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페이든은 벌벌 떨고 있는 패전 귀족들 사이를 뚫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그의 걸음이 한참 이어지다가 릴리아나 앞에서 멈춰 섰다. 릴리아나는 물기에 젖은 눈으로 구둣발을 보다가 그의 몸을 따라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그의 붉은 눈동자와 허공에서 얽혔을 때, 생각이 잠시간 멈추었다. ‘피안의 백장’, ‘전쟁귀’, ‘피를 두른 사신’. 수많은 성을 무너뜨리고, 수천의 목숨 위에 볼라르의 깃발을 꽂은 남자, 페이든 드 스터딘. 따뜻함이라는 개념과는 처음부터 인연이 없던 사람처럼 보이는 그는……. 릴리아나가 6년 전 보았던 그때의 그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당신을 살려낸 건 벌을 내리기 위해서니 어디 한번 잘 버텨봐.” 욕망도 유희도 느껴지지 않는 메마른 목소리. 릴리아나의 얼굴은 점점 창백하게 질려갔다. - 릴리아나 브리타니아 : 패전국 몰락 귀족, 한때 위대한 아르티엔 왕국의 브리타니아 공녀. 페이든과는 6년 전 결혼 동맹으로 인해 혼담이 오갔으나 무산이 되고, 아르티엔의 왕자 빅터와 약혼을 하게 된다. 추후, 아르티엔이 무너지며 볼라르에 잡혀와 페이든을 증오하게 된다. - 페이든 드 스터딘 : 볼라르 국왕,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아르티엔을 지독하게 증오하고 있다. 살육, 죽음, 공포, 배신 등을 체험한 전쟁 경험에 플래시백, 감정 마비, 과도한 경계심을 보인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감정을 지우는 약을 먹은 결과 감정을 인식할 수 없게 되고, 기억이 불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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