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백댄서는 알고있다
profile image
워터프루프 🌊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50좋아요 0댓글 0

"이 소설, 결국 출간도 못 하고..." 과로사한 편집자가 눈을 뜨니 담당하던 막장 웹소설 속 백댄서?! 3개월 후면 스캔들로 매장당할 운명이라고? 원작 지식으로 무장한 편집자의 아이돌 업계 뒤집기 프로젝트! ---------- "내가 편집했던 그 막장 소설 속에 떨어졌다?!" 72시간 밤샘 끝에 과로사한 25세 웹소설 편집자 서하은. 눈을 떠보니 자신이 담당했던 웹소설 『백댄서는 알고 있다』 속 가장 불쌍한 조연, 백댄서 김서연이 되어 있었다! 원작대로라면 3개월 후, 조작된 스캔들로 인생 종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누가 나를 함정에 빠뜨릴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막장 스토리를 해피엔딩으로 바꿀 수 있는지! 편집자의 예리한 스토리 분석력 + 백댄서의 숨겨진 실력 = 완벽한 역전 공식! 원작 여주 유채린의 견제는 기본, 망해가는 소속사의 음모까지 뚫고 정상급 아이돌 강시현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야 한다고? "원작이고 뭐고, 내 인생은 내가 쓴다!" 빙의물 X 아이돌물 X 원작 지식 활용물의 완벽한 조합! 백댄서에서 톱스타가 되는 통쾌한 역전 성장 로맨스!

공모전 참여작#성장물#빙의#복수#로맨스판타지#현대#드라마#경쟁구도#아이돌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모니터 속 글자들이 춤을 추듯 흐릿해졌다가 선명해지기를 반복했다. 72시간째 밤샘 작업. 책상 위에는 텅 빈 에너지 드링크 캔이 무덤처럼 쌓여 있었고, 차가워진 컵라면 용기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커피는 이미 각성 효과를 잃은 지 오래였고, 눈꺼풀은 천근만근이었다.

"하... 진짜 미친 짓이야."

25세 웹소설 편집자 서하은은 건조해진 눈을 비볐다. 출판사 '드림노블'의 막내 편집자. 월급은 최저시급 수준이고, 야근수당은 꿈도 못 꾸는 직장.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라고,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버텨왔다.

모니터 속 원고가 흐릿하게 번졌다.

'백댄서는 알고 있다'

제목부터가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막장 웹소설이었다. K-POP 아이돌 지망생들의 치정극,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 개연성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급전개. 그런데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특히...

"김서연..."

주인공도 아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조연. 악역에게 짓밟히고, 주인공의 성장을 위한 희생양이 되는 전형적인 들러리 캐릭터.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자꾸 눈에 밟혔다.

재능은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늘 뒷전으로 밀리고, 결국엔 조작된 스캔들에 휘말려 파멸하는 불쌍한 인물.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판타지 같은 이 소설에서 유독 튀어 보였다.

"이런 캐릭터가 왜 이렇게 끝나야 하는 거야..."

서하은은 원고를 다시 읽었다. 김서연의 마지막 장면. 비 오는 날, 한강다리 위에서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모습. 작가는 거기서 컷을 끊었지만, 누가 봐도 그 다음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너무해... 정말 너무해."

갑자기 가슴이 답답했다. 에어컨도 틀어놨는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창문을 열려고 일어서려는데...

쿵.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아니, 뛰다가 멈춘 것 같았다.

"어...?"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과로, 스트레스, 카페인 과다 섭취. 의사가 경고했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책상 위로 쓰러지는 순간, 창밖으로 내리는 봄비 소리가 이상하게 선명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구급차 사이렌, 그리고...

'김서연... 넌 정말로 그렇게 끝나야만 했을까? 다시 기회가 있다면... 내가 너라면... 절대 그렇게 살지 않을 텐데.'

그것이 25세 웹소설 편집자 서하은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 * *


"야! 앞 좀 보고 다녀!"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속을 찔렀다. 동시에 어깨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반사적으로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낯선 무게중심에 몸이 휘청거렸다.

탁, 타닥.

바닥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시야가 서서히 초점을 맞춰갔다. 하얀 타일 바닥에 흩어진 악보들, 굴러가는 투명한 물병, 그리고... 내 발?

'이게 내 발이야?'

작고 하얀 운동화. 발목까지 올라오는 분홍색 레그워머. 이건 내가 신던 게 아니다. 나는 분명 편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어머, 김서연?"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혈액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김서연? 방금 누구를 부른 거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얀 형광등이 너무 밝아서 눈이 시렸다. 길게 뻗은 복도, 거울로 된 벽면, 여기저기 붙어 있는 아이돌 포스터들. 그리고 내 앞에 서 있는...

"정신 좀 차려. 복도에서 멍때리고 있으면 어떡해?"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긴 웨이브 머리, 고양이 같은 눈매, 비싼 브랜드 연습복. 딱 원고에서 상상했던 그 모습이었다.

유채린.

'백댄서는 알고 있다'의 악역이자, 김서연을 파멸로 이끄는 인물.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다.

"뭘 그렇게 봐?" 유채린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 맞다. 넌 원래 백댄서니까 앞을 볼 필요가 없지? 뒤에서 춤추기만 하면 되니까."

