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과로사로 죽은 줄 알았는데 눈 떠 보니 빙의? 그래도 난 다행히라 안심했다. 이름도 모르는 엑스트라 중 엑스트라에 빙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뜩 살인을 저지른 귀족의 보수주인이 되게 된다. 돈은 두둑하게 받긴 했지만 너무 불편하다고요! “오늘은 좀 빨리 들어와.” “이상한 놈들이 많던데 데리러 갈까.” “영 불안해서 안 되겠어, 어디 나가지 말고 여기 있어.” 그냥 정신이 이상하신 분이다 생각했는데. “같이 황궁으로 가자. 가족을 찾아줄게.” 황족이었다니! 여태까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던 게 다 암살시도였다니! 우리 둘은 서로의 이득만 바라보며 같이 여정을 함께 하고자 했다. 그의 목표가 이뤄지고, 나의 가족을 찾고 이제는 이곳을, 그의 품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
1화
리디아 데슈케. 한때는 귀족이었지만 반란죄로 가문이 사라지며 평면이 되어버린 한 여자. 그 반란으로 2 황자가 자극되며 황위를 쟁탈하려고 한다. 이렇게 [붉은 달리아의 정원]이 시작된다.
그녀는 옅은 베이지 머리에 별처럼 반짝이는 노란 눈동자를 가졌으며 여리여리한 체격에 청초한 분위가 물씬 풍겼다. 살기 가득한 눈동자만 빼면 말이다.
그녀는 평민들이 지내는 마을에 와서는 귀족이었던 신분을 철저히 숨기며 지내왔다. 평민들과 달리 유일하게 글을 쓰고 읽을 줄 알기에 마을 도서관에서 일을 해왔다.
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빙의했다고?”
과로로 죽은 듯이 잠에 빠진 줄 알았는데, 그냥 죽은 거라니!
그렇게 경악한 것도 잠시.
최저시급도 못 받는 월급과 그 돈을 탐내는 가족들. 그 인생에서 빠져나와 새 인생을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다들 남주와 악역에 엮여 고생들을 겪지만, 나는 멸문한 데슈케 가문의 리디아. 그저 소설의 시작을 알리고 영영 사라져 나오지 않는 엑스트라 중 극 엑스트라!
누군가 그랬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내가 이곳에 적응하는 기간은 단 2주면 충분했다. 그 2주 동안 리디아에 대해서도 파악했고, 리디아의 주변 인물도 파악했다.
한국과 달리 이 얼마나 자연 친화적인 곳일꼬.
코를 사방으로 두고 숨을 쉬어도 상쾌한 공기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 어디선간 쿰쿰한 냄새가 다가오는 것 같다.
“어이, 리디아!”
이 더러운 목소리는 브릭?
소리가 들린 곳으로 몸을 돌리자, 똥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리디아는 어느 때나 다름없이 매스꺼운 표정을 보였다.
그의 이름하여 브릭 어쩌구……. 성이 뭐였더라?
“브릭 아이오니? 아이오오? 아이…….”
“넌 어떻게 맨날 내 성을 까먹어! 브릭 아이네오라고!”
“응, 그래그래.”
브릭의 얼굴에는 곧 꽃이라도 필 것처럼 활짝 만개했다. 그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항상 인상만 쓰며 리디아를 골릴 생각만 하는 브릭이 저렇게 웃는 모습은 참신한 괴롭힘 방식이라도 생각난 듯하다.
“뭘 그렇게 웃어? 꼴 보기 싫게.”
“하아, 아직 비밀이라서. 말은 못 해 주는데.”
브릭은 기분 나쁘게 계속 끼룩끼룩 웃어댔다. 리디아는 그 모습을 보며 주둥이를 막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제안은 잘 생각해 봤어? 네 대답에 따라서 네 미래가 달라져.”
브릭의 제안은 다름 아닌 결혼이다.
