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의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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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미
5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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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바리스타였던 나. 눈을 뜨니 판타지 세상으로 환생을 했다. 기껏 환생한 김에 전생에서 못 다한 자영업의 꿈을 이뤘다. 어느 날은 이상한 남자가 마감 시간에 찾아와 커피를 요구했다. 그러더니 다음날, 스카웃을 받았다. 북부대공한테 가라고. 하지만 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계약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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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의 바리스타-1화


“풍미가 정말이지, 환상적이에요!”

작은 가게를 꽉 채우는 사람 소리. 몇 없는 테이블은 진즉에 만석.

 

중앙천장에서 값싼 샹들리에가 가게 안을 은은하게 물들이고 벽면에 걸린 장식용 식물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겉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해 보이는 커피숍, 구석에서 혼자 치열하게 커피를 우려내고 있는 바리스타가 하나 있다.

 

‘죽겠다.’

 

강은주. 35세의 나이에 그토록 바라던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얼마 못 가 빚더미에 깔려 쓸쓸하게 목을 매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빌어먹을 건물주 새끼.’ 꼬깃한 영수증 뒤편에 적은 마지막 글이었다.

 

그러고는 왠지 모르겠지만 눈을 떠 보니 뭔가 번쩍번쩍한 세계에 환생하고 ‘파비엔’ 이라는 이름을 얻은 후 새 삶이 시작된 지 어언 27년이 흘렀다. 모두가 한번쯤 상상하는 판타지 세계에서의 귀족, 왕족 작위 따위가 없는 평민이었음에도 다정한 부모님 사이에서 파비엔은 쑥쑥 성장했다.

 

성인이 막 된 16세 때는 일만 했다. 부모님의 야채가게에서 채소를 팔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꿈나라에 든 지 오래인 직장인들의 집 창문을 두드리며 아침을 깨웠다. 돈은 계속 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비엔은 어딘가 공허함을 느꼈다.

 

그녀는 친구도 사귀어 보고, 연애도 해보았지만 그럼에도 속이 텅 빈 것 같아 답답했다. 결국 이 세계에서 노처녀 낙인이 제대로 찍혔다. 본인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전생의 한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고뇌하다가 실패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전생보다 훨씬 더 이른 나이에 커피숍을 차렸다.

 

어둡고 더러운 골목 사이에 위치한 작은 가게였지만, 내부는 가격 대비 넓고 그럭저럭 괜찮았다. 게다가 수도 중심지인게 어디인가! 돈은 예상보다 오버되긴 해도 이만하면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비록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고 버섯이 자라고 쥐와 벌레가 들끓기는 하지만 그만큼 이를 악물고 관리했다.

 

그 결과, 차분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커피하우스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처음에는 단골손님 몇몇만이 테이블 서너 군데를 메꾸었으나 어느 날 평론가라도 왔다가 간 것인지, 신문 한 켠에 이 작은 커피숍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었더랬다.

 

{골목길 사이 아늑함, ‘파비엔 커피하우스’.}

[메뉴: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카페라테, 카페모카 그 외 다즐링 홍차. 그리고 간단한 샌드위치.

영업시간: 9:00a.m.-12:00a.m. 알코올 음료 취급X.

메뉴가 적지만 훌륭한 품질의 커피와 찻잎 보장.]

 

덕분인지 때문인지, 순식간에 높으신 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타 현재는 비좁은 건물에 비해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손님이 많은 건 좋다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손님들이 모여들면서, 일손이 그녀 하나밖에 없던 파비엔은 다른 직원을 고용할 틈도 없이 며칠간 쉴 새 없이 커피만 주구장창 뽑아대기에 바빴다.

 

“카푸치노 두 잔 나왔어요.”

 

“에스프레소 한 잔 나왔어요.”

 

일거리가 마냥 많은 게 좋은 것만큼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파비엔이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늦은 밤이 되자 손님들의 발걸음이 점차 사라졌고 곧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솥에서 펄펄 끓였던 물은 어느샌가 동나있었다.

 

“오늘도 어떻게든 버텨냈다...”

 

기지개를 하늘높이 쭉 켜고 가게정리를 시작한 지 조금 지났을 때, 도어벨의 짤랑- 소리가 좁은 가게에 널리 울려 퍼졌다.

 

들어온 사람은 꼬질꼬질하고 어두운색의 로브를 눌러쓰고 있었지만, 지나가는 옆집 누렁이한테 물어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에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이 좁은 가게에 귀족들이 드나드는게 한두번도 아니고...그것보다 하필 마감시간에 왜...’

 

당황이 짜증으로 변질되어서인지 속으로만 심통을 부리며 카운터로 향했다.

 

“곧 마감시간인데, 주문하시겠어요?”

 

파비엔은 몸에 밴 지 오래인 영업용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작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올린 입꼬리가 무색하게도, 실상은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무덤덤하게만 보일 뿐 이었다.

 

“에스프레소...한잔...이요.”

 

로브를 뒤집어 쓴 의문의 손님은 말끝을 흐렸다.

 

그는 저녁에 일탈이라도 한 것 같은 귀족집 젊은 자제처럼 보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 늦은 시간 편의점에 담배나 술을 뚫으러 오는 고등학생이나 다름없는 젊은 도련님, 아가씨들이 커피숍을 일탈의 장처럼 호위 한 명 없이 달이 중천에나 떠 있을 무렵 기웃거리는 경우가 있곤 했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겠거니 하며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긍정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응. 커피 더 팔고 돈 더 받으면 나야 이득이지.’

 

제 나름대로의 긍정회로를 돌리며 파비엔은 주문을 접수했다.

 

나름 완벽하게 로스팅된 커피콩을 수동 그라인더로 열심히 갈며 은은히 피어나는 향을 즐긴다.

 

그런 다음, 주전자에서 김이 오를 때쯤 불을 끄고 1분간 뜸을 들인 뒤 현대지식을 기반으로 주문제작한 클레버드리퍼에 면보를 펼친 후 100ml 정도의 물을 부어 적신 후 새로운 면보를 펼친다.

 

그런 다음 갈린 가루를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서 넣고, 남은 물을 커피에 골고루 적시듯이 부어 드리퍼의 뚜껑을 닫고 다시 2분 정도 기다린다. 뚜껑을 열고 머그잔에 올려 밸브가 열리면 다시 1분을 기다린다.

 

커피가 모두 내려온다면 드리퍼를 제거하자마자 고소한 향이 올라와 피로를 달콤한 설탕처럼 녹여준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상아색의 조그만 에스프레소 잔이 커피의 온기로 따뜻하게 데워져 갔다.

 

“고마워요.”

 

상냥하고 포근한 목소리가 감사를 표하며 잔을 천천히 비워갔다. 파비엔은 손님이 잔을 비우는 동안 책을 읽거나, 가게 구석의 먼지를 털기도 하고, 또 실내에 장식해둔 식물의 잎을 하나하나 정성들여 닦아주었다.

 

그렇게 10분, 30분, 1시간...

 

밤 중의 불청객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즐기고 있었다.

 

‘대체 언제 가는거야!?’

 

손님이 왕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아? 파비엔은 생각했다.

 

“손님, 마감시간이 조금 많이 지나서 그러는데, 이만 가게 문을 닫아야 해서요.”

 

그녀는 ‘이제 그만 눈치껏 좀 가라’ 라는 말을 최대한 순화하여 정중하게 요청했다.

 

“아, 미안해요.”

 

불청객은 텅 빈 커피잔을 파비엔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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