복도에 있던 다른 연습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네." "김서연 불쌍해." "그래도 실력이 없으니까..." "쉿, 들려."

낯선 감각들이 밀려왔다. 연습복 특유의 까슬한 촉감, 머리를 꽉 묶은 포니테일의 당김, 땀에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달라붙는 느낌. 그리고... 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강렬한 위화감.

"죄송..."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아니,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야. 더 높고, 더 어린 목소리였다. 떨리고 있었다. 습관적인 사과, 몸에 밴 움츠림. 이게 김서연의 일상이었구나.

"죄송은." 유채린이 코웃음을 쳤다. "그냥 눈 뜨고 제대로 다녀. 아, 그리고."

그녀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비싼 향수. 아마도 프랑스제.

"오늘 안무 평가에서도 실수하면, 정말 끝이야. 알겠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건... 그 장면이다. 원고에서 봤던, 김서연이 처음으로 큰 굴욕을 당하는 그 장면. 안무 평가에서 유채린의 함정에 빠져 넘어지고, 울면서 연습실을 뛰쳐나가는...

"왜 대답이 없어?"

유채린의 손이 내 어깨를 툭 쳤다. 가벼운 접촉이었지만, 위협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잘 알아들었네."

유채린이 돌아서서 걸어갔다.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녀의 추종자들이 킥킥거리며 뒤를 따랐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이게 현실이야? 꿈이야? 아니면...


화장실 문을 잠그고 거울 앞에 섰다.

손이 떨렸다. 아니,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차가운 세면대를 붙잡고 심호흡을 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낯선 얼굴이 나를 보고 있었다. 긴 흑발이 높은 포니테일로 묶여 있었고, 몇 가닥의 앞머리가 땀에 젖어 이마에 붙어 있었다. 갸름한 얼굴형, 큰 눈, 오똑한 코. 전형적인 청순한 미인상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너무 지쳐 보였다. 겁에 질려 있었다. 상처받은 것 같았다.

손으로 뺨을 만져봤다. 거울 속 인물도 똑같이 움직였다. 눈을 감았다 떴다. 거울 속 인물도 똑같이 했다.

"김서연..."

내 입에서 나온 이름이었다. 그 순간, 이상한 기억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연습실로 향하는 발걸음. 하루 12시간이 넘는 연습.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쓰러질 때까지 춤추던 날들. 유채린의 괴롭힘. 무시당하고, 조롱받고, 그래도 참고 또 참았던 시간들.

'이건... 김서연의 기억?'

연습복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패턴을 그렸다. 이것도 몸이 기억하는 거였다.

2024년 3월 1일 금요일, 오후 2시 47분.

잠금화면에는 'DS-047 김서연'이라는 이름표가 선명했다. 배경화면은 DS엔터테인먼트의 로고. 카카오톡 알림이 쌓여 있었다.

====================

[연습실3] 15:00 안무 평가

[식당] 오늘 저녁 메뉴 공지

[DS 매니저] 내일 스케줄 확인

====================

무릎이 풀렸다. 세면대를 붙잡고 간신히 버텼다.

'백댄서는 알고 있다'. 내가 마지막까지 편집하던 그 막장 웹소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소설 속 가장 불쌍한 조연 김서연이 되어 있었다.

"하하... 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히스테릭한 웃음. 눈물도 함께 흘렀다.

원작대로라면...

머릿속에서 타임라인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편집자로서 수없이 읽고 또 읽었던 내용들.

3개월 후인 6월 1일, 조작된 스캔들이 터진다. DS엔터의 선배 아이돌 '이준혁'과의 염문. 실제로는 유채린이 꾸민 함정이었지만, 김서연은 반박할 증거도,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6개월 후엔 계약 해지. 연습생 7년의 꿈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1년 후엔...

"안 돼."

거울 속 김서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니, 내 얼굴이 질린 거다. 이제 나는 김서연이니까.

한강다리. 비 오는 날. 마지막 문자 메시지.

'미안해요. 더는 못 버티겠어요.'

"절대 그렇게 되도록 둘 수 없어."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아팠다. 진짜 아팠다. 이건 꿈이 아니다.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중저음 비트가 화장실까지 울렸다. 연습 시간이다. 안무 평가 시간. 다시 그곳으로, 유채린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유채린의 함정을. 그리고 그것을 피할 방법도.

더 중요한 건... 나는 서하은이기도 하다는 것. 웹소설 편집자로서 수백 편의 스토리를 다뤄봤고,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 아니, 이 세계의 사람들이 - 내 편이 되는지도 알고 있다.

"김서연."

거울 속 내 얼굴을 똑바로 봤다.

"이제부터는 달라질 거야. 네가, 아니 내가 주인공이 될 거야."


대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선이 집중됐다.

30평 남짓한 공간. 한쪽 벽은 전면 거울로 되어 있었고, 반대편엔 대형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다. 천장의 LED 조명이 눈부시게 밝았다. 그리고 그 안에 20명 남짓한 연습생들이 있었다.

"서연아, 괜찮아?"

단발머리 여자애가 다가왔다. 박지민. 원작에서 김서연의 유일한 친구였던 인물이다. 메인 래퍼 지망생, 스무 살, 밝은 성격이지만 실력이 부족해 늘 불안해하는.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김서연의 기억이 이끄는 대로.

"응, 괜찮아."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