귀족 출신이었던 리디아에게 아무래도 귀티라도 났던 것 같다.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부터 브릭은 리디아에게 관심이 매우 많았다. 리디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두손 두발 뻗고 나설 정도였으니. 리디아는 그를 좋은 친구로 생각해 왔으나, 브릭은 그녀를 첩으로 들릴 생각이었다. 또한 온갖 선물과 돈에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애초에 리디아도 귀족이었기에 온갖 것에 그리 흥미가 돋지 않았었던 것이다. 그러다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그녀의 가족 이야기였다. 스쳐 지나가듯 리디아가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첩으로 들어오는 대신 그녀의 가족들을 찾아주겠다는.
그래그래. 리디아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흩어진 가족을 찾고 싶기에 그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했었지, 애초에 한낱 남작위 따위가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을 무슨 수로 찾겠어. 만약 서둘러 리디아가 결혼을 해버렸으면 그건 백 퍼센트 사기 결혼이었지.
“내가 수백 번은 거절한 거 같은데. 이 정도면 제안이 아니라 강요야.”
리디아는 귀찮음에 어서 꺼지라는 듯 손짓했다.
브릭은 미미하게 화라도 났는지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매서웠다.
네가 화를 내 봤자지. 내가 리디아의 몸에 들어온 이상, 잘살아 봐야지 않겠니. 가능하면 리디아의 가족들을 찾아도 보고.
물론 가족을 찾는 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야기이지만. 그녀의 몸을 차지한 대가는 어느 정도 치르고 싶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을 도서관으로 출근을 했다. 원래는 별로 책을 읽지 못했지만, 이곳에 오고서는 남아도는 시간 덕에 책을 많이 읽기도 하고 많은 재미도 느꼈다. 중요한 책들을 읽기도 했고 말이다.
아주 평화롭다. 그냥 이대로 쭉 살면 된다. 이런 지루한 삶을.
“음……. 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워.”
리디아는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커튼을 살짝 들춰봤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 수군대고 있는 것 같다.
하……. 일도 궁금하지 않은데. 오늘 같은 휴일은 아주 밤까지 잠을 자줘야 한다고.
하지만 밖이 너무나도 소란스러운 탓에 더 이상 잠을 청할 수는 없었다.
“이 망할 소음공해! 도대체 뭐 때문인지 들어나 보자!”
옷을 대충 입고는 삼삼오오 모여있는 평민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었다.
“무슨 파티라도 일어났나, 아침부터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요?”
가까이서 주민의 표정을 보니까 파티는 아닌 것 같았다. 무언가 안 좋을 일이 터진 게 분명하다.
평화롭다 평화롭다 하니까 역시 뭐가 터지는구나. 으, 입이 방정이지!
“아니 글쎄. 이 마을로 저 높으신 귀족이 글쎄 살인죄로 이곳으로 유배를 온대!”
“이거 뭐 무서워서 살겠어요? 쯧, 딱 봐도 고위 귀족인 거 같은데 얼마나 불편할지 앞이 훤하다 훤해.”
“그래도 보수주인을 찾는다고 하니까. 원하는 사람이 좀 있지 않을까요? 돈을 주잖아요!”
“돈 받고 써보지도 못하고 살인을 저지를 그 귀족한테 또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런 인간하고는 죽어도 못 살지.”
또다시 열띤 토론을 나누는 주민들을 내버려 두고 리디아는 살짝 빠져나와 충격을 가라앉혔다.
“살인죄로 유배를 오는 높으신 귀족가 자제?”
이 스토리는 [붉은 달리아의 정원]에 나오는 리디아가 평민으로 전락한 후 진행된다.
1황자인 칼멘 바스티온은 황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황자이다. 하지만 첩이 아닌 정실 황후의 밑에서 태어난 칼멘은 원치 않아도 황태자 자리에 오르라는 말을 듣는다. 그의 평판은 아주 지구 내핵을 뚫다 못해 통과한 수준. 그런 그를 억지로 누명을 씌운 채 레탄트로 유배를 오게 되는 스토리이다.
지금 리디아가 있는 이 마을의 이름과 같다.
2025.07.3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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