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인 줄 알았던 북부 대공의 아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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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유
2화무료 2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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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영혼을 가져가야겠다, 올리브.”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미쳐버린 대공이 내 영혼을 노린다. 그래, 이렇게 사랑하는 이를 위해 영혼을 바치는 것도 영광이지. 그때,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깨어나세요, 플로라.” 대공이 영혼을 노린 올리브라는 존재는 꿈 속에서만 살아 있는 자. 나는 올리브가 아닌 테일록 가의 영애, 플로라. 꿈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하나씩 현세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한데, 잠깐만. 대공 당신, 나한테 왜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 줘? 올리브가 아니라 내 영혼을 노리는 거야?

#로맨스판타지#서양풍#가상시대#권선징악#환생#다정남#존댓말남#능력녀#사이다녀

 

Prologue

 

 

 

 

 

 

이그리드 제국, 개럿 폰 오토바르흐 대공의 영지.

 

이곳에 변고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불과 얼마되지 않았다.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지고 땅에서 정체를 모를 손들이 튀어나왔다.

 

내 이름은 올리브 드 라 로쉬.

 

오토바르흐 대공과는 20년 지기이며, 그와 혼약을 올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일이 꼬여도 단단히 잘못 꼬였다.

 

“달아나, 올리브! 최대한 멀리 가야 해!”

 

검은 머리를 거칠게 묶은 아직 앳됨을 벗어나지 못한 남자가 손을 내밀며 외쳤다.

“조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공과 함께가 아니라면, 물러날 수 없어.”

 

“예전의 개럿이 아니야!”

 

나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꼬맹이. 그러나 검술 하나만큼은 제국 전체에서 손꼽을 만한 실력자.

 

조엘 르노아는 나를 향해 내민 손을 거두지 않았다.

 

“이렇게 하자. 일단 성을 빠져나갔다가 기회를 봐서 다시 돌아오자.”

 

거짓말.

 

조엘은 선한 사람이지만, 자신이 불리해지는 시점이 오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감히 누굴 속이려고.

 

“가려면 혼자 가, 조엘!”

 

“당신만 두고 나 혼자 어떻게 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

 

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개럿 폰 오토바르흐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르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올리브, 피해!”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는 망상에 빠지기 직전, 조엘이 힘껏 나를 밀쳤다.

 

덕분에 보기 좋게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쓰라린 통증이 엄습했다.

“……조엘?”

 

한마디 쏘아붙이려 조엘을 노려보았다가 나는 당황했다.

 

그건 조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왜 그래, 조엘?”

 

조엘은 두 발이 땅에 얼어붙기라도 한 듯싶었다.

 

필시 내게 다가오려 애쓰는 게 보이는데,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젠장! 몸이 말을 안 들어!”

 

“아!”

 

그제야 나는 조엘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 존재의 정체를 알아냈다.

 

땅에서 튀어나온 손목들이 그의 두 발을 강하게 움켜잡고 있었다.

 

손목 이외의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흙이 묻어 지저분해진 손목 아래는 날카롭게 베어진 뼈마디와 함께 너덜너덜하게 붙은 살점이 역함을 자아냈다.

 

“방심했어……. 대공의 술책인가?”

 

“대공의 술책?”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됐지만, 나는 대공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약속했는 걸. 새해 첫 건국일에 약혼하기로.’

 

내 이름을 부를 때 귓가를 스치던 부드러운 목소리.

 

‘황제 폐하께서도 언약식에 직접 오시겠다고 했고.’

 

마주할 때마다 심장을 내려앉게 만드는 따스한 눈빛.

 

대공은 한 번도 나를 실망하게 만든 적이 없었다.

 

다섯 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성에 팔리듯 끌려 온 나를.

 

몰락한 귀족 출신의 별 볼 일 없던 나를!

 

자신의 반려자로 삼아 준 대공에게 어찌 감사한 마음을 지니지 않을 수 있겠어.

 

이런 내 마음을,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핏덩이에 불과한 조엘이 이해할 리 없지.

 

그래, 아직은 제대로 여물지 못한 탓이다.

 

그는 너무 어려.

 

“큭!”

 

눈앞에서 조엘이 여전히 버둥거리며 손목들과 씨름을 벌였다.

 

그의 손엔 카타나가 들려 있었지만, 무언가 그의 두 팔마저 낚아채버린 모양이다.

 

그의 양 팔이 하늘을 향해 우스꽝스럽게 들려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육체가 아닌 영혼만 남은 상태로 조엘을 붙잡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야!’

 

영혼은 상반신만 남아 허리 아래가 뭉툭 잘려나간 끔찍한 몰골이었다.

 

“사령술…….”

 

나는 퀭하게 뚫린 눈을 가진 해골만 남은 영혼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금단의 마법인 사령술은 이그리드 제국에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584년 전, 이그리드 제국을 세운 초대 황제 지프리트 에르베토.

 

그가 마지막으로 사령술사들을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역사엔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어. 적어도 내가 보았던 역사서에서는.’

 

이름하여 ‘네크로멘서’라 칭해지는 사령술사들.

 

그 놈들이 제국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된 건가?

 

하필이면 그것도 오토바르흐 영지에?

 

대공이 즉위한 지 이제 5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시기에?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거야? 얼른 도망쳐!”

 

너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던 모양이다.

 

두 다리가 굳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올리브!”

 

다리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묘한 감각.

 

“조, 조엘. 다리가……, 꼼짝도 하지 않아…….”

 

“뭐, 뭐라고?”

 

“사실이야. 그리고 내 오러에 걸린 봉인이 풀리지 않았어. 때가 되면 풀어준다고 약속했는데…….”

“망할. 대공이 그렇게 약속한 거야? 올리브의 오러가 두렵긴 한 모양이군.”

 

대공은 영지에서 지나친 오러의 발산은 위험하다며 지속적으로 오러의 봉인을 명했다.

 

돌이켜보면, 정작 대공의 오러는 봉인한 기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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