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매향연리(梅香連理)
사월
9화무료 9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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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물로 바쳐진 왕녀 청 화린(靑 華潾)은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황제의 후궁이 된다. 황제인 진 화소(陳 花昭)는 무(武)를 앞세워 다른 나라를 정벌해 대국으로 만들었다. 어느 날, 황제는 자신이 아끼는 대나무 숲 '청림(靑林)'에 있는 서재에서 황제는 우연히 화린을 마주하게 된다. 화린에게 흥미를 느낀 황제, 화소는 그제야 화린이 공물인 왕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동양풍#궁정로맨스#달달물

황연의 황금으로 지은 궁궐과 그 아래 비단 옷을 입은 궁녀들은 마치 이 무자비한 황제를 위해 마련된 자리 같았다.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에 화린은 흠칫 놀랐다.


“청연국에서 보내온 공물입니다, 폐하.”


“국보라 불리는 금, 보석…비단밖에 더 하겠는가?”


보좌에 앉은 황제의 한마디에 온 궁이 울리는 것 같았다. 이곳에 함께 보내진 사신은 자신이 왕에게 했던 것처럼 황제에게도 싹싹 굴며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정연국 제일의 미녀라 불리는 청 화린 공주만큼은 다른 나라의 보물에 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청연국의 공주는 황금빛의 들판의 황혼을 보는 듯한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안의 푸른 눈동자는 생기를 잃고, 눈물만 머금고 있었다.


청연국의 가신들은 왕을 허수아비로 보내고 내 어머니인 왕비는 폐궁에 유폐한 뒤 폐위시켰다. 또한 청연국의 마지막 직계인 나는 버리듯이 공물로 보냈다.


“공주를 보내긴 처음이군. 청연국은 공주가 많던가?”


보좌에 앉은 황제는 하늘에서 점지했다 하니, 황권이 날이 갈수록 끝도 모르고 높아지기만 했다. 황연의 주인인 황제의 헛 웃음과 비꼼에 사신은 주굴 거리며 고개를 숙여 처신을 차렸다.


“…빈으로 책봉해 받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고 난 황제의 말에 화린은 놀라 그만 황좌를 올려다보았다. 공주라기엔 초라하고 단조로운 옷차림이었으나 맑은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


청연의 공주라기엔 낮은 품계였으나, 화린은 그런 것 따위 관심 없었다. 이젠 하루하루 비참히 살고 싶지 않았다.


‘과거의 일은 잊고 이곳에서…조용히 살자.’


화린이 많은 상궁들에게 쌓여 어디론가 향했고, 마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별궁의 저택 같은 곳이었다.


“마마, 도착했습니다.”


궁녀들은 하나같이 딱딱하고 규율에 맞게 질서를 지켰지만, 차라리 청연국에서 궁녀들에게 하대 받는 것보다는 나았다.


궁녀들은 화린을 이끌어 반강제로 미리 받아놓은 목욕물에

천천히 넣었고, 깔끔하게 씻기며 의복을 입는 것도 머리를 빗으며 장식을 꽂는 것도 궁녀가 하나하나 해주었다.


그렇게 다시 끌려간 이유는 다름 아닌 책봉 교지를 받는 것이었다. 내관이 큰 소리로 하나하나 읽어준 뒤 화린에게 건넨 책봉 지를 조심스레 건네받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궁녀들과 내관은 사라졌고, 화린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한 명의 궁녀를 보았다.


“소단이라 합니다, 마마님!”


소단은 햇살을 머금은 웃음을 지으며 방그레 웃어보았고, 마음 둘 곳 없던 화린은 소단과 금세 친해졌다.


화린은 소단에게 배울 것이 한가득인지라 대화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 이어졌다.


“이곳은 후궁전에 있는 정연전(靜蓮殿)이라고 해요.

비빈전이라 이 전체가 마마님 처소셔요.”


“…근데 왜 궁녀는 너밖에 없니?”


“달에 한번씩 한번씩 전체로 청소할 때 오셔요.

후궁 마마는 마마가 유일하셔요.”


“그래, 소단아. 앞으로 잘 지내보자.”


분명 화린에 대한 무관심이었으나, 화린은 이런 무 관심이 오히려 더 고팠다. 평화로운 삶에서 관심은 불필요하기만 했다.


소단은 내선방(內膳房)에서 음식을 받아와 든든히 밥을 챙겨주었고, 유일한 궁녀이자 말동무이니 친해지는 건 빨랐다.


정연전에 있는 책들은 전부 엄청난 책들뿐이었다. 전에 살던 비빈은 풍문에 나도는 연애소설을 차례대로 모아놓았다.


“…. 소단아. 이곳 근처에 서각이 있니?”


“서각이라 하면…. 있을 거예요. 오늘은 외출하시나요?”


“응, 그래…한 번 구경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


쌀쌀한 날에 망토 하나를 두르고, 소단이가 준 꼬깃꼬깃한 종이 지도를 보며 간신히 길을 찾아 헤맸다.


‘소단이는 뭘 그린 걸까..?’


그러다 누군가와 부딪히자 뒤로 넘어질 뻔했고, 따듯한 손이 허리를 잡아주며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고 있었다.


화린은 그대로 있다가 얼굴이 붉어져 빠르게 키 큰 무관처럼 보이는 사내에게서 떨어졌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화린은 넘어지려 하다가 조금 접질린 것 때문에 발목이 시려웠으나 넘어가려고 했다.


“아까 접질리신 거…다 압니다.”


화린이 우물쭈물거리자 사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미소를 지으며 화린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제가 의원에게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저 혼자서 충분히 걸을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제가 의원에게까지 데려다주지 않는다면, 다들 저보고 욕할 겁니다. 귀한 마마의 옥체를 상하게 했다고요.”


화린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사내를 보았고, 계속 내밀고 있는 손을 거절하기엔 이젠 늦었는지라 결국 손을 잡았다.


“절…어떻게 아셨습니까? 어제 들어왔는데…”


“왜냐면…어제 호위를 하던 중 마마를 보았거든요.”


화린은 어제의 공주라곤 할 수 없는 모양새였던 자신을 떠올리며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데…”


화린은 귀를 쫑긋세워 사내의 말에 귀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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