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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환생녀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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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윤
169화무료 4화

자유 연재

조회수 84좋아요 0댓글 0

환생했다. 뭐 대단한 사연이나 능력도 없이 흔하고 평범하게 환생‘만’ 했다. 전형적인 로맨스에 나올 법한 모든 면에서 특별한 남자가 있다. 전형적인 로맨스에 나올 법한 모든 면에서 특별한 여자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특별한 둘의 연애를 구경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그 남녀 사이에 낀 말 뼈다귀가 되었다. '흔한환생vs특별한차원이동' *** 발레리. 발레리. 발레리. 카일러스는 그제야 알았다. 그녀를 향한 마음을 고하기 위해서 적절한 시간이나 장소를 고를 수 없다. 그의 심장 소리인지 그녀의 심장 소리인지, 혹은 둘 다인지. 귀가 아프도록 쿵쿵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에서 느릿하게 팔을 풀어냈다. 발레리의 귀 끝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카일러스의 마음에 그녀가 번졌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대를 사랑해.” 거창한 꽃다발도, 커다란 보름달도 없었다. 어떤 식으로 사랑하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같은 구구절절한 말은 없었다. 세상을 다 주겠다거나 그대만을 위해 살겠다는 말도 없었다. 그저 그의 오롯한 마음을 담은 말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오롯이 그녀만이 담겨 있었다. “발레리.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녹아 들어갔다.

#로맨스판타지#첫사랑#차원이동#환생#오해물#착각물#로코물#정략결혼#권선징악#능력남#직진남#대형견남#평범녀#철벽녀#성장물

#1





외국의 오래된 격언 중 이런 격언이 있다.


Sometimes god closes the door, satan opens the door.


가끔 신이 문을 닫으시면, 악마가 문을 연다.


신이 닫은 문과 악마가 연 문은 같은 문인 걸까?




***




-짝!


잔잔한 음악 소리만 흐르던 홀 전체에 뺨을 내려치는 소리가 울렸다. 부드러운 반주에 끼어든 날카롭게 튀는 음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 여자를 향해 일제히 집중되었다. 하품을 삼키며 와인 잔을 집어 들던 발레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해 보들보들하게 가꾸고 또 가꾼 하얗고 매끄럽게 빛나는 뺨이었다.


아니, 딱히 가꾸지 않아도 원래 좋은 피부였겠지.


탱탱한 광택을 뽐내던 그녀의 뺨에 새겨진 붉은 손자국 위로 선명한 자상이 드러났다. 뺨을 내려친 조아니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때문이었다. 길고 얇은 자상에 방울진 핏방울이 한층 이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었다.


“네까짓 근본도 모르는 천한 핏줄이 어디 감히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봐! 감히 어디서! 어느 더러운 골목에서 굴러먹었는지 모르는 여자 따위가 이곳까지 와서! 뻔뻔하게 드웰로 공작 전하께 꼬리를 흔들다니!”


째지는 듯한 고성이 쟁쟁했다.


“너무 전형적이잖아.”


발레리는 작게 중얼거리다 제 입을 막았다. 속마음이 밖으로 흘러나와버렸네. 자신의 말을 들은 이가 없나 슬그머니 주변을 살폈다. 그런 걱정은 기우인 듯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두 여자에게 쏠려있었다.


“너, 너 같은 것이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발레리는 삼켰던 하품이 도로 나오는 걸 느끼며 부채로 얼른 입을 가렸다. 연신 터져 나오는 고성에 담긴 식상하고 판에 박힌 말은 지루했다. 눈동자 색과 맞춘 제비꽃 색 부채에 더운 김이 서렸다. 발레리는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털어내며 고개를 기울였다. 언제쯤 등장할까나.


“고개 숙이지 못해?”


조아니의 손이 다시 뺨을 내려칠 듯 치솟았다. 그녀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발레리가 이내 다른 여자 쪽으로 눈을 돌렸다.


황궁에서 열린 건국 기념제. 일 년 중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파티가 열리는 황궁의 홀 가운데 서 있는 두 여자. 뺨을 때린 여자가 전형적이라면 그와 마주 서서 뺨을 맞은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얗고 보드라운 뺨에 남은 선명한 붉은 손자국.


얼굴에 남은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연한 표정.


샹들리에 빛 아래 신묘하게 반짝이는 맑고 검은 눈동자.


꼿꼿이 세워진 허리.


뺨 한번 맞은 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당당하고 고귀한 자태.


제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 그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이 파티의 주인공이었다.


발레리는 파티 시작 전에 가졌던 기대감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걸 느꼈다. 얕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상황 전체가 그녀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주인공 등장!’ 이라는 커다란 피켓을 들고 있어도 위화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 연신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한 장면이었다.


발레리는 손가락으로 머리끝을 꼬았다. 품위 없어 보인다며 어머니가 질색하는 습관이었다. 머리카락 끝을 작게 잡아 뱅글뱅글 돌리면서 기다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조아니의 손은 곧 멈출 것이다.


저대로 저 여인이 다시 뺨을 맞을 리가 없었다. 분명 누군가 중간에 끼어들겠지. 아주 높은 확률로 조아니가 말했던 드웰로 공작이 말이다.


발레리는 평소의 귀여운 얼굴은 찾아볼 수도 없는 표정을 하고 얼굴을 붉게 물들인 조아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아니는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는 자존심과 불타오르는 질투심으로 범벅된 감정을 가감 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발레리가 알고 있는 조아니는 조금 다혈질인 평범한 귀족 영애일 뿐이었다. 케이크를 좋아하지만, 살이 찔까 많이 먹지 못하고 다른 영애와 같이 차를 마시는 걸 즐겨했다. 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흔하고 평범한 귀족 영애. 그런 조아니가 저 검은 머리의 여인과 얽히자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악독한 여자처럼 보였다.


곧 조아니 본인은 물론 그녀의 가문도 침몰하겠지. 오가며 안부 인사 정도만 하는 이였지만 저런 상황에 치달은 그녀를 보는 건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하긴 조아니가 아니었다면 또 다른 영애가 저 자리에 서서 저런 꼴을 하고 있었겠지.


조아니의 손이 검은 머리 여인의 뺨에 닿기 직전,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발레리는 저도 모르게 부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드디어. 드디어 등장하셨군!


손목이 잡힌 조아니의 몸이 크게 흔들리면서 그녀의 자랑인 연하늘색 머리카락도 같이 흐트러졌다.


“지금 내 파트너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귀를 때리는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발레리는 저도 모르게 돋은 소름에 양팔을 문질렀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그를 바라보는 검은 머리 여인의 눈에는 동요 한 점 없었다.


“주인공들이 다 등장했네.”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에 나올 법한 남녀였다. 드웰로 공작과 검은 머리의 여인. 제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소문의 주인공들.


제국의 일등신랑감.


제국 최연소 공작.


대륙 최연소 소드 마스터이자, 제국 최강 기사단인 라이하츠기사단의 단장. 대륙 검사들의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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