 나빠져서 예민했던 거지. 이런 소동은 넘어가 줄 수 있어.”

‘……하.’

예민했다고. 이런 ‘소동’이라고.

“하하…….”

샬럿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어떻게든 살려고 했던 최후의 발악이었는데.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몸부림이었는데, 당신에게는 고작 예민해진 여자의 히스테리 쯤으로 여겨지는구나.

여자의 웃음을 자기 멋대로 해석한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다가오지 말아요. 죽어 버릴 거니까.”

죽어 버릴 거니까.

가냘픈 목소리로 내뱉은 여자의 그 한 마디에 남자는 멈칫했다. 죽이겠다는 말이 아니라, 죽겠다는 말에. 전자였다면 그도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나.

이번만큼은 남자도 그녀가 진심임을 알았다. 그녀는 정말로 그를 죽이기 위해 칼을 휘둘렀고, 실패해 붙잡혔으며, 아직 그 단검은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으니까.

‘그래, 당신은 내 몸에 작은 흠집이라도 나는 걸 못 견뎌했지.’

샬럿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놀랍게도… 결국 남자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자를 제압하려고 눈빛으로 허락을 구하는 근위대장도 무시했다.

“난 이해가 안 돼, 샬럿.”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남자가 천천히 내뱉는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이해가… 안 된다고. 그녀가 아끼던 하녀도, 가족도, 친구들도, 모두 죽여버리고는, 10년 동안 왕궁에 가둬 놓고서는, 그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당신의 아내로 살면서 말라 비틀어져가는, 속이 썩어문드러지고 죽어가는 나를 보면서도, 하는 말이 고작 그것뿐이라고.

여자의 바짝 마른 목구멍으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 영혼은…… 이미 산산조각났어요. 당신 때문에 썩어 문드러져서, 저승까지 갈 영혼도 없을 거예요.”

그러니 무서울 것도 없었다. 그녀가 발 디딘 이곳이 이미 밑바닥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계속… 이해하지 못할 테지.”

영원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더라도.

그래, 이젠 다 끝났다. 남자를 죽이려던 계획도. 도망치겠다는 계획도 뭐 하나 성공하지 못했고, 이 일은 그저 ‘소동’으로 덮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남자의 곁에서 이렇게 껍데기만 남긴 채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 것이다. 저 남자의 아내로서. 가장 아끼는 소유물로서.

그렇다면, 그에 대한 가장 완벽한 복수는…….

샤를로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달빛보다도 더 환한, 횃불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웠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한 지금, 그녀는 그제야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갑자기 너무 쉬워진 일에 웃음이 나왔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는데.

그녀가 또박또박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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